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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소금/김지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욕망 그거 참 다루기 힘들다. 어떤 욕망은 받아들이고, 어떤 욕망은 절제하여야 하는지 나는 잘 몰랐었다. 그러다가 배철현 선생의 글에서 그 답을 보았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이야기가 그럴 잘 설명해 준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최소주의(最小主意)이다. 욕망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이는 1960년에 등장한 미니멀리즘 (minimalism)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주의해서 알아야 할 것은 그리스도교가 에피쿠로스 철학을 쾌락주의로 폄하하였다는 점이다. 그래 우리는 에피큐리언(epicurian)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이를 '쾌락주의자'라 말하지만, 에피쿠로스 철학은 단순한 그런 쾌락주의가 아니다. 3세기 에피쿠로스 공동체인 '정원'은 여성들과 노예들도 가입할 수 있었다. 이 공동체들이 기원후 4세기 말에 그리도교가 로마제국의 유일한 종교가 되면서, 그리스도교 수도원으로 변신하였다.

에피쿠로스는 삶을 푸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보다는, 그 욕망을 줄여, 자신에게 '필연적인 것'만을 추구하라고 촉구한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은 힘들지만, 자신의 욕망을 줄이는 일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결단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쉽다. 그에 의하면,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은 누구나 획득하기 쉬운 것들이다. 검소한 음식, 깨끗한 물, 편히 잘 수 있는 잠자리, 맑은 공기, 아침 달리기, 저녁 산책, 감사 일기쓰기, 이것들은 심지어는 무료이다. 그는 이를 "선한 것은 얻기 쉬운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쉽게 와 닿는 말은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았다.

에피쿠로스 철학에서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의 경감'이라고 말한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행복의 좌표를 자연스러움과 필요로 정하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자연스럽고 삶에 필수적인 것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는 에피쿠로스 철학을 '최소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욕망을 알아내고 그것 만을 만족시키려는 주의이다. 그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그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안, 아타락시아(ataraxia)를 얻는다.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 의식주이다. 배고픔 목마름, 잠 등이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의 해결이 이에 해당한다.
- 자연스럽지만 불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자연스럽지만, 고통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성적인 쾌감을 충족시키는 일이 그 예이다. 이런 행위들은 자연스런 욕구이지만, 의식주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조절가능 한 것이기 때문이다.
- 부자연스럽고 불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부자연스럽고 동시에 불필요한 것들이 있다. 과도한 돈, 권력, 명예, 핸드폰, 자동차, 고급 음식, 사치품과 같은 것들이다. 내가 이런 것들을 소유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약간의 불편을 끼치겠지만, 자연스럽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다. 에피쿠로스는 이런 것들을 '허영(虛榮)'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허영을 정의하면, 자기 자신에게 필연적인 것을 찾지 못해, 자신이 아닌 것을 엉뚱하게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다.

허영(虛榮)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나는 어떤 한 단어를 한문으로 바꾸면, 그 단어의 함의(시니피에)가 더 쉽게 들어온다. 사전은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 없이 겉모습 뿐인 영화(榮華)'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라고 정의한다. 나는 그걸 '허세(虛勢)'라고 보기도 한다. 배철현 선생은 허영을 다양하게 묘사한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모습을 막연히 부러워하기 시작하고 남들의 행위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중독으로 만들 때, 허영의 노예가 된다. 특히 허영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사회가 인정하는 그 틀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수정하려는 행위이다. 대한민국이 성형공화국이 된 이유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남들의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는 허영 때문이다. 허영꾼, 허세남(虛勢男), 허세녀(虛勢女)들은 자신을 계속해서 감추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재배열하고 특정한 부분만을 강조한다. 이런 행위는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자기기만이다.

어제는 20년 아래인 고등학교 후배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중 네 처의 제자들이 끼어 있었다. 좀 당황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이들이 우리를 기억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 허영은 허영을 안다. 그런데 그 약은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소금"이다. 먼저 떠난 아내가 야속하다. 오늘은 서울 강의 가는 날이다. "소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소금이 와인이다.

소금/김지나

마음 상하지 말라고
아침에 일어나
가슴속에 가득 소금을 뿌리고 나섰다

살아가면서
제 맛 그대로 내고 살 수 없기에
처음처럼 신선한 채 남아 있을 수 없기에
쓰라린 줄 뻔히 알면서도
한 됫박 소금을 푸는 출근길 아침

오늘도 퇴근 무렵이면
간간하게 절은 가슴 위로
삶의 맛이 배어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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