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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딜(Deal)과 기본 교육

1543.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2021년 2월 19일)

협상하는 사회를 위해,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딜(Deal)을 가르쳐야 한다.

 

어제 아침부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두 개의 버전으로 공유했다. 나는 10여 개의 단체 카톡이 있다. 내가 만든 것은 아니고, 아침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썼더니 초대를 받은 것이다. 어차피 쓴 글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인문운동가로서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동안 귤과 사과 증을 먹다 보니, 귤은 그냥 껍질을 벗기기만 하나, 수고스럽지 않아 귤이 고마운 줄 모른다. 사과는 내가 직접 깎아 먹는 수고를 하니 더 맛있었다. 거기서 통찰을 얻었다. 글도 필요에 의해 찾아 읽어야 맛있다. 그냥 받아 먹는 글은 곧 잊혀지고, 내 삶의 변화에 사용되지 않는다.

 

모든 SNS로 오는 모든 메시지를 읽지 않지만, 감(感)을 작동시켜 한 두 개의 글을 읽는다. 개인적으로 링크한 기사는 안 여는 경향인데, 며칠 전에는 박태웅이라는 분의 기사 제목이 끌려 열었다가, 그 글을 여러 번 읽었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매우 일치하는 글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부터 여러 번에 걸쳐 함께 공유한다. 멋진 담론들이다. 그 중 오늘은 또 다른 두 가지만 공유한다.

 

하나는 협상하는 사회를 위해, 학교나 가정애서 아이들에게 딜(Deal)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Deal을 몰라 진영 싸움을 한다고 본다. 세상에는 상대가 있다는 것, 혼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생활로 익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본을 회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어릴 때부터 변화구와 같은 기술을 빨리 사용해 상대를 제압하면, 다시 말해 기술로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하는 동작이 사라진다. 무리하니 부상도 온다. 150㎞ 이상 던지려면 기본적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를 한 편 공유한 다음에 이어가겠다. 시도 일부만 공유한다. 좋다고 감이 오면 찾아 보시라. 아니면 적어도 제 블로그 찾아 오시라. 요즈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머리가 무겁다. 나 혼자 고민하는 것이다. 세상이 코너워크를 하며 돌다 보니, 진짜와 가짜가 구별된다. 나부터 정신 차리고 싶다. 경주에서도 코너워크 할 때 순위가 바뀌는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 정보화로 이어지는 직진 코스를 달렸다. 그러다가 코로나라는 코너를 우리 모두 돌고 있는 중이다. 이 코너를 돌고 나면 생명화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생명이 가장 중요한 테제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 반 생명적인 것들은 절대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좀체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이 들지않는다. 이게 맞나 싶다 가도 금세 의심이 생긴다. 그래 나는 고전을 많이 읽는다. 요즈음은 <장자> 원문을 대조하며 천천히 읽고, -라이팅하고 있다. 그러나 빨리 봄이 , 주말 농장에 나가고 싶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상추 크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는 것이 꾀 중에서는 제일"이기 때문이다. 오탁번 시인의 시는 즐겁다.

 

 

이별/오탁번

 

우리는 너무 빨리 사랑을 하고

너무 빨리 이별을 하네

눈꼬 보러 가는 늙은 농부처럼

미꾸리 잡아먹던 두루미가

문득 심심해져서

뉘엿뉘엿 날아가는 것처럼

사랑하고 이별할 수 있다면!

솔개가 병아리 채가는 것처럼

쏜살같이 빠르게는 말고

능구렁이가 호박넌출 속으로 숨듯

허수아비 어깨에 그림자 지듯

느려터지게는 말고 그냥 느리게

 

한평생이라야

구두끈 매는 것보다 더 금방인데

우리는 너무 빨리 이별을 하고

너무 빨리 사랑을 하네

이메일 메시지야

한 손가락으로 단숨에 지울 수 있지만

수많은 새벽과 노을녘은

눈썹처럼 점점 또렷해지는데

메뚜기 떼 호드득호드득 뛰는

고래실 고마운 논배미를

무심히 바라보는 것이

꾀 중에서는 제일인데 말이지

 

 

 

 

협상하는 사회를 위해, 학교나 가정애서 아이들에게 딜(Deal)을 가르쳐야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왜 우리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그렇게 물어뜯으며 싸우는지 몰랐다. 그런데, 딜(deal)을 가르치는 실질적인 교육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딜을 하는 장면이다. 심지어는 서너 살 먹은 어린 아이 하고도 내가 이것을 할 테니 너는 저것을 해줄 테니 하며 묻고는 “딜”이라는 대사와 함께 주먹을 마주친다. 세상에는 상대가 있다는 것, 혼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생활로 익히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우리의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의 성격과 목표는 다음과 같다고 소개했다. 읽기도 어렵다. “도덕적인 인간과 정의로운 시민이라는 중첩된 인간상을 지향점으로 삼아 21세기 한국인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인성의 기본 요소인 핵심 가치를 확고하게 내면화하고, 학생의 경험 세계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둘러싼 현상을 탐구하고 내면의 도덕성을 성찰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을 추구하는 ‘도덕함’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교과이다.” 도덕함, 참 어려운 말이다.

