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4일)

나는 민주당의 선거 패인을 정리하지 못하던 참에, 어제 만나게 된 유시민 작가의 복기(復記)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다음과 같이 5가지 패인을 지적하였다.
1. 부동산 정책 실패
2. 민주당의 보수화
3. 기득권들의 미디어 장악
4.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실패
5. 국민들의 우둔함
이 5가지 중에서 1, 2 그리고 4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본다. 인문 운동가의 입장에서 보면, 3과 5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아직 멀었다는 비관과 동시에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교차하였다. 현재로서는 비극적이고, 비관적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발소에서나 만나던 푸시킨의 시가 나를 크게 위로한다. 오늘 사진은 "천지불인(天地不仁)"의 표상이다. 자연은 나무의 한 가지도 희생시키지 않는다. "천지불인"은 천지의 운행이나 활동, 그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감이나 바램과 무관하게 그 나름대로의 생성법칙과 조화에 따라 이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좀 야속하고 때로는 무자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과 땅 그리고 성인들로 대표되는 도(道)는 인간적 감정에 좌우되어 누구에게는 햇빛을 더 주고, 누구에게는 덜 주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유시민 작가에 의하면, 일찍이 러셀은 미디어로 인해 모든 의견이 획일화되고, 지능에 의해 계급이 나뉘는 세상이 올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유작가는 지금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사람들 참 책을 안 읽습니다. 새로운 정보에 둔감하고 자극적인 유튜브를 좋아합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과 배움보다는 자극을 좋아하는 20대 남성들이 더 쉽게 속았을 겁니다. 앞으로 그들에게 자업자득이 될 겁니다." 이 점이 인문 운동가로서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유 작가의 분석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티비 토론을 보고 윤석열과 그의 부인에 대해서 잘 알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국민들의 우둔함"에 대한 지적이다. 유 작가는 "아직도 기생 정치를 하고 쩍벌에 도리도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우리 국민들의 문제"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였다. "도덕성, 철학성이 상실된 시대. 조금 사기 치고 위선적이더라도 돈만 벌게 해 주면, 나에게 내가 원하는 쾌락만 주면 된다는 쾌락주의가 시대정신이 된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습니다." "머리를 흔들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거만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산만한 마인드를 가졌는지를 나타내고, 무엇보다 그의 삶을 보면 적어도 이런 사람은 당구장에서 당구만 쳐야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아야 하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는 국민의 문제입니다. 아직 국민성이 성숙하지 않아서 입니다." "회사에서도 아직은 술 좋아하고 아부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들 보다 잘 나가는 사회가 우리나라입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렇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판단력과 통찰력이 없는 우리 국민들 탓입니다. 슬프지만 아직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국민들의 우둔함'이 대선의 가장 큰 패배 요소이라는 말이 안타깝고 슬프다. 경제와 사회는 21세기를 가고 있는데, 국민의 수준은 20세기로 퇴보하고 있다. 역사의 진보가 아닌, 퇴보의 선택에 마음이 답답하다. "나는 누가 되어도 살아가는데 지장 없다"고 하지만, 청년들은 알바비가 깎이고, 노동강도는 심해지고, 상시해고의 위험에 시달리며, 노인들은 복지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등 나의 자식과 부모님은 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우둔함이 선택한 자업자득인 것인데 말이다.
유 작가의 다음 지적은 분명히 집고 넘어갈 문제이다. "한국이란 나라는 분단된 조그마한 땅에 많은 인구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며,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가 팽배하고, 남북 모두 같은 민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인 세대들이 아직도 많은 소유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소위 기득권들의 허위, 과장, 그리고 편협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회입니다. 이런 곳에서 바른 시대 정신을 갖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조국 사태,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법카, 아들 문제는 적어도 제 관점에서의 실패 원인에서는 배제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체 게바라는 혁명가는 금욕주의자가 되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윤석열 장모와 부인의 문제, 장재원 아들 문제, 곽상도 의원 아들 문제, 김성태, 권성동 의원의 채용비리 등등 국민의 힘과 윤석열 패거리들의 비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요. 그저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들은 항상 돈 주는(또는 돈을 벌게 해 주는) 당을 좋아할 수밖에 없지요. 아직도 신자유주의 노선을 맹종하고 이 나라를 필리핀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국민의 힘과 재벌 등의 기득권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봅니다."
너무 하소연을 한 듯하다. 그러던 중, 아침에 깊은 통찰을 주는 박구용 교수의 글을 만나 마음이 정리되었다. "사표. 죽을 사, 투표 표. 죽은 표! 낙선한 후보자를 지지한 표는 죽었다! 누가 만든 말일까? 대부분의 나라에선 ‘상실된 표’란 말을 쓴다. 승리하지 못한 주권자의 의견과 의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말은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나라, 일본의 말이다. 우리말로 사표는 없다. 모든 표는 그 나라의 심장이다."
내가 찍은 표는 다음 두 가지 가치를 갖는다. (1) "정권교체? 이 프레임을 내세운 이들 로부터 바꾸고 싶은 정치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친미, 반중 안보·경제 체계 구축’ ‘북한과는 적대, 일본과는 교류 강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통제, 검찰권과 사법정의는 강화’ ‘친환경 미래 에너지는 축소, 원자력은 강화’ ‘여성가족부는 폐지, 저임금 노동시간은 연장’. 이런 것들이 정권교체를 바랐던 이들의 중첩적 합의사항인가?" 나는 아니다. (2)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①국가를 대표하고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이자 권력자를 선출하는 것인가? ②주권자인 국민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의견과 의지를 모으면서 합의한 것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인가? 둘 다 맞다. ①은 결과에, ②는 과정에 초점이 있다. 그런데 나쁜 정치는 ①에만 몰입한 나머지 ②를 무시한다." 나는 ②를 위해 투표를 했다. 그래 당당하다.
