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모처럼 비가 오지 않고 날이 맑았다. 나는 하루 종일 에어컨 밑에서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보내다가, 오늘 아침 시를 만났다. 그림이 그려진다. 숨쉬기가 힘든 한 어른이 약국에 왔다. 손님은 꼭 약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답답한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약사는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어른 이야기를 다 받아 주는 것이다. 일상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 받아 주는 것, 그보다 더 좋은 약이 있을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소중한 줄 모를 때라고 그 숨쉬기 힘들다는 손님은 이야기한다. "소중헌 줄 모를 때가 질로 좋은 때여라/그때 챙기고 생각허고 애껴줘야 해/한번 상하면 돌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넘치고 썽썽할 땐 모다 모른단 말이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어제는 점심은 우리 동네에서 제일 건강하고 맛있는 갈비탕의 국물로 즐겼고, 저녁에는 곱창 구이에 감자와 와인을 곁들여 즐겼다. "안 아플 때, 많이 먹는 거지. 실컷 먹어." 나는 '사랑은 식탁을 타고 온다'는 말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식탁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워주는 물리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함께 밥 먹는 사람들의 사랑과 정을 나누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쉽게 분노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사랑과 유대가 넘쳐흐르는 식사 공간의 증발과 식탁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정서적 접촉 기회가 부족한 결과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친근함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맛있고, 보기 좋은 요리로 배를 채우다 보면 쌍방 간에 여유가 생길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열려 있는 ‘틈’을 발견하게 되어, 서로가 서로를 잘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말에 ‘한솥밥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를 영어로 말하면 ‘companion’이고, 여기서 회사라는 뜻의 company가 나온다 프랑스어로 말하면 ‘compagne’이다. 이 말들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동무, 동반자'란 뜻이지만 ‘같이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에서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들은 모두 다 ‘함께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먹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은 곧 삶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어느 식당 앞 화단에서 찍은 것이다. 꽃 이름이 '꽃범의 꼬리 꽃'이다. 나는 산책하다 새로운 꽃을 만나면, 스마트폰으로 꽃의 이름을 알아본다. 그 이름은 꽃이 피는 모습이 마치 법의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화서(花序)'란 말이 있다. 꽃이 줄기에 달리는 방식으로, '꽃차례'라고 한다. '유한화서(有限花序)'와 '무한화서(無限花序)' 두가지이다. '유한화서'는 성장이 제한되며 위에서 아래로, 속에서 밖으로 꽃이 핀다. 반대로 '무한화서'는 성장이 제한 없이 밑에서 위로, 밖에서 속으로 꽃이 핀다. '유한화서'는 원심성을, '무한화서'는 구심성을 보이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무한화서는 밖에서 속으로 꽃을 피우며, 제한 없이 밑에서 위로 성장하며 무한으로 나아간다. 구심성을 지킨다. 꽃에서 배운다.
인간의 욕망은 원심력의 속성이 있고, 인간의 본성은 중력때문에 구심성의 속성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욕망은 점점 더 커지고 높아지려 한다. 그러니 우리는 원심력을 타고 자신의 본성이 이탈하려는 욕망을 중심 쪽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절제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성찰이다. 그런 사람이 무한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오늘도 좀 절제하고 나를 관조하며,주어진 휴일의 삶을 즐길 생각이다. 있을 때 잘 하고, 성할 때 실컷 숨 쉬면서. 약속한 대로, 김누리 교수의 주장은 시를 읽은 후로 미룬다.
젤로 좋은 때는, 숨/김청미
게으름 피지 말고 부지런히 내쉬면 되지라
그것이 뭣이 어렵다고 그라고 엄살이오
워메 이 양반이 어째 말을 이라고 험하게 해부까
나라고 그리 안 해봤겄소
그것이 암상토 안 할 때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쉽지라
가슴이 쑤시고 씀벅거림서부터 요상시럽게 안 되야
시상사가 다 그렇지만
소중헌 줄 모를 때가 질로 좋은 때여라
그때 챙기고 생각허고 애껴줘야 해
한번 상하면 돌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넘치고 썽썽할 땐 모다 모른단 말이오
요로케 되고 본께
숨 한번 지대로 쉬는 것이
시상에 질로 가볍고 무거운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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