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벌써'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2월이 시작되는 금요일이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긴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세월이 빠르게 흐르지만, 오늘은 사랑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마음이 따뜻해 진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속에서 무엇이 진행되는가? 우리는 그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를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누군가가 멋지다는 것을 서로 발견하는 일이다. 내가 내 일상 속에서 늘 원하는 것 가운데 한 가지가 가치 있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때 그들은 내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서로의 관계 속에서 내가 가치 있는 한 부분을 차지게 된다.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 깨지는 경우는 가치 있는 존재가 같은 방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 사랑이 깨진 것이다. 가치를 몰라주니, 사랑이 갈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부재한 관계는 가치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사랑이 부재한 작은 공동체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에 대한 마음을 소극적으로 가두면, 우리는 바로 타자의 가치를 알아보는 우리의 감지 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결국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감각까지 마비시킨다. 나의 밖에 있는 모든 것들 속에서 사랑을 찾는 눈길을 보내는 2월을 보내고 싶다. "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주변의 것들 속에서 가치를 찾아 보리라. "세계는/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드러내 밝힌다."고 시인은 말한다.
2월/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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