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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최춘희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나는 무슨 무슨 몇 가지 법칙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여 오늘 새벽에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라는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부제가 <혼돈의 해독제(an antidote to chaos)>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이란 '균형 찾기(balancing)'라고 믿고 있다. 그 중에서 질서(cosmos)와 혼돈(chaos) 사이의 '균형 찾기'라 본다. 이 책의 번역은 법칙이라 했지만, 영어 제목으로는 rules(규칙들)이다. 그러니까 슬기로운 삶을 살려면, 나름 자기만의 규칙들이 있어야 한다. 게임의 규칙들처럼 말이다. 이 규칙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채워야 할 '배의 평형수'이다. 그래야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해독제(antidote)'라는 말도 눈에 끌렸다. "인간의 몸은 생각하고, 피아노를 치고,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조절하고, 세균을 죽이고, 해독하고, 아기를 잉태하는 일을 한꺼번에 수행한다.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성이다. 지성은 우리 몸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만드는 한편, 충만함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이끈다."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행복>>에 나오는 말이다.

굳이 지성이 없어도 인간의 몸은 작동할 수 있다.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조절하고, 세균을 죽이고, 해독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다. 마치 글을 몰라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알면 말도 달라지듯
지성을 갖추면 모든 것의 격과 수준이 달라진다. 이 지성이 만들어 내는 것이 '규칙(rule)'이다. 그러면 삶의 방식이 풍성해지고 그 풍성함이 다른 사람의 삶에도 넉넉함을 안겨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 이 책을 다시 꼼꼼하게 정리하며 일긱로 했다.

우선 그가 말하는 12가기 인생의 법칙, 나는 여기서 법칙보다는 규칙, rule이라 말하고 싶다. 인생의 경기장에서 그 rule이 잘 지켜져야 나도, 저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충만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칙은 너무 무겁다. 그냥 규칙이다. 내 방식대로 약간 변형한다. 그러면 내 삶의 규칙들 중 나는 몇 가지를 가지고 있는가 세어보았다.
(1)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걷는다.
(2) 상대를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
(3) 나 자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난다.
(4)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자신하고 만 비교한다.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파하지 않는다.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한다.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택한다.
(8)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자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0) 의견 개진을 할 때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한다.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트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둔다.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준다.

시를 한 편 읽고, 각 규칙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좀 부연해 본다. 위의 "삶을 위한 규칙들"을 나열하면서,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규칙들이 "바닥"이라면, 우리들의 일상은 "하늘"이다. 그러니 규칙들이 없다면 우리들 진정한 일상을 없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최춘희

벽 안쪽으로부터 조금씩 빗물 스미더니
슬금슬금 바닥에서 천장까지 검은 갈퀴손 조심스레
도둑고양이처럼 뻗어 가더니, 지하 셋방 가득
막무가내 참았던 속울음 쏟아낸다
울증과 조증사이 경계를 잃어버린 한 사내
뿌리도 없이 떠돌던 부랑의 날들 허공을 숙주삼아
곰팡이 꽃으로 맹렬하게 독을 피워낸다
우기의 먹먹한 창틀 갉아 먹으며 배고픈 빗줄기
방 하나를 다 제 뱃속에 들여 놓고도 성에 안차서
허기진 입 한껏 벌리고 딱딱하게 부푼 공갈빵 세상
짐승처럼 뜯어 먹고 있다
썩어 문드러져 습기찬 틈 비집고 사방 벽으로 막힌
어둡고 축축한 방에 유령처럼 누워있다
갈 곳 몰라 서성이던 그 밤의 골목길에서
애써 외면해 버린 불안과 공포 절뚝이며 찾아오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겠다는 듯 쓰나미로 몰려오는
깜깜한 폭우의 시간들

얼굴이 지워진 늙은 무녀가
불빛 한 점 없는 세상에서 물에 퉁퉁 불어터진
달빛 영혼을 뜰채로 건져내고 있다

이젠 "얼굴이 지워진 늙은 무녀"처럼, 이 규칙들을 다시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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