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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승물유심

새해 첫 월요일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어 모든 것이 위축된 채 한 해가 시작된다. 오늘도 더 한 번 새해의 다짐을 한다. 
연 잎에서 배운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다. 다시 원래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 가련다. 신성동에서 조용하게 공부하며, 마을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하루에 한 가지 씩 버리는 일을 한다. 주변의 물건이든, 내 영혼에 찌든 욕망이든, 내 생각 속에 차 있던 탐욕까지 매일매일 더 버릴 생각이다. 연 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 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린다. 세상 사는 이치도 그렇다.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사람들은 가질 줄만 알지 비울 줄은 모른다. 모이면 모일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2022년의 일상 실천 사항은 '청정(淸靜-맑고 고요함)이다. 사람을 덜 만나고, '습정양졸'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 그릇을 더 키우는 한 해를 맞고 싶다. 그릇론이다. 큰 그릇은 흙이 많이 들어간 그릇이 아니라 빈 공간이 많은 그릇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그릇 론'이라 부른다. 자신을 큰 그릇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1)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크게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2) 빈 듯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득 찬 것으로 생각하고, 
(3) 구부러진 것이 오히려 크게 곧은 것으로 생각하고, 
(4) 서툰 것이 오히려 크게 솜씨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5) 더듬더듬 거리는 말이 크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 제45장에서 말한다. "부산을 떨면 추위를 이겨내지만, 이렇게 더워진 것은 고요함(靜)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고요함(淸靜)이 '하늘 아래 바름(모든 힘의 근원, The still point)'라는 것이다.

2022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새해가 되면 호랑이를 그려 문 앞에 붙이고, 어린아이에게는 호랑이 가면을 씌우기도 했다. 선한 것은 지켜주고 나쁜 것은 없애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밝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백두산 호랑이의 기운으로 선한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영 시인의 <1월> 다시 공유한다. 

오늘 아침 사진은 제주 사계 앞바다에서 찍은 거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성산포이다. 뱃사람에게 등대가 필요하듯이. 나는 청정(淸靜, 맑고 고요함)을 올해의 등대로 여길 거다.


1월/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2022년에도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보며, 마음 비우고, 웃으며 살기로 다짐한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하게 갖는다.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2022 임인년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5유'를 자주 생각한다. '여유(餘裕)', "자유(自由)', '사유(思惟)' 그리고 YOU(당신). 2020년을 마치면서 한 가지 '유'가 더 생겼다. 향유(享有).

위에서 이미 말했던 것이 노자 <<도덕경>> 제45장에서 따온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5가지 도(道)의 모습이기도 하다. 2022년에도 '건너 가야' 할  5 가지의 '고졸(古拙)의 멋'의 세계, 즉 결(缺), 충(沖), 굴(屈), 졸(拙), 눌(訥)의 세계를 늘 기억할 생각이다.
1. 대성(大成)의 세계에서 결(缺)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성약결(大成若缺) - 'Big ME'에서 'Little ME'로
2. 대영(大盈)의 세계에서 충(沖)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영약충(大盈若沖) = 가득함에서 비움으로
3. 대직(大直)의 세계에서 굴(窟)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직약굴(大直若窟) - 직진, 바른 길에서 곡선, 구부러진 길로
4. 대교(大巧)의 세계에서 졸(拙)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교약졸(大巧若拙) - 화려와 정교함에서 질박과 서투름으로
5. 대변(大辯)의 세계에서 눌(訥)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변약눌(大辯若訥) - 웅변에서 눌변으로

<<도덕경>> 제45장을 내 나름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다 완성된 것도 빈틈이 있어야 그걸 쓰는 데 불편함이 없고, 가득 채웠더라도 빈 곳이 있어야 언제라도 쓸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바른 길이며, 질박하고 서툴러 보인 것이 화려하고 정교한 것이며, 어눌한 눌변이 곤 완벽한 말 솜씨인 것이다. 고요함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고, 냉정함은 날뜀을 극복한다. 맑고 고요함이 세상의 표준(천하의 정도)이다." 

2022년을 시작하며, 일상의 지표로 삼을 사자성어(四子成語)를 다섯 개 선택했다.
(1) 습정양졸(習靜養拙)
(2) 화이불창(和而不唱)
(3) 승물유심(乘物遊心)
(4) 명철보신(明哲保身)
(5) 외천활리(畏天活理)

오늘은 어제에 이어 승물유심(乘物遊心) 이야기를 한다. 내가 이 말을 알게 된 것은 <<장자>> "인간세"에서 였다. '승물유심'이란 일과 사물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타고 넘어 자유로운 마음에 노니는 삶을 말한다. 실패든 성공이든 이정하고 그것을 즐기라는 거다. 가장 멋진 해석은 '흐르는 물처럼 상황을 타고 노닐어라'는 거다. 원문은 이렇다.

乘物以遊心(차부승물이유심) 託不得已以養中至矣(탁부득이이양중지의) 何作爲報也(하작위보야) 莫若爲致命(막약위치명)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遊心)록 하십시오.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託不得已), 중심을 기는 데(養中) 전념하십시오. 무엇을 더 꾸며서 보고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그대로 명을 받는 것"만 하면 된다는 거다.

노니는 마음으로 세상사(世上事)의 파도를 타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것에 자신의 마음을 맡기며 자신이 걷는 길을 풍요롭게 가꾸라는 말이다. 작년에 여러 가지 일들을 잘 가꾸어 놓았으니, 올해는 '승물유심'의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낼 생각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어려운 일이 없다. 한 마디로 모든 일은 마음 먹기이다. 요즈음 하는 말로 하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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