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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한 뼘만 더/오은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산다는 것은 '지금-여기'서 일상을 지배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모르는' 미래의 삶을 우리는 알게 된다.

오늘도 또 흘러가는 그런 날이 아니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날이다. 그래 오늘은 선물이다. 영어로 현재, 지금이 'present'이다. 그런데 이 영어 단어는 동시에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다. 형용사로는 '~에 있는, 참석한'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present는 ''전(前)이나 부재(不在)가 아니라, 현(現)'이다. 중요한 것은 죽지 말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야 선물인 오늘이 계속된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글쓰기가 '모른다'에서 '안다'로 이어지는 과정인 것처럼, 우리가 산다는 것도 '지금은 모르다'에서 '안다'로 가는 어떤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그게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산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몰랐다가 알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 식으로 보자면 미래에 어울리는 동사는 '모른다' 뿐이다. 앞 날을 잘 모른다. 이걸 소설 쓰는 김연수는 이렇게 정리를 했다. "과거=안다, 현재=산다, 미래=모른다." 그러니까 산다는 것은 '지금-여기'서 일상을 지배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모르는' 미래의 삶을 우리는 알게 된다. 어떻게 살까 고민일 때, 일단 그냥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살다 보면, 길이 나오고, 그 길을 잘 고쳐가며 사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일단은 쓰고, 자기가 쓴 것을 명확하게 다듬는 일부터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쓸 수 없는 것을 쓰기 위해서는 쓸 수 있는 것을 우선 정확하게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지금-여기'서 각자 자신의 미션, 즉 임무 아니 소임(所任,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을 다한다. '소임'이라는 말이 제일 잘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마음으로 우선 우리는 살아야 한다. 어제 만난 문장이다. 이를 위해, 별거 없는 평범한 일상이 오래전부터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이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주류로 벗어나 평범한 일상 속에 고독을 즐기면서, 그런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지상 낙원에서 살아도 늘 즐거울 수는 없다. 적당히 바쁘고, 가끔 한가한 삶을 살면 된다. 마음만 먹으면 가만히 있는 것도 그 나름대로 즐겁다.

『햄릿』 4막 2장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이 아무리 일을 하려고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신이 내린다." 이 번주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보면, 그렇다. 그러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되지. 너무 남 이야기를 가지고 애를 쓸 필요는 없다. 모든 질서를 잡아주는 것은 신인데, 인간이 그 일을 하려고 하면, 그런 사람의 삶은 더 고달프고, 게다가 일찍 하늘 나라로 데려가는 것 같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면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귀한 일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기가 하는 일이  하찮아 보여서, 더 위대하고 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이 말을 늘 기억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당신이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다." (토머스 카라일)

삶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이라 생각한다. 그래, 우선 오늘을 살면서,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한 뼘만 더" 나아가는 오늘 이었으면 한다. 아침 사진은, 어제 점심 식사를 한 후, 옆 정원에서 찍은 것이다. 아주 많이 갔던 곳인데, 못 보았다. 그저 그런 나무인 줄 알았는데, "한 뼘만 더" 가까이 갔더니 키위 나무였다. 그냥 중천에 뜬 해를 바라 보고 한 컷 찍었다. 뜻하지 않게 이런 사진이 되었다.

한 뼘만 더/오은영

왼손을 펴고
한 뼘을 재어 봐.
10Cm도 안 되는 짧은 길이지?

하지만 난,
고만큼 더 멀리 바라볼 테야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그 다음엔
고만큼 더 높게 뛰어 볼 테야
푸른 하늘이 가까이 내려오도록

마지막엔
고만큼 마음속 웅덩이를 깊이 파야지.
내 꿈이 그 안에서 더 크도록

내가 자라면
고 한 뼘도 따라서 자랄 거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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