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무명(無明) 길/이태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집 주변 햇볕이 잘 드는 공간에는 여지없이 민들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느덧 노란 꽃이 보이더니 이제는 탐스러운 씨방들이 제법 보인다. 민들레 씨앗은 바람만 잘 만나면 1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씨앗과 씨앗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줄로 서로를 붙잡고 있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힘을 빌려 민들레 씨앗은 ‘제2의 탄생’을 꿈꾼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처럼,  민들레 씨방에서 마지막까지 가는 실로 연결되어 버티던 씨앗들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길을 떠나고 있다. 나도, 민들레 씨앗처럼, 어디선가 희망의 바람이 불어와 나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포공구덕(蒲公九德)'

민들레를 한문으로는 포공(蒲公)이라 한다. 또는 민들레의 습성을 비유하여, 한의학에서는 '포공영(蒲公英)'이라고도 한다. 민들레에게서 우리는 배울 점들이 많다. 옛날 서당에서는 뜰에 민들레를 심어, 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매일같이 민들레를 보면서 9 가지의 덕목(덕목)을 교훈으로 삼도록 했다고 한다. 이를 우리는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 한다.
1. 인(忍): 민들레는 뿌리를 밟고 지나다녀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2. 강(剛): 민들레는 뿌리를 자르거나 캐내어 며칠을 말려도 싹이 돋고, 호미로 난도질을 해도 가느다란 뿌리를 내려 굳건히 살아난다.
3. 예(예): 민들레는 돋아 난 잎의 수만큼 꽃대가 올라와, 먼저 핀 꽃이 지고 난 뒤, 다음 꽃대가 꽃을 피우니, 올라오는 순서를 알고 차례를 지켜 피어난다.
4. 용(用): 민들레는 인간에 어린 잎이나, 뿌리를 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바친, 유용한 쓰임새가 있다.
5. 정(情): 민들레는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며, 꽃에는 꿀이 많아, 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다. 내가 좋아하는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에서, 시인 민들레를 "나비의 밥그릇" 같다고 했다. 예쁜 은유이다.
6. 자(慈): 민들레는 잎과 줄기를 자르면 흰 젖이 흘러나와,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 된다.
7. 효(孝): 민들레는 소중한 약재(藥材)로서 뿌리를 달여 부모님께 드리면, 흰머리를 검게 한다.
8. 인(仁): 민들레는 자기 몸을 찢어, 모든 종기에 아주 유용한 즙(汁)을 내어주어, 자기의 몸을 희생시키는 사랑을 지니고 있다.
9. 용(勇): 민들레는 꽃이 피고 질 때,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돌밭이나, 가시밭이나, 옥토(沃土)에 떨어져, 스스로 번식하고 융성(隆盛)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민들레를 잘 관찰해 보면, 민들레는 주변의 풀이 키가 크면 같이 크고, 작으면 자기도 작게 핀다. 주변의 다른 것들을 배려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와 민들레처럼, 나도 "무명(無明) 길"을 어린아이처럼 살며 걸어가리라.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어젯밤은 꿈자리에서 내 뜻대로 안 되고, 오해까지 받아 슬펐다.

그러나, 어제 글에서 썼던 것처럼, 놀이에 빠진 어린아이처럼 살리라.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삶을 유희(놀이) 처럼 사는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는 놀이이어야 한다. 그러면 그저 삶이라는 놀이에 빠져서 그것을 즐길 뿐이다. 오늘도 세월 따라, 인연 따라 살아간다. 어린아이는 조금 전까지 싸우다 바로 다시 웃으면서 어울린다. 과거를 잊는 것이다. 또 하나 어린아이들은 현재를 즐길 줄 안다.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긴다)이란 것은 몰입하고 집중하고 "무명 길"을  걸어 나가는 것이다.

무명(無明) 길/이태수

산 넘으면 산이,
강을 건너면 강이 기다린다
안개 마을 지나면 또 안개 마을이,
악몽 벗어나면 또 다른 악몽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이
잠자도 깨어나도 산 첩첩 물 중중,
아무리 가도 제자리걸음이다

눈을 들면 먼 허공,

그래도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안개 헤치며 마을을 지나 마을로
악몽을 떨치면서 걸어간다
무명 길을 간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무명(無明)이란 어리석음이다. 그래도 우리 삶은 한고비를 넘기면 더 큰 산이 막아 서고, 또 한고비 건너면 더 큰 강이 기다린다. 앞이 안 보이는 안개 마을을 지나면 또 안개 마을이 나타나고, 악몽을 벗어나면 또 다른 악몽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아무리 가도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 제자리걸음일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탐욕의 산을 넘고, 성냄의 물을 건너면서 인생 길을 간다. 어리석은 무명 길일지라도. 그래 오늘 하루도 길을 걸어 갈 생각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이태수 #복합와인문화공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