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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랑의 묘약/오세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만의 보폭을 자각할 때,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 다움'을 만들 수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5월 20일이다. 어제부터 슬로 라이프(느린 생활)를 제창한 쓰지 신이치 교수가 '느림'의 미학을 말하고 있는 『슬로 이즈 뷰티풀』을 읽고 있다. 느리게 간다는 것은 원래 가던 길을 그냥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조절하는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만의 보폭을 자각할 때,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 다움'을 만들 수 있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우리는 '자신 다움'을 잊는다. 나는 최근에 '~다움'이라는 말에 꽂혀 있다. 'Be yourself!' '가장 나 답게 살자!'고 다짐한다. '베스트 원(best one)'이 되려고 안간 힘을 쓰기 보다는 '온리 원(only one), 즉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로서 '나 다움'을 갈고 닦으려, 공부하고 글을 쓴다. 이건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거다. 물론 "없는 대로, 부족한 대로'.

그래 나는 아침마다 글을 쓴다. 그럼으로써 더 나은 나 자신, 더 깊고 지혜로운 또 다른 나와 만난다. 그러면서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려고 고군분투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이다."(마틴 스코세이지) 사적인 것, 개인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며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수고하는 사람에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은밀한 것이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고독한 것이 가장 공동체적이다. 나의 가장 개인적인 시간은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 은밀한 공간에서 자주 하는 짓이 그의 인격이며 성격이다. 고독한 곳에서,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은밀한 생각이 그 자신이다.

동네 곳곳에 그리고 아파트 담벼락에 장미들이 곱게 피었다. 작년에 피었던 그 곳에 올해도 "눈부신 출산"(마경덕)이 이루어졌다. 빛 좋은 아침에 나가 올해도 그곳 사진을 찍었다. 오월은 챙겨야 할 날이 많은 달이다. 노동절을 시작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등이 있는 달이다. 살펴보면 모두 사람을 위하는 날들이다. 오월이 그러한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에 서로 살피는 마음 잃지 말고 '인간 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로 설피는 마음이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비누" 처럼,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풀어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허물어야 결국 남도 허물어진다. 그게 "사랑의 묘약"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사랑의 묘약/오세영

비누는
스스로 풀어질 줄 안다.
자신을 허물어야 결국 남도
허물어짐을 아는 까닭에

오래될수록 굳는
옷의 때,
세탁이든 세수든
굳어버린 이념은
유액질의 부드러운 애무로써만
풀어진다.

섬세한 감정의 올을 하나씩 붙들고
전신으로 애무하는 비누,
그 사랑의 묘약.

비누는 결코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까닭에
이념보다 큰 사랑을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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