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한 담론들이 많이 나온다.
지난 5월 14일 아침 글쓰기에서 고수들은 어떻게 질문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오늘 아침 한근태의 『고수의 질문법』을 읽고 몇 가지 내용을 공유한다.
그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의 요점이 뭐 지?'. '한마디로 줄이면 뭐라고 말할 수 있지?', '그래서 결론은 뭐 지?' 같은 것이라 말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이 잘 정리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래야 하는 말이 간결하고 명확해 진다. 그 간결함은 전문성에서 나온다. 전체와 부분을 다 이해해야 한다. 간결하지 못한 이유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결함이란 본질을 확실하게 파악한 후 얻을 수 있는 결과물로, 그를 위해서는 요약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지난 사진과 시 그리고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1)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한다.
▪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 것인지?
▪ 서론과 본론은 무엇인지?
▪ 오프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 결론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2) 말로 해보는 것이다.
(3) 그리고 말을 글로 옮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정말 완벽하게 정리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도 했다. 회의를 하거나 대화를 하면서, 하소연 하지 말자. 하소연이란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한다. 다른 이사람에게 하소연 하는 것은 만나는 시간과 회의 사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투덜대는 말도 하지 말자. 차리리 침묵하자. 일보다 투덜대거나 하소연 들어주는 데 에너지를 뺏기면 그만큼 일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사람 사는 일에는 에너지를 잘 배분해야 한다. 쓸데 없는 곳에 자기 에너지를 쓰는 것은 괜찮지만, 내 하소연이나 투덜거림으로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잘못이다.
투덜거리지 않으려면, 피해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 피해의식은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름이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름이 다양성으로 존재하여 그 조직을 더 생기 있게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양성은 서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만들어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 만사는 다 양면성이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그러니 그걸로 인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또 무언가를 얻었을 때는 '이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럼 시선이 높아지고, 시각을 다양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한 담론들이 많이 나온다. 코로나 시대 이후의 변화가 새로운 일상이 될 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기본으로 해서 살아가려면 분산대응이 불가피하다. 그래 고민하는 것이 생활권 중심으로 지역 사회가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마을 단위에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면서 민관 협력 방식으로 다양한 주민 활동과 사업을 지원하는 마을 공동체를 생활 중심으로 통합하여야 한다.
그래 우리는 지금 동네에서, 프랑스 파리처럼, <우리 미래 마을 대학>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파리 1대학, 2 대학 하는 것처럼, 교육이 가능한 각각의 공방이나 상점을 대학으로 만들려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동네 마을 제 1대학, 제 2대학을 만들어 가면, 우리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생활권 중심으로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며 골목 상권도 살아날 것이라 희망한다.
나는 코로나-19로 동네 밖을 나가지 않으면서 우리 동네를 재발견했다. 다른 사람들도 집, 일상, 거리, 동네를 새로 발견했다고 한다. 방역 문제에 대해 전국 상황보다 우리가 사는 지역 상황이 더 궁금해지면서, 사람들은 마을 기초 단체의 메시지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생활권이 동네로 좁혀지면서 동네 가게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오프라인 소비는 줄었지만 집 주변에서 소비하는 홈 어라운드(Home Around) 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개성 있는 가게와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이곳을 찾는 소비자가 생활권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 공간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동네가 진정한 의미의 생활권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을 위한 충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라이프 스타일도 바뀌기 시작했다. 골목 생활권 중심이 되면서, 신분 생존, 경쟁, 성실을 강조하는 물질주의에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탈 물질주의로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젠 사람들이 장소 중심으로 살고 일하며 즐기려 한다. 사람들이 골목을 빠져 나가지 않고, 골목으로 오게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번 주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 골목은, 가꾸면, 오늘 아침 사진처럼, 새롭다. 그러면 사람이 올 것이다.
사람이 온다/이병률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 짝을 훑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 또는 어떤 가
마치 그 빛이 사람에게서 뿜어 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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