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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깡통 / 곽재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저녁에는, <뉴스1>의 이길우 기자가 최진석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길지만 두 번이나 읽었다. 거기서 만난 흥미로운 것 다섯 가지를 공유한다.

(1) 우리가 소크라테스에게 열광하는 것은 인간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철학자 소크라테스이다. 철학자와 한나절을 만나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하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줘버리겠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 시선의 높이를 최고 도로 높이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기업이든, 국가이든, 개인으로 어느 누구든지 각자가 가진 시선의 높이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없다.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의 시선은 인간이 지적으로 가질 수 있는 시선 가운데 가장 높다. 시선의 높이에 따라 영향력과 통제력이 달라진다. 나는, 사람들이 내 말을 귓등으로 흘려 들으면, 그냥 시선의 높이가 낮구나 하며 말하기를 그칠 생각이다. 시선의 높이 따라 영향력과 통제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선이 높으면 영향력과 통제력은 커진다. 철학적 시선과 인문적 시선은 같은 말이다. 둘 다 인문적 소양이 많은 시선이다. 인문적 소양은 선도력을 키워준다. 선도력을 발휘하는 나라는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이고, 선도력은 상상력과 창의성에서 시작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지적인 활동인데, 이는 인문적 시선의 높이에서 나온다.

(2)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이 말은 100% 다 맞는 말은 아니다. 행복이란 맛있는 거 먹고, 일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관련된 것들을 많이 생각하지만 이와 같은 소소한 행복도 삶에서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 있을 때만 약속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흔히 소확행(사소한 것에 확실한 행복)을 이야기 한다. 이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다. 일상의 작은 일들이 주는 행복이 그가 누리는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 큰 행복에 빠져 있다가 작은 행복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작은 행복을 연료로 큰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소소하고 작은 행복이 그의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자잘한 행복이 전부인 줄 알면 하루키에게 속은 것이다. 소확행이 전부인 젊은이는 자기의 포부나 꿈이 없이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나 먹으며 얻는 심리적 만족감이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3) 예민하여야 한다. 문제 해결 방식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유'들 끼리 연결 시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창조는 연결이라 했지만, 아무 거나 연결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 있는 '유'들끼리 연결되어야 한다. 창의력의 핵심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두 개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나오고, 그것 때문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된다. 변화가 야기 되는 것이다. 변화가 중요하다. 문화는 그 선회(旋回)하는 변화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화를 야기하려면 정답이 아니라 우선 삶 속에서 어떤 불편함(문제)을 느껴야 한다.

(4) 우리 사회는 온통 예능에 빠져 있다. 중요한 것은 예능에만 빠진다는 것이다. 예능과 대척 점에 있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은 생각하며 즐겨야 쾌락이 온다. 반면 예능은 생각하지 않으며 즐겨야 쾌락이 온다. 깊은 생각을 하며 예능을 보면 재미가 없다. 예능을 즐기는 이유는 생각하는 수고를 하기 싫어서 이다. 생각하는 데는 힘이 든다. 누군가 예능에만 빠진다면, 그는 분명히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생각하는 수고를 많이 하다 보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예능은 그럴 때 즐겨도 충분하다. 큰 폭과 높은 높이가 없이 소확행에만 빠지면 사람이 작아져 버리듯이, 예술 없이 예능에만 빠져도 사람은 쉽게 작아진다.

(5)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아야 세계로 향한다. 어떤 일이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삶이 1인치도 성장하지 못한다. 만약 한정된 시간에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운동을 할 것인가 선택해야만 한다면 나는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운동이 자기 통제력을 잘 키워준다. 지적 습관이 어는 정도 된 사람이라면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삶의 완성도를 높인다. 공부는 제3자의 생각이나 지식과 만나는 일로 시작한다면, 운동은 오로지 자기를 만나는 일이다. 운동은 지식을 증가 시켜주지는 않지만, 지력을 키워준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다루고 생각하는 능력인 지력이다. 네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된다.

오늘 아침 시는 오늘의 글과 통하는 시이다. 이 시를 소개한 [먼. 산. 바. 라. 기.]의 덧붙임을 우선 읽는다. "TV는 생겨났을 때부터 '바보 상자'라는 별명을 들었다. 그러나 TV는 이제 초창기만 한 영향력이 없다. 국민을 깡통으로 만들 만큼 힘이 세지 않다. 다만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점에서 TV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공영 방송은 모든 계층의 의견을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행간을 읽을 줄 아는 눈이 없다면 발길에 채여도 아무 말 못 하는 빈 깡통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깡통은 자신이 깡통인지도 모른 채 허공으로 날아간다." 30년 전 시라는데, 지금도 유효하다. 책보다 TV나 SNS에 매달리는 것은, 오늘 아침 사진처럼, 축적되지 않고, 어느 순간 더 허물어진다. 오늘 아침 시처럼, "깡통"이 된다.


깡통 / 곽재구

아이슬랜드에 가면
일주일에 한 번
TV가 나오지 않는 날 있단다
매주 목요일에는
국민들이 독서와 음악과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국영 TV가 앞장을 서
세심한 문화 정책을 편단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앉은
우리나라 TV에는
이제 갓 열여덟 소녀 가수가
선정적 율동으로 오늘밤을 노래하는데
스포츠 강국 선발 중진국 포스트모더니즘
끝없이 황홀하게 이어지는데
재벌 2세와 유학 나온 패션 디자이너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말 연속극에 넋 팔고 있으면
아아 언젠가 우리는
깡통이 될지도 몰라
함부로 짓밟히고 발길에 채여도
아무 말 못 하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주민증 번호와 제조 일자가 나란히 적힌
찌그러진 깡통이 될지도 몰라
살아야 할 시간들 아직 멀리 남았는데
밤하늘 별들 아름답게 빛나는데


이어지는 글은 내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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