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쿠바 의과대 재학생인 김해완이다. 내가 태어난 1959년에 시작된 쿠바 혁명 정부는 경제를 왜곡시키는 외국 자본을 일소하고 국민 모두를 위한 발전을 추진했지만, 발전의 시계는 1991년에 멈췄다. 쿠바 지원국이었던 소련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후로 쿠바는 미국의 경제 봉쇄를 홀로 버텨냈다. 이 고립된 생태계가 역설적으로 오늘날 어떤 사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느린 풍경'을 만들어 냈다. 아직도 쿠바인들은 개발의 열기가 침투하지 않은 커뮤니티 속에서 정을 나누며 소박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이 곳에도 코로나-19가 들어왔지만, 예상을 깨고 방역에 성공을 하였다. 글쓴이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1) 의료 제도의 높은 접근성 (2) 의대생들의 문진(問診) 활동 (3) 주민들의 끈끈한 커뮤니티. 글쓴이는 쿠바를 '가난한 의료 선진국'이라 보았다. 쿠바의 의료제도는 '100% 무상'이다. 이는 의료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지정한 헌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료로 이루어지는 의료 접근성에다가 물리적인 접근성도 좋다. 병원이 너무 멀어서 걸음하기가 어렵다면 이는 의료제도로부터 물리적으로 소외되는 것이다. 쿠바는 가족 주치의와 그들의 근무지인 콘솔또리오(consultorio)가 어느 가정 집에 서든지 도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족 주치의는 그곳에서 몇 년 씩 상주하면서 평균 500가구의 가족들의 건강을 상시적으로 살핀다. 이게 코로나를 막은 예방의학 시스템이다. 쿠바는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중 교통을 전면 중단시켰다. 그래도 가능했던 것이 교통 수단 없이도 의사를 만나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이 먼 시가지가 아니라 바로 동네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동네를 고립시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쿠바는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뜨릴 소중한 현장이 되었다. 우리는 선진국에서만 과학과 의료가 발전할 수 있다고들 생각한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쿠바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현장으로 증명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지 않고, 정보도 전산화되지 않은 쿠바지만, 쿠바는 그들의 방식으로 코로나를 훌륭하게 이겨내고 있다. 수치가 말해준다. 내가 <우리마을대학>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는 비전을 오늘 아침 쿠바에서 찾았다. 동네를 멀리 벗어나지 않고, 우리 삶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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