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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스펀지/권지영

와인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어제는 2주 한 번씩 만나는 함께 책 읽고 인문정신을 실천하자고 만나는 미인모임을 하고 왔다. 미인모임은 미술과 인문학을 합친 말이다. 시작은 양정무 교수의 <미술 이야기>를 같이 읽으며 미술을 통한 인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금년에는 문학 작품 하나와 생태, 에너지,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을 읽으며 상상과 현실의 균형 맞추기를 하기로 했다.

문학작품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최문규 옮김)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택했고, 지구 환경을 위한 책으로는 최원형이 지은 <착한 소비는 없다>이다. 두 번째 책이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수고로움에서 출발합니다.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지금 이 작은 수고로움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이런 실천을 하자고 권한다.
• 물건을 사기에 앞서 꼭 필요한 물건인지 적어도 세 번 자신에게 물어보기
• 80여 가지 광물이 들어가는 스마트폰 수리해서 오래오래 사용하기
•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나와 우리 미래를 생각하는 못 입기
• 식당에서 먹지 않을 반찬은 미리 치워 달라고 하기
•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쯤은 고기 먹지 않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내신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우리 사회의 시대착오적인 현상 중의 하나가 소비주의 문화라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처럼 소비주의가 이렇게 전면적으로 아무런 비판 없이 확장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유럽에는 완전 소비 없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어쨌든 최근에 최대한 소비를 하지 않으려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소비를 최소화 하려 한다.

소비할 때마다, 우리는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가져야한다. 우리의 삶이란 사실 지구에서 잠시 살다가 떠나는 것이고, 지구는 다음 세대인 미래 생명이 살아야 할 터전이므로 소비를 줄이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서 유럽의 많은 학생들이나 어른들은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를 보면서, 우리도 이젠 지나친 소비주의를 부끄러워 해야 한다. 온통 소비만 강조한다.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에 지배적이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생태적 상상력, 환경 윤리 의식을 찾아 보기 어렵다. 야수 자본주의가 판을 친다.

내게 필요한 것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스펀지"이다. 이 시를 소개한 김정수 시인의 덧붙임에서 위로를 받는다. "생명은 한꺼번에 자라지 않는다. 서서히 자라고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혼자 성장한 줄 알지만 물과 햇빛, 정성스러운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인은 생명이 탄생하는 숭고한 시간에서 “초 단위로 살아”야 하는 삶의 절박과 “가녀린 침묵”을 본다. 나는 지금 내마음 둘 곳을 찾는다. 그 곳은 공간일 수도 있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곳이 유토피아일수도 있다. 오늘 사진은 요거트에 함초 소금과 보리 새싹 분말을 넣은 것이다. 둘 다 공동체에서 건강을 생각하라며 선물하신 거다. 여기가 내 마음 둘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내마음 두고, 이제 나도 세상의 스펀지가 되리라.

스펀지/권지영

얇은 솜 위에 올려 둔 콩이
물을 머금더니 발이 튀어나오고
햇빛 닮은 쉼표 하나 찍어준다
초 단위로 살아서
사방으로 뻗어가려고
가녀린 침묵을 세운다
연두로 물들이는 세상 아래
촉촉한 스펀지가 울고 있다
콩 한 알이 울어야 할 슬픔을
모두 뱉아 내고
거룩한 울음 앞에
우두커니 서서
쉼표로 돋아난 발자국을
꼼지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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