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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여름/권오삼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10일)

코로나-19로 답답한 현실을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너무 아까워서 하루에 한 편만 본다. 저녁 10시 경 손님이 없으면 딸과 와인 한 병을 같이 나누어 마시며, 드라마의 세계에 풍덩 빠진다.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산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드라마가 정말 내 취향에 맞는다. 서민들의 애잔한 삶의 때가 묻어난다. 어제는 못 봤다.

그저께 본 것 중에 나오는 서사이다. 망한 사람 앞에 두고 망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열변을 토하는 감독에게 배우가 말한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나도 그런 경우이다. 망했지만, 실패했지만, 지금 행복하다. 그땐 외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 같이 힘든 사람들이 소주를 나눠 마시며 고통을 n분의 1로 나누다 보면, 우리는 그 세월을 견딘다. 나도 그때는 소주를 엄청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소주는 안 마신다. 오래 건강하게 마시려고, 와인만 마신다. 그래 내가 와인을 파는 것이 참 다행이다. 난 원가로 마신다.

사실, 우리 주변을 보면, 성공은 희귀하고 실패는 흔하다. 망한 사람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안심하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여린 아이가 울고 있다. 인간이 위로 받을 때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볼 때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자신의 '다행'을 인식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혼자 울면 외롭지만 함께 울면 견뎌지는 게 삶이다.

장마 같지 않은 장마가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코로나-19를 데리고 빨리 떠났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공유하는 시와 같은 여름이 빨라 왔으면 좋겠다.

여름/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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