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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길-밭에 가서 다시 일어서기/ 김준태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 아침도 일찍 일어나 <성학십도>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우주라는 커다란 지도 위에, '우주적 책임'을 맡고 던져진 존재이다. 이 어머 어마한 지도 위를 걸어가려면 "가이드 맵"이 필요하다. 그런 가이드로 뛰어난 것 중 하나가 "자기 구원의 가이드 맵"이라는 부제가 달린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한형조 교수의 친절한 독해)이다. 오늘이 읽은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한 3일째이다. 어제 우리 인간이 우주라는 "바둑판"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를 살펴 보았다면(<서명> 상도(上圖), 오늘은 그 바둑판에 어떻게 바둑을 두어야 하는가 공부한다(<서경> 하도(下圖).

사람은 생명이다. 그래 사람은 생(生)인 동시에 명(命)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살아감이 생이라면, 그 의미를 묻고 그 의미에 따라 책임을 갖고 살아감이 명(命)이다. 그리고 생명은 다른 생명과 교감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의 복잡한 세상에 휩쓸리다 보면, 이 유대의 끈이 그만 아득하다. 이 때 사랑(仁)이 그 경화(딱딱하게 굳음)를 깬다. 내가 지금 읽고 읽는 제2도 <서명>은 사회적 약자를 도롭는 것이 가족의 책임을 완성하는 길이면서, 크게는 우주적 덕성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고대 그리스 정신의 아레떼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본다.

(1) 于時保之, 子之翼也, 樂且不憂, 純乎孝子也(우시보지, 자지익야. 낙차불우, 순호효자야): 늘(于時) 이 덕성(之)을 지켜가는(保) 것이 아들(子) 된(之) 도리요(날개, 翼也). 이 길을 즐기고(樂), 또(且) 근심(不憂)하지 않는 것(不)이 진정한(純乎) 효자이다.(孝子也).

① 于時保之, 子之翼也: 장자는 '보시(保始)"라는 말을 사용한다. <도덕경> 제1장에서 무, 명천지지시(無, 名天地之始)-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하늘과 땅의 시원 - 할 때의 시(始)처럼 도(道)를 뜻하는 말로, 보시는 도를 지키는 사람이다. 우시는 '언제나'로도 번역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언제나 우주적 책임을 보호하고 지키겠다는 말이다. 여기서 우주적 책임을 다른 말로 천명(天命), 태극(太極), 이(理)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익야'는 '공경을 다하는 아들'이란 뜻이다. 자신의 도리를 잘 하는 아들이다. 그래서 '우시보지, 자지익야'를 '우주적 의미와 그 책임을 충실히 지켜라. 그것이 우주의 아들 된 자가 지녀야 마땅할 공경스런 태도이다'란 말이다.
② 樂且不憂, 純乎孝子也: 우주적 소명을 다한 기쁨으로 그리고 근심 없이 수행하라. 그러면 그것이 우주의 아들로 태어난 인간이 바쳐야 할 효도라는 것이다. 이런 효도는 다른 사람을 감화(感化) 시킨다. 기쁨과 슬픔뿐만 아니라, 선행과 악행도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바이러스처럼 혹은 파도처럼 타인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를 행해 전염되고 감염된다고 본다.  이는 우주를 유기적 조건과 반응의 복합 체계, 즉 '감응(感應)'의 과정으로 읽는 사고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학(儒學)은 성현의 교화를 강조하고, 군주의 모범을 독촉하며, 선비의 절개를 기린다. 이것들이 건전한 사회를 위한 기반이다. 여기에 합리적 계산과 조정이 기술은 부차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제 유학의 기본 정신을 알아차리겠다.

오늘 아침 사진은 주말 농장에서 만난 오이 꽃이다. 수줍게 숨어 피었지만, 자기 색깔은 분명하다. 감자도 한 보따리 캤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길-밭에 가서 다시 일어서기/ 김준태

어디로
가야 길이 보일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잃고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가

사람들이 저마다 달고 다니는 몸이
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

오 그렇구나 그렇구나
도시 변두리 밭고랑 그 끝에서
눈물 맺혀 반짝이는 눈동자여

흙과 서로의 몸 속에서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바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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