 

'도덕함'에 대해선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도덕과에서 추구하는 도덕함은 학문적 탐구로서의 윤리학 공부나 윤리 사상사에 관한 지적 이해를 넘어서서, 한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도덕 현상에 대한 민감성에 기반을 둔 관심과 분석, 그 도덕 현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 내면에서 작동하는 도덕성에 관한 성찰과 실천 과정 자체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박 이사장의 말처럼, 나도 추상적인 표현들이라 쉽게 이해하긴 어렵다. ‘내면의 도덕성을 성찰하고, 스스로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을 추구하는 도덕함의 시간과 공간’이라거나, ‘개인 내면에서 작동하는 도덕성에 관한 성찰과 실천과정 자체’라는 서술은 개인의 내면을 향하는 우리 도덕 교과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박 이사장의 말을 들어본다. "‘타협을 하느니 도끼로 목을 쳐 달라’는 선비의 굳은 절개는 지금도 추앙되는 높은 가치다. 이런 것들이 내면 지향의 교육과 만나 ‘갈등 사회'의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현재 우리 한국인의 문해능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가깝다. 특히 한국의 성인 문해력이 더 심각하다. 2013년 OECD에서 PIAAC(성인대상 국민 역량 평가)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의 16-24세는 상위권에 있었지만, 55-64세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25세를 기점으로 수준이 내리막을 탄다. 질 낮은 대학 교육과 너무 많은 노동시간 등으로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 같다. 민주주의는 말과 글로 하는 것인 만큼, 문해력이 떨어지면 사회를 민주적으로 이끌 수 없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복잡한 문제를 협력해서 해결하는 능력이나 빨라진 세상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감수성도 함께 떨어진다.

 

문해력과 마찬가지로, 청취력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상대의 얘기를 제대로 경청한 뒤 토론하고 그래서 합의안을 찾는 것, 타협하는 법이 우리의 (입시) 교육에는 빠져 있다. "도덕적 개인은 가르치되 합리적인 시민을 가르치지 않는 것, 신독(愼獨)하되 협업하지 않는 것, 현대 한국사회의 공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공교육을 대학까지 정상적으로 다 마쳐도 계약서 한 장을 제대로 못쓰고, 취업을 위해 애는 쓰지만 노동법은 읽어본 적도 없고, 딜은 영화에서나 본 적이 있는 교육은 명백히 고장이 나 있다." 박이사장의 지적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뉴런처럼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의 사회에서 이런 결점은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도끼를 치우고, 상소문을 던져버리고, 초연결사회를 사는 현대 시민의 옷을 입어야 한다. 상대의 말을 깊이 경청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안을 마련해 손을 맞잡는 경험을 어릴 적부터 가르쳐야 한다."

 

두 번째로 기본을 회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기본이 없다. 시속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가 사라진 사회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야구 선수 이승엽은 한 기사에서 중학생들의 야구시합을 보다 깜짝 놀랐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한 투수가 15개 연속 변화구를 던진 것이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유소년 시기는 어깨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이렇게 보내서는 부상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야구협회와 메이저리그의 가이드라인 '피치 스마트'(Pitch Smart)에 따르면, 커브는 14∼16세 이후, 슬라이더는 16∼18세 이후에 연습하기를 권고한다. 어린 나이의 커브 연습은 투수의 팔 통증을 1.6배 증가시키며,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의 팔꿈치 통증 발생률을 85%나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11살에 커브, 12살부터 슬라이더를 배우기 시작해 커브는 13세(23.7%), 슬라이더는 15세(21.5%), 싱커는 16세(25.0%)에 가장 많은 선수가 던지기 시작한다.

 

대구 북구 유소년팀의 홍순천 감독은 한국 투수들이 리틀 야구에선 세계 최강이다가 성인이 되면 미국, 일본 선수들에 뒤지는 이유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변화구와 같은 기술을 빨리 사용해 상대를 제압한다. 그러나 기술로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하는 동작이 사라진다. 무리하니 부상도 온다. 150㎞ 이상 던지려면 기본적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야구 뿐만 아니라 육상, 수영, 배드민턴, 요가와 같은 다양한 종목으로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 지도자는 재미있게 끌고 가는게 중요하다.”

 

어릴 때 변화구를 가르치면 커서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도 입증된 사실이다. 이웃 일본만 해도 구속이 150km를 넘기는 투수가 해마다 등장한다. 어릴 때는 변화구를 익힐 때가 아니라 홍순천 감독의 말처럼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할 때다. 변화구는 언제든 익힐 수 있지만, 반응속도와 근력, 시간능력은 이때를 놓치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글씨를 써라”에 머무르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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