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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는 법/나태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장마전선이 한 달 넘게 한반도 상공에 머무르면서 물폭탄을 퍼붓고 있다. 올해 장마는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많은 게 특징이다. 기상학적으로 장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해 북쪽의 찬 고기압과 만나면서 정체전선을 형성해 뿌리는 비를 말한다. 문제는 이번 여름의 장마 정체전선처럼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부동산 투기, 산업재해, 갑질, 성폭력 등이 장마의 기상전선보다 더 길고 강고해서 더 슬프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수십 년 전, 소설가 김승옥은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로 서울시민의 마음을 묘사한 적이 있다.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안에 잡아본 것이 있으세요?” “없어요. 나도 파리밖에는….”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2020년 여름에 서울의 강변을 지나면서 중얼거린다. “없어요. 아파트밖에는.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말이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서울에 한 번도 안 올라갔다. 지난 학기에 매주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요즈음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그 아파트들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8월 2일에 공유했던 권선필 교수의 글을 다시 한 번 더 읽어 본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소유가 아니라 접근이 더 중요한 관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소유하고 있다고 다 향유할 수 있는게 아닌 것은 물론이고, 여전히 소유의 차이에 따른 격차와 차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소유'의 방식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못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부동산 문제에서 보듯이 부동산을 더 많이 더 크게 더 좋게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 경우에도 '소유'가 아니라 '접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주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하면 부동산 정책 방향이 명확하게 보인다. 청년들에게 어떻게 주거 접근성을 높일 것인가, 장애인 저소득층 고령자 등에게 주거 접근성을 어떻게 높여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정책과제라는 얘기다. 이들에게 접근성만 높여주는 방법을 고민해서 대책을 내 놓으면 부동산 가격 문제는 저절로 잡힐 것이다."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소유하게 되게 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 방식은 기후변화나 생태 환경 문제에서 보듯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유보다는 나눠 쓰고(공유), 바꿔 쓰고(교환), 다시 쓰는 (재활용) 것을 통해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도 모두에게 골고루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길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권선필)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과도한 생산을 불러오고, 과도한 생산이 바로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약탈을 불러왔고, 결국 그것이 바로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악순환을 보아야 한다.

나는 몇 년전부터 좀 한가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우리 동네는 자연 속이라, 나를 욕망하게 하는 것이 많지 않다. 옛날 큰 백화점 근처에서 살 때에 비하면, 사고 싶은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나이가 들면 시골이나 자연이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 말년을 보내라고 하셨던 것 같다. 오늘 아침은 우리 동네 어른이신 나태주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사는 법에 대해 사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지속된다. 장마’는 순우리말이다. ‘길 장(長)’에 물의 옛말인 ‘마’가 합쳐진 데서 나왔다는 설이 있고, ‘삼을 잘 자라게(長麻)’ 하는 비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한다. 한자어로는 ‘임우(霖雨)’ ‘적우(積雨)’ ‘구우(久雨)’를 주로 썼다. 물이 찰 정도로 오래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린다는 ‘매우(梅雨)’도 장맛비다. 장마의 또 다른 이름은 ‘고우(苦雨)’다. ‘고통스러운 비’라는 의미다.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진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거센 장맛비에는 부서지고 무너지고 떠내려가는 게 많다. 농사에는 더 해롭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그렇다고 장마의 이미지가 꼭 답답하고 눅눅한 것만은 아니다. 도도히 흐르는 붉덩물을 보았는가. 온갖 찌꺼기를 씻겨내는 장맛비는 자연의 청신 작업이다. 경향신문 조운찬 논설위원에게서 배웠다.

사는 법/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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