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아침 침대에서 마경덕 시인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담벼락에 "애벌레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 하나님은 나비가 되게 하십니다"라 쓰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걸 '내가 나비가 되지 않은 것은 아직 끝이 아니다'는 말로 읽었다. 끝이 아니니, 다시 또 건너 가기를 하라는 거다. 아직도 내 심장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유목의 꿈"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박상옥 시인의 시처럼, "나비는 길을 묻지 않는다." "나비는 날아오르는 순간 집을 버린다./날개 접고 쉬는 자리가 집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천지 개벽하는 장소인 고치 안에서 일어나는 변신을 우리는 승화(昇華)라 한다. 고치 밖에서 볼 때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상상하는 것 이상의 폭발적인 변화가 생긴다. 그래서 승화는 고유한 생각과 말이 깊은 성찰로부터 나오는 삶의 방식이다. 승화는 자신의 간절함이 원하는 바를 거침 없이, 자유롭게 행할 때 자신의 삶에 슬며시 일어난다. 그때 자유이다.
그러려면 욕망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소유'에서 '자유'로, '증식'에서 '순환'으로 건너가야 한다. 이는 노동과 화폐가 부여한 배치로부터의 탈주를 시도하는 일이다. 그건 동시에 우리 자신 안에 잠재하고 있는 야생성을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야생적인 신체성을 동력 삼아 삶 전체가 "우주적 순환"(고미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적 순환이란, 가장 먼저 20세기 문명이 만든 몸의 소외를 극복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정신없이 바쁘게 살지만, 몸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직접 목소리로 통화하지 않고, 카톡으로 소통하고, 걷지 않고 여기 저기 차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몸의 정기가 순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밤에 잠을 못 자고, 술 판을 벌려야 겨우 잘 수 있다. "낮의 활동에선 웅덩이처럼 고이고, 밤의 유흥에선 불나방처럼 타오른다."(고미숙) 멋진 표현이다. 그래 나는 어지간하면 걷는다. 몸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와 과열로 불통(不通)이 일어난다. "통즉불통(通則不通)"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통하면 아프지 않다, 또는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낮에 몸을 움직이지 않는 데서 오는 정체와 밤에 '주색잡기'로 일으킨 과열이 작금의 우리들의 불통 모습이다. 이런 상태로 건강을 물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다, "자존감이란 발산과 수렴의 매끄러운 리듬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고미숙)
현대 문명의 대 전제는 소유와 증식이었다. 이러한 배치로부터 탈주하려면, 핵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주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젠 혈연과 가족을 넘어선 우정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유를 향한 걸음을 멈추고 생명의 순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길로 떠나는 "유목의 꿈"을 꾸어야 한다. 정말 집의 시대를 멈추고, 길의 시대로 건너가야 한다. 정주에서 유목으로 건너가야 한다. 여기서 꿈꾸는 유목은 소유와 증식, 서열 및 위계의 세계에서 상이한 방향의 힘들이 각축하고 서로 다른 윤리들이 좌충우돌하는, 무엇이든 실험을 할 수 있고 늘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세계이다. 그걸 우리는 '노마디즘'이라 한다.
유목의 꿈/박남준
차마 버리고 두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짐이 된다
그의 삶에 질주하던 초원이 있었다
지친 것들을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생각한다
한 꽃이 지며 세상을 건너듯이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하겠지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때 머물렀던 것들이 병이 되어 안긴다
아득한 것은 초원이었던가
그렇게 봄날이 가고 가을이 갔다
내리 감긴 그의 눈이 꿈을 꾸듯 젖어 있다
몸이 무겁다
이제 꿈길에서도 유목의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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