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5일)

이제 노자 <<도덕경>> 제8장의 정밀 독해를 한다. 이 장은 물의 속성을 가지고, '천도(天道)'로부터 연역된 '인도(人道)'를 운영하는 훌륭한 태도는 바로 물과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멋지게 말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거다.
上善若水(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故幾於道(고기어도)
居善地(거선지) 心善淵(심선연) 與善仁(여선인) 言善信(언선신) 正善治(정선치) 事善能(사선능) 動善時(동선시)
夫唯不爭(부유불쟁) 故無尤(고무우)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공을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도 가기를 좋아하고 흐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여기까지 해석으로 거의 다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러나 '물의 7가지 덕성(德性)'이라는 다음 문장은 해석이 다양하다. 물을 빌어 '도의 덕성'을 표현한 것이다. 우선 도올의 번역을 공유한다. "살 때는 땅의 형편에 맞게 하기를 잘 하고, 사람을 사귈 때는 어진 마음을 가지기를 잘 하고, 말할 때는 신험 있는 말하기를 잘하고, 다스릴 때는 질서 있게 만들기를 잘하고, 일할 때는 능력 있게 하기를 잘하고, 움직일 때는 바른 때를 타기를 잘 한다." 너무 짧아서 그렇다. 도올은 여기서 "선(善)"을 "-에 능하다", "-하기를 잘 한다'로 해석하였다.
최진석 교수는 "거처함에 땅을 잘 고른다" 대신, 물과 같은 덕을 가진 사람은 살아가면서 낮은 땅에 처하기를 잘한다"고 해석하였다. 여기서 "지(地)"는 땅을 말하지만, 사실은 그 낮게 처하는 성질에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 교수는 "여선인(與善仁, 사람을 사귈 때는 어진 마음을 가지기를 잘 한다)" 대신 백서본에 나온다는 "여선천(予善天)"을 텍스트로 택하고, "베풀어 줄 때는 천도처럼 하기를 잘 한다"로 해석하였다. 하상공을 따라, 최 교수는 천(天)을 "베풀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것으로 보았다. 최교수는 '여(與)'와 '여(予)'를 '주다'라는 같은 의미로 보았다. 도올은 '여'를 '더불어'로 보고, '사람과 사귈 때"로 보았다.
나는 <사이언스타임즈>의 권영일 논설위원의 해석이 마음에 든다. "몸은 낮은 곳에 두고, 마음은 깊은 곳에 두며, 베풂은 인(인)에 맞게 하고, 말은 신의가 있게 한다. 정사(정사)는 자연스러운 다스림에 맞게 하고, 일을 능률적으로 하며, 행동은 때에 맞게 한다."
박재희 교수는 이건 물의 정신이라면서,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 물은 연못처럼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은 아낌없이 누구에게 은혜를 베푼다. 물은 신뢰를 잃지 않는다. 물은 세상을 깨끗하게 해준다. 물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물은 얼 때와 녹을 때를 안다"고 해석하였다.
<한국역사문화신문> 유시문 기자는 이렇게 해석했다. 마음에 든다. "거할 떼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잘 하고, 마음을 쓸 때는 그윽한 마음가짐을 잘 하고,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사랑하기를 잘 하며, 말을 할 때는 믿음직하기를[하게 하기를] 잘하고, 다스릴 때는 질서 있게 하기를 잘 하고, 일 할 때는 능력 있게 하기를 잘 하고, 움직일 때는 능력 있게 하기를 잘 하고, 움직일 때는 타이밍 맞추기를 잘한다."
최종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읽는다. "설자리는 아주 낮은 곳(땅)을 찾고, 마음은 깊은 연못 같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차분하고 고요하게 잘 유지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데는 사사로움이 없이 하고, 말을 하는 데는 잘 신뢰할 수 있게 하고, 바르게 함으로 잘 다스리고, 일을 도모함에 재능에 잘 맞게 하고, 움직임에 때를 맞춘다."
마지막 문장, " 夫唯不爭(부유불쟁) 故無尤(고무우)"은 "오로지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노자가 이 장에서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은 바로 부쟁(不爭)이다. 다투지 말라는 거다. 적은 이익을 갖고 다투지 말고, 남과 싸우지 말라는 거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 것, 부쟁이 물의 특성이다. 사람들은 낮은 곳에 처하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물은 낮은 곳으로 가기를 스스럼 않는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가면 절대 다툼이 생길 일이 없다. 높은 곳에 처하다 보니 내려 갈 줄 모르니 썩고 있는 것이다.
물은 자신 앞에 있는 사물들을 장애물로 생각하거나 그것들과 갈등을 빚는 일이 없다. 그저 휘감고 돌거나 비켜갈 뿐이다. 사물들은 땅에다 뿌리를 박고 위를 향해 성장한다. 사람들도 똑같다. 그러나 물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 낮고도 더러운 곳을 행해 흐른다. 그리고 낮고 더러운 곳에 머물며 다른 사라들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이롭게 한다. 거기서 생명을 불어넣고 또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바로 도를 체득한 자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도가 운행하는 모습과 가장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몸을 낮춰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갈등도 업고, 갈등이 생겨나는 허물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물은 양면성이 있다. 물은 동시에 홍수의 격랑과도 같이 모든 차별을 쓸어 내버리는 막강한 쟁(爭)의 힘을 가지고 있다.
