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14일)

내 <인문 일기>는,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바람 피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바람'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온도나 기압 등의 차이 때문에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으로 대기가 이동하여 바람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도 쓰인다. 일상 언어 중에는 '바람 피우다'란 말이 있는데,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주말농장을 해 보면, 야채가 햇빛으로만 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창문을 닫은 채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면 잘 자라지 않는다. 아마도 바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바람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을 돕는다.
고인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없다.
물 한 잔을 우묵한 곳에 부으면, 그 위에 검불은 띄울 수 있다.
잔을 얹으면 바닥에 닿아 버린다. 물이 얕은데 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바람이 두텁지 못하면, 큰 날개를 띄울 수 없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 바람을 타야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이 없이 남쪽으로 날아간다.
'바람'의 문제이다. 여기서 바람은 '신바람'이라는 말처럼, 우리 속에 움직이는 생기(生氣)를 의미한다.
실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신바람이 나면, 자신의 능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그리스어로는 '프뉴마', 히브리어로는 '루악', 산스크리트어로는 '아트만', '프라나' 그리고 한문으로는 기(氣)와 통하는 개념이다. 우리 말로는 숨, 숨결, 생기, 기운, 바람을 뜻한다. 장자는 제2장 재물론에서는 '하늘의 퉁소 소리'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우리에게 말한다. 건조하고 무의미한 인간 실존을 뛰어 넘는 초월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려면, "바람을 타라, 생기를 찾아라 그리하여 활기찬 삶을 살라"고 말한다.
바람을 피우다/정끝별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기공을 한다 했다
몸을 여는 일이라 했다
몸에 힘을 빼면
몸에 살이 풀리고
막힘과 맺힘 뚫어내고 비워내
바람이 들고 나는 몸
바람둥이와 수도사와 예술가의 몸이 가장 열려 있다고 했다
닿지 않는 곳에서 닿지 않는 곳으로
몸속 꽃눈을 끌어 올리고
다물지 못한 구멍에서 다문 구멍으로
몸속 잎눈을 끌어 올리고
가락을 타며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렇다면 바람둥이와 수도사와 예술가들이 하는 일이란
바람을 부리고
바람을 내보냄으로써
저기 다른 몸 위에
제 몸을 열어
온몸에 꽃을 피워내는
그러니까 바람을 피우는 일 아닌가!
그럼 "바람을 피워" 대안을 이야기해 보자. 교육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거나, 사회적 정의가 유리되며, 학벌계급사회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인적인 경쟁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기형 화되고, 우리의 삶이 황폐화되었다. 김교수에 의하면, 우리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나라가 된 것은 역사적, 사회적 이유가 다음과 같이 있다고 김누리 교수는 주장했다. 나도 동의한다.
• 정신사적인 이유: 일제 시대를 풍미하던 사회적 다위니즘(생물계에서 발견되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인간사회도 지배하기 때문에 우수한 자가 열등한 자를 정복한다는 이 생각은 바본주의 사회에 고유한 불평등 및 전쟁과 식민지 정복을 합리화 하려는 동기에서 생겨나게 된다.) 사상이 해방 후 미국식 자유시장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경쟁절대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 불평등 이유: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은 세계 최고 강도의 경쟁을 초래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경쟁이 심한 법이다.
• 전통적 지배질서(establishment)가 붕괴한 이유: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극히 평등 지향적인 사회가 생겨났지만, 이 평등의 들판에서 학벌이라는 괴물이 새로운 신분적 대체물이 됨에 따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학벌계급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30-50 클럽'에 속한 7개의 나라 중에서 제국주의의 과거가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그래 우리 나라는 도덕적으로 깨끗하다. 따라서 포스트-코로나에서 새로운 영감과 희망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나라이다. 조건이 있다. 우리가 교육혁명을 통하여 '경쟁 없는 교육'을 실현하고 학벌 계급사회를 타파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가장 역동적인 나라, 가장 멋진 공동체로 부상할 수 있다. 김누리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교육혁명이 이 "고단한 사회"에서 "고상한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일상에서 이루어야 할 민주화이다.
김 누리교수는 교육 문법의 혁명, 새 바람으로 다음 4가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완전히 동의한다.
• 대학 입시 폐지=대입자격 고사화
• 대학 서열 폐지=대학통합네트워크
• 대학 등록금 폐지=대학 무상교육
• 특권학교 폐지=고교 평준화
오늘 아침 만난 김현철 교수는 마이클 센델(미국 하버드대)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제시하고 있는 제비뽑기에 의한 대학 입시 방안에 찬성하였다. 나도 차라리 이게 낫다고 본다. 왜냐하면 명문대 지원 학생 중 합격자 대비 세 배수정도는 우열을 쉽게 가리기 어려울 만큼 모두 훌륭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이들을 더욱 촘촘히 줄 세우기보다 제비뽑기로 입학시킴으로써 본인 인생에 얼마나 운이 크게 작용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 성공이 스스로 얻은 게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명문대생들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어야 우리가 더 나은 복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물어나 후배나 젊은 세대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 대부분 내가 이룬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겸손하게 살 수도 있다.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는 이유가 나온다. 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왜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아픈 걸까 성찰해 보고,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우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글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성취를 스스로 이룬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 하지 말고, 불쌍하게 여기자. 그들은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이런 의미에서 내일은 자만, 오만, 교만의 문제를 사유해 볼 작정이다. 인간을 천사로 만드는 것은 겸손이고, 천사를 악마로 변화시키는 것이 자만이다.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큰 틀은 거만이고, 그 거만의 형제가 자만, 오만, 교만이다. 모두 다 불행의 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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