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절제되고 균형 잡힌 섭생과 규칙적인 운동이 장기간 축적된 끝에 마침내 찾아오는 은은한 활력을 기다릴 여유는 대개의 한국 사람들에게 없다.
우리 사회가 끝 없는 경쟁과 승자독식 비정상적인 사회가 된 원인을 김누리 교수는 68혁명의 부재 때문으로 보았다. 그 부재는 우리 사회가 인권 감수성의 부재 현상과 지나친 소비주의 문화로 이루어진 권위주의 사회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오늘 아침도 그의 책,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간다. 김누리 교수는 또 우리 사회를 '자기 착취 사회'로 규정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김영민 교수는 "과로 사회"라고 말한다. 몇 년 전에는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라는 책을 이용해 우리 사회를 "피로사회"로 알려져 있었는 데, 이젠 그 것을 넘어 이젠 "과로 사회"가 되었다. 김영민 교수의 주장을 좀 들어본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에 의하면, 한국은 과로에 젖은 사회다. 정도 이상으로 과로하다 보니, 몸과 마음 양면으로 보양식을 찾는데 혈안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음의 보양식을 찾아, 어려운 인생에 쉬운 답을 주는 소위 사회적 멘토의 강연장에 간다. 그리고 육체의 보양식을 찾아서는 고성능 영양제를 찾거나 동네 건강원을 방문한다. 절제되고 균형 잡힌 섭생과 규칙적인 운동이 장기간 축적된 끝에 마침내 찾아오는 은은한 활력을 기다릴 여유는 대개의 한국 사람들에게 없다. 김교수님의 글을 공유한다. "꾸준한 마음의 근육 단련을 통해 정교한 생각의 힘을 얻을 여유는 상당수의 한국 사람들에게 없다. 바쁘고 지친 사람들은 몇 번의 인문학 강연과 몇 번의 보약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쟁취해야만 한다. 멋진 표현이다. 스트레스로 정신의 방광이 터져 나가는 상황에서 한 입 베어 물면, 좁아 터진 방광을 떠나는 오줌처럼 스트레스가 배출되고, 또 한 주를 살아갈 정력이 샘솟게 되는 보양식을 먹어야만 한다. 한국에 성행하는 많은 자칭 멘토의 강연과 건강원과 개소주 집은 후다닥 진행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닮았다."
어제는 소위 8,15 광복절의 대체공휴일로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지만 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냈다. 일상을 지배한다는 마음으로, 휴일이었지만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애썼다. 자전거를 타고 운동도 했고, 광복절 답게 저녁 식사 후는 영화 <봉오동전투>를 집에서 보았다. 주변에서는 광복회장의 광복절 축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축사가 문제가 된 것은 식민 통치에 얽힌 과거의 아픈 역사를 상기하고 남은 과제를 풀기 위해 일본에 던져온 통상적 메시지 대신 우리 안에 오랫동안 묵혀온 예민한 문제를 끄집어 공론화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내가 고민하는 우리 사회의 개혁과 맥을 같이 한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이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화폐 속의 인물에 독립운동가가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을 '광복하라!'"는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어느 한 곳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다고 한다. 일제의 피비린내 나는 식민 통치에 부역한 자들이 나라를 되찾은 지 75년이 지나도록 사과는 커녕 고개를 쳐들고 부귀영화를 누려온 이 기막힌 현실이 모든 것을 중명하고 있다. 친일의 대가로 자자손손 재력을 갖고 권력을 쥔 친일반민족세력들은 광복된 나라를 통합으로 이끌지 않고 다시 분열시키는 기념사라고 비난들을 한다. 다 도둑이 제발 저리는 꼴이다.
이어진 대통령의 경축사에서는 나라의 광복을 넘어서는 개인의 광복을 언급하면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를 만들자고 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모든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 나가는 것"이라 했다.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고 했다. 어제 저녁에 영화를 보면서, 그 고통을 겪으셨을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래 오늘 아침 시는 좀 눈물겨운 조태일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아침 사진은 '닭의 장풀'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달개비'로 라고 부른다. 강현덕 시인의 <장마>에 달개비가 나온다. "바람에 누운/풀잎 위로/바쁜 물들이 지나간다//물 속에서/더 짙어진/달개비의 푸른 눈썹//세상은/화해의 손을/저리 오래 흔들고 있다." 어제 오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에 달개비가 지천이었다. 화해하라고 흔드는 손이었구나!
어머니의 처녀 적/조태일
어머니는 처녀 적부터
일본 사람이 경영하는
생사 공장의 여공이었다
누에가 걸쳤던 새하얀 비단실 뽑아 올리면
펄펄 끓는 물 위에
기름 번지르르한 노오란 번데기가
다투어 둥둥 떠올랐다
해는 왜 그리 길고
배는 왜 그리 고픈가
현장 감독의 눈을 피해 졸고
졸면서 번데기로 배를 채웠다
힘없어 애 못 낳는 여자
한 말만 먹으면 애를 낳고 만다는
그 번데기 때문인지
열일곱에 서른다섯 노총각 스님에게
업혀 와서 칠 남매 낳으신 뒤에도
어머님은 생사 공장의 여공이었다
6ㆍ25가 끝난 한참 후에까지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조태일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꽃피는 말/박노해 (0) | 2022.08.18 |
|---|---|
| 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이화은 (0) | 2022.08.18 |
| 여름 숲에서/이건청 (0) | 2022.08.18 |
| 차면 덜어 내고 가득 참을 경계하라! (0) | 2022.08.17 |
| '사랑은 식탁을 타고 온다' (0) | 2022.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