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4월이 잔인한 달인 이유는 자연이 매일매일 자신을 변신시키지만, 인간은 주저하고 안주하고 편함에 취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길 가의 나들은 현재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항상 자신이 변화해야 할 모습으로 변한다. 만일 내일도 이런 모습을 간직한다면, 그 것들은 죽은 것이다. 자신이 되어야만 하고 될 수 있는 모습으로 매 순간 변한다. 이런 식으로 우주 안에 있는 만물은 그 개체만의 고유한 성격이 있어, 인간을 제외한 동물과 식물은, 그 고유한 특징을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조화롭게 변신한다. 그 속도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정도이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모든 인간이 세상에 다른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그 신분은 공동체인 도시에서 자기 나름의 고유임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각자 그 고유 임무에 따라 각자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를 그리스어로 '아레테'라 했다. 우리는 흔히 이걸 덕(德)으로 번역하지만, 이해가 쉽지 않은 단어이다. 아레테는 고대 그리스에서 '선, 탁월함, 남성 다움, 힘, 용기, 성격, 명성, 영광, 위엄'이란 의미 뿐만 아니라, '기적, 경의, 경배의 대상'이란 의미도 있다. 이 다양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의 공통점은 '고유(固有)'이다.
우리 모두는 고유(固有)하기 때에, 세상에 하찮은 일은 하나도 없다. 어떠한 일을 하든, 진심으로 헌신하고 노력한다면,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고유하고 귀중한, 즉 고귀(高貴)한 일이 된다. 어제 카톡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내가 직접 검증한 것이 아니라, 그렇지만 감동적이라 공유한다.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게 해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제 아침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 본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영국 런던 캔터베리 대성당에 니콜라이라 부르는 집사가 있었다. 그는 어린 나이때부터 성당의 집사로 청소와 심부름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기 일이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가 하는 일 중에는 시간에 맞춰 성당 종탑의 종을 치는 일이 있었다. 그는 얼마나 제 시간에 정확하게 쳤던지 런던 시민들이 도리어 자기 시계를 니콜라이 종소리에 맞추었다고 한다. 그의 자녀들도 그의 엄격한 모습에 영향을 미쳐, 두 아들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서 대학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노환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였는데, 가족들 앞에서 의식이 점점 멀어지던 그가 벌떡 일어나, 종탑으로 갔다고 한다. 바로 그 때가, 평생 성당을 쳤던 바로 그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정확한 시간에 종을 치고 종탑 아래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소식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왕국 황실의 묘지에 그를 안장(安葬)해 주었고, 그의 가족들을 귀족으로 대우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들은 그날 하루 일하지 않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으며,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난 그 날이 공휴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심부름꾼, 청소부, 종치기 였지만, 자신의 의지와 헌신과 노력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고귀한 것으로 만든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하찮은 것인지 고귀한 것인지는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하찮은 일이란 없는 것이다.
오늘은 주말농장에 나가, 넓은 천막 하나를 공동으로 만든다. 벌써 그곳에서 흙을 만나고, 정직을 배우며 땀 흘린 지가 어언 5년 차이다. '발가 벗은 힘'을 기른다고 시작한 것이 이젠 많이 배웠다. 일단 겁이 안 난다. 이런 봄날에는 실제 같이 갈 예쁜 여자도 없으면서, 김용택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사진은 우리 동네 초등학교에서 어제 오후 걷기 운동을 하다가 찍은 것이다. 제비 꽃이다. 코로나 19로 카바레가 문을 닫아, 제비 꽃이 여기 저기서 난리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봄날/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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