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긴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이화은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어제는 어린이 날이라 휴일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4인 이상 만나지 말라는 방역당국의 부탁에 세상이 조용하다. 나는 이른 아침에 주말농장에 나가 혼자 잘 놀았다. 밤사이 내린 비가 갠 후 아침은 막 세수를 한 어린 아이 같았다. 콧등을 스치는 바람은 말 그대로 봄바람이었고, 새들의 지저귐은 사랑의 노래였다. 야채들이 바람을 먹으며 쑥쑥 자라는 소리가 시끄러울 지경이었다.

저녁에는 모처럼 사회적협동조합 <대전혁신2050>의 이사들과 진성 조합원 둘이 두 테이블로 나누어 모였다. 법인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기념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많이 반성했다. 사람을 진심으로 먼저 알아주어야, 내 말도 내 행동도 받아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살면서 기쁨 중의 하나는 크고 작은 감동과 마주할 때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진리를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끼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 진심의 힘은 크고 위대하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는 “다른 사람을 솔직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의 말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평생에 걸쳐 그 말을 보물처럼 여기고 반복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진심이 담긴 말만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 내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니, 그가 나를 받아들이겠는가? 그런데 쉽지는 않다.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 네이버 블로그는 7년 전에 포스팅한 것을 다시 소환시켰다. 그 때 나는 신영복의 <나무냐 나무야>를 읽으며, 가슴을 스치는 문장들을 필사하였던 같다. 이 문장들을 중에 "언언시시(言言是是) 정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황희는시(是)를 말하되 비(非)를 말하기를 삼갔고 소절(小節)에 구애되기보다 대절(大節)을 지키는 재상이었다"가 있었다. 디테일에 머물지 말고 본질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이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그 장점을 이야기 하도록 노력하라는 말로 삶의 지혜를 삼았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새긴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 속에 "언언시시"를 두고 잊지 않을 생각이다.

하나만 더 공유한다. "산판 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배어낸 그루터기에 올라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잘린 부분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노기가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는 일, 잘 사는 방법은 스스로 불편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그래서 다양한 수행의 모든 과정은 사실 '불편'한 것들로 짜여 있다. 편하고 자극적인 기능에 갇히지 않고, '불편'의 상태를 자초하면서 성숙은 시작된다. 사람들은 '근본(道)'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따른다.  근본을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지혜로 자신의 본마음(바탕)을 터득한 것이다. 도가(道家)에서는 이런 본마음, 즉 존재의 근본 상태를 '덕(德)'이라고 표현한다. 덕이 있는 사람은 타인을 압도하는 힘을 갖는다.

오늘도 여러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이 셋이나 된다. 오늘 아침 <인문일기>에서 성찰한 '진실되게 진심으로' 만나고,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 하고, '디테일보다  본질'을 생각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짧다. 실제로 우주의 법칙은 길지 않다. 오늘 아침 사진의 아카시아 나무처럼, 때가 되면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 자신의 수고로 그때 그때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긴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이화은

밤새워
비 내리고 아침
둥굴레순
그 오래 묵은 새촉이 불쑥 뛰쳐 나왔습니다
올봄도 온 우주의 대답이 이렇듯
간단명료 합니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이화은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물은 변한다'  (0) 2022.05.07
얼굴 반찬/공광규  (0) 2022.05.07
눈꺼풀/박소란  (0) 2022.05.06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4)  (0) 2022.05.05
김밥의 시니피앙/정일근  (0)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