제20대 대통령은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의 역사적 의무이기도 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모든 것은 새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반쪽짜리가 되기 싫다면, 진정으로 모두가 윈윈하고 상생하는 나라로 만들려면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나만 옳다는 독선, 대선에 승리한 자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상대 진영을 패자로 몰아붙이는 반쪽짜리 승리로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갈 수 없다. 대선에서의 승자든 패자든 모두가 승리자가 되게 만드는 정치가 돼야 한다. 이게 존경 문화이다. 다른 이를 존중하는 문화이다. 그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자존감을 갖추게 한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사람들을 가치관이 아닌 우리에 대한 행동으로 평가"하는 거다. 요즘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마치 적대하는 것처럼 느껴 지기 쉬운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가치관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게 친절한지를 생각해야한다. 누구나 각자의 가치관이 있기 마련이다. 가치관은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존중심을 갖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여러 이점이 있다. 이건 그들의 가치관 때문이 아니다. 나를 수련 시키는 좋은 통찰이다.
우리는 노자 <<도덕경> 제8장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라는 말로부터 다음과 같이 물의 이미지가 주는 네 가지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제는 1)과 2)를 이야기 했고, 오늘은 3)과 4 이야기를 하고, 제8장 원문을 깊게 읽을 예정이다.
1) 물로부터 겸손을 배울 수 있다.
2) 물로부터 여유를 배울 수 있다.
3) 물로부터 부드러움, 아니 유연함을 배울 수 있다.
4) 물로부터 자신만의 이익 추구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철학을 배울 수 있다.
물로부터 유연함, 아니 부드러움을 배운다. 물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물은 자신을 상대에게 맞춘다. 물은 가방처럼 상대를 자신에 맞출 것을 요구하지 않고, 보자기처럼 자신이 먼저 변해서 상대를 끌어안는다. 우리는 물로부터 경직됨이 아닌, 유연함, 아니 부드러움을 배운다. 물은 어떤 모습으로든지 변화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바꾸면서 바다로 흘러간다. 물은 네모로 들어가면 네모로 변하고, 세모로 들어가면 세모로 변화된다. 물은 둥근 웅덩이로 들어가면 둥글게 변하고, 계곡을 만나면 숨 가쁘게 달리기도 하고, 절벽을 만나면 과감하게 뛰어내려 아름다운 폭포를 만든다. 폭포 아래로 떨어진 물은 다시 급 물살을 타고 아래로 빠르게 흐르다가, 너른 평지를 만나면 유유히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물은 산이 가로 막으면 멀리 돌아서 가고, 바위를 만나면 자신을 나누어 비켜갑니다. 물은 다투지 않는다. 이처럼 물은 주위 환경에 따라 자신을 맞춰가면서 부드럽게 흐른다. 물은 유연하게 흐르지만, 때로는 엄청난 힘으로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바다를 향해 말없이 흘러간다. 우리도 주어진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자세를 물로부터 배워야한다.
다시 말하지만, 물은 아래로 흐르다 장애물에 부딪히면 걸림돌로 삼아 다시 아래로 흐른다. 물은 장애물 앞에서는 먼저 굽히고 휘어지고, 보자기처럼 자신을 낮춰 상대를 끌어안는다. 물은 그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융통성이 뛰어나다. 물은 유연함과 부드러움이 결국 가장 강하다는 점을 몸소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물은 먼저 굽히지만 꺾이지 않고 먼저 휘어지지만 비굴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물은 굽이굽이 흐르지만 조용함 속에 치열함이 숨어 있고, 여유로움 속에 긴장감이 있으며, 유연함 속에 강함이 돋보인다. 우리는 물로부터 부드러움, 유연함이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물이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점을 배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그러면서도, 물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간다. 잘 알다시피 물은 사람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자연이 준 귀중한 선물이다. 물은 낮고 비천한 곳으로 흘러가며 만물을 귀중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소외된 곳으로 찾아가 꿈과 희망을 준다. 메마른 논밭에 내리는 비는 모든 농작물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고, 건조한 대지에 내리는 비는 타는 목마름을 달래주는 갈증 해소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물은 언제나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살아간다. 물은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세상의 흐름과 함께 유영(遊泳)하는 것이다. 물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다투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 만물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고로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는 성선약수(上善若水)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물은 흘러가면서, 그냥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자양분을 제공한다. 우리는 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물이 없으면 모든 생명체가 자랄 수 없다. 물은 이처럼 낮은 데로 흘러가면서 만물에게 아낌없이 주고 간다. 물은 계산하지 않고, 이해타산과 득실을 따지지 않는다. 우선 먼저 주고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은 ‘give and take’가 아니라 ‘give and give’의 철학을 지키면서 흘러간다. 그러다 물은 마침내 바다에서 모두 만난다. 세상의 모든 물이 마침내 바다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모든 물이 바다에서는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바다의 물은 이제 뜨거운 태양 볕 아래 바람을 벗 삼아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거기서 갖가지 형상의 구름으로 변신한다.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셈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사진하나_시하나 #푸시킨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2022_대선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다시 한번/손월언 (0) | 2022.03.15 |
|---|---|
| 봄비/이수복 (0) | 2022.03.15 |
|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 달고 싶다/윤재철 (0) | 2022.03.14 |
| 프랑스의 루아르 지방 와인을 만난다. (0) | 2022.03.14 |
| 행복의 문/헬렌 켈러 (0) | 202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