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일부터 노은에 있는 <소소한 연구소>의 '취미한잔' 가을 학기 인문학 강좌로 미술 강의를 시작한다. 함께 읽기로 정한 책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1』이다. 제1권은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기술이다. 그리고 부제로 "미술 하는 인간이 살아 남는다"는 부제가 있다. 저자는 한예종의 양정무 교수이다.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확실하지는 않다. 그가 영국 유학 시절 런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가 있던 해설 가이드였다고 한다. 그래 그런지 책을 읽기가 아주 쉽게 썼고, 필요한 그림과 그 그림을 해설하는 도표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5권이 나왔다. 이번 가을 학기에는 2권까지 함께 읽으며 공부할 생각이다. 매주 월 10-12시이다. 수강료는 무료이다. 유성평생교육원이 지원한다. 구글 신청하면 된다. https://forms.gle/T1fzBhkyYnMg2Fj97
책의 첫 장을 펴면, "미술을 만나면 세상은 이야기가 된다"라는 문장을 만난다. 우리 인간은 이야기 하는 동물이다. 이야기를 듣고서 전하지 않으면, 그 이야기는 굶어 죽는다.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가두는 것은 나를 가두는 일인 것이다. 이야기는 생명이 있다. 이야기가 살아 있으니, 이야기는 먹을 양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일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 그런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니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복이 온다. 이야기를 하면, 나쁜 기운이 우리들에게 들어오지 못한다. 불안이나 걱정, 우울, 상실감, 짜증 따위들이 물러난다. 마음을 열고서 주고받는 즐거운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정이 통한다.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마음의 양식이기도 하다. 함께 책을 읽으며, 미술 이야기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즐겁다.
그리고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술비평가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한다. "위대한 국가는 자서전을 세 권으로 나눠 쓴다. 한 권은 행동, 한 권은 글, 나머지 한 권은 미술이다. 어느 한 권도 나머지 두 권을 먼저 읽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중 미술이 가장 믿을 만하다." 지나간 사건은 재현할 수 없고, 그것을 기록한 글은 왜곡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미술은 과거가 남긴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미술관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들은 미술관을 통해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키운다. 그러면 내일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그들은 보기 때문이다. 함께 이 『미술 이야기』를 읽으며, 다 같이 '사유의 시선'과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의미 없어 보이는 얼룩에서도,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속에서도 의미를 끌어내고 새로운 개념을 연상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높은 단계의 인지능력이다. 이 능력으로 우리 인간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며 문명을 이루었다. 양교수가 본 원시 미술은 혹독한 자연과 그것보다 더 혹독한 인간들 간의 경쟁의 결과물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원시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체계적인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어쩌다 프랑스 빠리에서 유학을 하며,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뽕삐두 센터에 있는 현재미술관 등 크고 작은 미술관을 자주 다녔다. 특히 로댕 미술관은 내가 살던 곳에서 가까웠다. 미술을 많이 보았지만, 그 관계성을 엮어 보지 못했다. 그래 이 참에 차분하게 공부할 생각이다.
제1장이 원시미술이다. 원시 미술을 설명하는 한 문장이 "미술을 아는 인간이 살아 남는다"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 이 문장을 찬찬히 읽어 보니, 예술을 모방하는 자가 삶을 더 풍요롭게 하며 더 잘 살아남는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운동가는 예술을 모방하는 아티스트(예술가 artist)이다. 예술가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미래는 '지금-여기'에서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부단히 수련할 때 만들어지는 예술이리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는 '지금 이 순간-저기가 아닌 여기'에 몰입해 최선을 다할 때 자연스레 다가오는 신의 선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때 내 일상(日常)은, 신의 선물인 예술로 승화된다. ‘예술’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 ‘아르스ars’의 원래 의미가 ‘우주의 질서에 알맞게 만물(萬物)을 정렬시키다'라고 한다. 일상을 지배하며, 몇 가지 삶의 규칙을 가지고 '지금-여기'의 삶을 정돈하는 사람이 예술가이다. 그는 시간 있다고 TV만 보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 '저 너머'를 꿈꾼다. 생존만을 위한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나의 "가을의 소원"이다.
가을의 소원/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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