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9월 2일)

<<장자>>의 제6편 "대종사"를 꼼꼼하게 읽다가, 어제는 공자가 말한, 우리가 없애야 할 다음의 네 가지를 기억하였다. “의필고아(意必固我)” 어제부터 딸과 아침에 긴 산책을 시작했다. 날씨는 9월 들어 언제 무더위였느냐고 쌀쌀맞게 선선하다. 공자가 버려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1. 의(意)는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는데도 지레짐작으로 단정을 내리는, 사의(私意)로 근거 없는 억측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을 갖는다.
2. 필(必)은 자기 주장을 기필코 관철시키려는 자세로 자기 언행에 있어 반드시 틀림없다고 단정 내리지 않는다.
3. 고(固)는 융통성 없는 고집, 유연한 관점이 아닌 경직된 틀로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을 버린다.
4. 아(我)는 자신을 내세우는 이기적인 것으로 양심이 아니라 욕심을 버린다.
끊자고 해서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높은 시선으로 인도되는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오직 한 길, 자신의 진영을 넘어선 상위의 시선을 갖추고, 그 시선에 의해 인도되어 새의 비상이라는 위대한 과업을 자신의 일로 삼을 때만 가능하다. 매우 높은 단계의 인격이다. 하위의 기능들이 상위의 어젠다에 의해 이끌리고 통제되어야 한다.
새로운 길을 떠나, 바쁘다. 그럴수록 공자의 "의필고아"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 만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가슴에 생체기가 많이 남는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 비해 상처가 쉽게 아물어진다.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 그리고 내가 살고 동네가 좀 더 나아지도록 여러 가지 일을 버리고 있는데, 그 성과가 하나씩 나타난다. 그럴수록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만'이다. 그 반대가 겸손이다. '의필고아'뿐만 아니라, 겸손하여야겠다는 다짐을 더 해 본다.
우리는 아픔과 기쁨으로 뜨개질한 의복을 걸치고 저마다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빛과 그림자, 이 둘을 동시에 승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용기이고 지혜라고 생각한다. 빛은 어둠을 만들고, 어둠은 빛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용기와 지혜는 결합의 방법이다. 선량하나 나약하지 않고, 냉철하나 비정하지 않고, 치열하나 오만하지 않을 수 있는 결합의 지혜, 결합의 용기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정말 좋은 문장을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라!" 기분보다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우선 경계해야 할 것은 '빈곤의 심리'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이 세상 좋은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남이 가져가면 그만큼 내 몫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심리'이다. 그 반대가 '풍요의 심리'이다. '세상에 좋은 것은 많고, 풍요로워서 남이 성공하고 인정받아도 내 몫은 남아 있다'고 보는 심리이다. 이런 빈곤의 심리는 배타주의를 낳고, 풍요의 심리는 포용을 할 줄 알게 된다.
신학자 하비 콕스는 "현대인의 우상은 출세"라 했다. 출세는 돈과 명예와 권력으로 치환됨을 알기에 사람들은 출세에 집착한다. 출세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고요함을 잃게 된다. 고요함을 습관들이고, 고졸함을 기른다는 '습정양졸'의 정신이 필요하다. <<장자>>에 "감어지수(鑑於止水)"라는 말이 있다. '흐르지 않고 고요한 물에 사람들은 거울 삼아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말이다.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춰 볼 수 없는 것처럼 고요한이 없는 마음에 우리의 모습은 비쳐지지 않는다. 나는 나의 '주말 농장'을 그렇게 쓰고 '주중농장'이라 읽는다. 왜냐하면 오히려 주중에 더 자주 거기에 가기 때문이다. 주중에 그곳에 가면, 나는 알 수 없는 환대인 고요함을 맛본다. 그 무조건적인 환대는 내 영혼의 깊은 곳을 툭 건드리고, 고단하고 외로운 나를 쉬게 한다. 진정한 쉼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동안 덥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는데, 다음 주부터는 자주 갈 생각이다.
카프카가 그랬다. 평안, 정적, 휴식을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는 성급함은 인류의 중죄라고 말이다. 우리는 자기 짐을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살아간다. 그 짐을 내려 놓으려면 침묵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문제는 소란에 길들여진 영혼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침묵의 길에 들어서려면 세상을 행한 감각의 창문을 모두 닫고, 자신의 내면만을 응시하면서, 어떤 '은밀한 소리'를 들어야 하다. 그 소리를 들으려면 침묵이 필요하다. 숭고한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자에게는 고요와 침묵 그리고 경청이 필요하다.
고요/김원길
달도 지고
새도 잠든
정적 속
눈 감고
귓전에
스스스스
지구가
혼자서
조용히
자전하는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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