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온전한 '나'로 인정해 주는 것은 둘이다. 하나는 ‘지금’이라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라는 장소다. ‘지금’과 ‘여기’가 없다면, 나로 존재할 수 없다. 이 둘은 만물을 현존하게 만드는 존재의 집이다. 과거를 삭제하고 미래를 앞당겨 이 순간을 종말론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이라면, ‘여기’는 ‘나’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나’를 생경한 나로 전환시켜주고 더 나은 나로 수련 시키는 혁명의 장소다.
이 '지금'은 과거와 미래가 하나 되는 시간이다. 내일은 가장 무서운 단어이다. 마귀가 내일이라는 영어 단어 tomarrow를 가장 즐겨 쓴다고 한다. 내일은 내 인생이 아니다. 그러니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지 가장 어려운 것이 시작이다. 시작은 늘 불안하다. 왜냐하면 시작이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이 3 가지가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3월의 본격적인 시작이 오늘이다. 어쩌면 올 한해의 시작일 수도 있다. 오늘 개학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말로는 '헝트레(rentrée)'라고 한다. 다시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1) 과거와의 매정한 단절, (2)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3) 지금-여기에 대한 확신과 집착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다가 어제는 오늘 사진처럼 박게 핀 무궁화 꽃을 만났다. 고 신영복 교수님이 당신의 책, <<담론>>에 남긴 글을 소환시켰다. "꽃에 대해서도 노촌 선생은 둘만 방에 남았을 때 이야기했습니다. 무궁화는 덕이 있는 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벌레와 진드기까지 함께 살아가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생각하면 꽃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틀렸습니다. 꽃은 사람들의 찬탄을 받기 위해서 피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자기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피는 것도 아닙니다. 빛과 향기를 발하는 것은 나비를 부르기 위해서입니다. 오로지 열매를 위한 것입니다. 시들어서 더 이상 꽃이 아니라 하지만 그 자리에 남아서 자라는 열매를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려는 모정입니다. 꽃으로서의 소명을 완수하고 있는 무궁화는 아름답습니다."
꽃처럼, "열매"를 위해, 내일부터 시작되는 9월 정진(精進)할 생각이다. 학문은 배움과 물음이다. 반드시 물음을 통하여 배워야 하고, 배움을 통하여 물어야 한다. 이어지는 <<장자>>의 진인, 참모습 이야기는 내일 한 번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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