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끌어당기지 못하면 누군가 당신을 끌고 다니게 될 것이다."
모든 관계의 기초는 유혹이다. 그리고 이젠 인간의 깊이와 폭은 존재의 깊이와 폭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넓이와 깊이가 그 사람의 '사람됨'의 품계이다.
우리에게는 유혹에 대한 '나쁜' 서사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유혹은 '파멸'이라는 단어와 함께 읽힌다.
마치 유혹하면, 깊은 바닷물로 뛰어들게 하는 요정 사이렌처럼.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 사이렌은 오딧세우스에 의해 사라진다. 그 서사의 의미는 유혹은 그 앞에 놓이면 견디기 힘들지만, 그 유혹을 넘기고 나면 오히려 그 유혹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유혹이라는 말은 홀림과 무력한 이끌림에 이어 개체의 파괴로 이어지는 서사를 만나게 된다. 그 서사는 또한 유혹의 거부할 수 없는 힘과 함께 환상을 품게 만든다. 우리는 바로 '팜므 파탈'의 유혹을 떠올린다. 우리는 유혹을 '추락을 예감하는 순간적인 쾌락을 위한 질주'로 간주한다. 이런 식으로 길들여진 우리는 유혹에 다가가고 싶지만 다다르기도 전에 도망친다.
유혹은 유혹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 보는 행위이다. 당장의 결과만을 위해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존재방식이다. 유혹은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관계를 다른 이들과 만들어 나가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사업에서 새로운 계약을 할 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도 울는 서로서로 유혹한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작가는 독자를, 가수는 청중을 유혹한다.
유혹은 상대가 있는 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일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유혹은 모든 관계의 기초로써, 자신의 매력에 자신감을 갖는 자기 긍정의 힘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유혹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힘이기도 하고,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는 유혹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세상은 유혹의 현장이자 학습 터이다. 그래서 유혹도 학습해야 한다. 유혹의 학습을 통해, 우리는 다른 이의 매력은 물론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고 탐험하며 영토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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