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딸과 <암수살인>이란 영화를 봤다. 세상엔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 '암수(暗數)'라는 말은 '속임수, 즉 남을 속이는 짓'이었다. '어둠의 숫자'가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이 된다. 난 이런 말 정말 싫어한다. <암수살인>은 살인범 추격이 아니고, 피해자를 찾는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면서 윤리를 생각했다.
윤리는 신이나 외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고통' 을 줄이려 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니 윤리적 상상력을 키워, 살아 있는 우리의 모든 고통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어떤 행동이 자신이나 남에게 어떻게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지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비도덕적인 행동-살인, 강간 절도-은 발생할 불행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눈 앞의 탐욕을 채우는 데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밥 때문이라면, "밥 먹는 법"이 필요하다.
밥 먹는 법/정호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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