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고미경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들뜬 내 마음에 간이역을 세워 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끝없이 여행을 한다. 그것들의 목적은 여행 자체이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하는데 있지 않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또 하나의 '간이역'이다. 그래 나는 오는 것 막지 않고, 가는 것 붙잡지 않는다. 붙잡는다고 갈 것이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등떠민다고 오는 것이 가는 것도 아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인연에 맡기고,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고미경

간이역에 와 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 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따스함으로 그렇게
천천히, 세상은 부드러워져갔네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가슴 안쪽에 간이역 하나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군가의 봄비가 되지 못하리

#인문운동가박한표 #파리10대학문학박사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고미경 #와인비스트로뱅샾62 #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