골짜기의 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이 적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된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오판하는 독재자와 억압받는 힘없는 민중이 동시에 새겨야 할 물이 주는 교훈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은 힘이 없어 언제나 당하고 사는 약한 존재이지만 의식을 깨우치면 무한한 힘으로 결집될 수 있다. 물은 모든 생물을 이롭게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쓸어 버린다.
또한 공기나 물이 없으면 생물이 존재할 수 없고, 시민이 없으면 국가가 존재할 수도 없다. 물이 생물에 절대적 존재이듯이 국가에는 시민이 절대적 존재이어야 한다. 태산 같은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조금씩 스며드는 물에서 시작한다. 이런 다양한 물로 배우는 처세(處世) 이야기는 블로그로 넘긴다. 오늘 아침 글을 마치면서, 오강남 교수가 시처럼 번역한 제8장을 공유한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물에서 배운다/노자(오강남 역)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낮은 데를 찾아가는 자세
심연을 닮은 마음
사람됨을 갖춘 사귐
믿음직한 말
평화로운 다스림
힘을 다한 섬김
때를 가린 움직인
겨루는 일이 없으니
나무람 받을 일도 없습니다.
물처럼 산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변화와 한 호흡으로 사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방법인 것은 동의한다. 그런데 사실 물처럼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공을 세워 자랑하려 하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는 더 그렇다. 어제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아침 글에 가짜 뉴스를 인용했다는 거다. 그 지적도 믿지 못하는 말이지만, 그냥 철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구용 교수의 다음 두 질문은 우리 모두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질문 (1)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①국가를 대표하고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이자 권력자를 선출하는 것인가? ②주권자인 국민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의견과 의지를 모으면서 합의한 것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인가? 둘 다 맞다. ①은 결과에, ②는 과정에 초점이 있다. 그런데 나쁜 정치는 ①에만 몰입한 나머지 ②를 무시한다." "사표. 죽을 사, 투표 표. 죽은 표! 낙선한 후보자를 지지한 표는 죽었다! 누가 만든 말일까? 대부분의 나라에선 ‘상실된 표’란 말을 쓴다. 승리하지 못한 주권자의 의견과 의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말은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나라, 일본의 말이다. 우리말로 사표는 없다. 모든 표는 그 나라의 심장이다."
질문 (2) "정권교체? 이 프레임을 내세운 이들 로부터 바꾸고 싶은 정치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친미, 반중 안보·경제 체계 구축’ ‘북한과는 적대, 일본과는 교류 강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통제, 검찰권과 사법정의는 강화’ ‘친환경 미래 에너지는 축소, 원자력은 강화’ ‘여성가족부는 폐지, 저임금 노동시간은 연장’. 이런 것들이 정권교체를 바랐던 이들의 중첩적 합의사항인가?"
오늘 같이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회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처세(處世)의 한 방법일 수 있다. 가급적 물처럼 살아 보고 싶다.
▪ 물은 자신의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릇에 따라, 물은 모양을 달리 한다.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 그러나 낮은 곳으로만 흐르다가 마침내 도달하는 것 곳은 드넓은 바다이다. 물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자신이 가야할 곳, 바다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고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 물은 고이면 썩는다. 항상 웃물이 아랫물로 바뀌어야 살아 있는 물이다. 현기영의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에서 읽은 내용이다. "인생이란 앞 강물, 뒷 강물하면서 흘러가다가 하구에 이르면 바다로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난 바다로 안 갈래'하면서 버티면, 그게[ 웅덩이가 돼서 고이고 썩는 것이다. 그러면 노년이 추하다. 자연스럽게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리면 된다. 그래서 나이 들면 자연과 잘 어울려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그렇게 너나없이 흙으로 돌아간다. 그때까지 주어진 길을 꿋꿋이 헤쳐 나아갈뿐, 누구라도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진 못한다.
▪ 물은 스며들어 없어지면서도 자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
▪ 물은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물은 평상시에는 골이진 곳을 따라 흐르며 벼 이삭을 키우고 목마른 사슴의 갈증을 풀어준다. 그러나 한 번 용트림하면 바위를 부수고 산을 무너뜨린다. 또한 물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즉 가장 약한 힘인 듯 보아는 한 방울의 물들이 계속 떨어질 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환경도 변화시킨다.
우리도 이 물과 같이 모나지 않고 유연하게 다양한 사람을 너그럽게 포용하고 정의 앞에 주저하지 말고 용기 있게 대처하며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낮추는 현명한 삶을 살아야겠다. 내일은 "태일생수(太一生水)"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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