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곳, 어떤 일을 끝까지 해본 적이 있는가? 자신이 그은 경계를 넘어보았는가?
예수가 시몬에게 했던 질문이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묻는 질문이다.
권태(倦怠)는 정신적인 병이다. 권태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다. 지겨움이라고 한다. 권태나 지겨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 동화되어 좀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밴 편견과 습관에 안주하다 보면 자신에게 익숙한 종교, 이데올로기, 물질적인 욕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매일 매일을 연명할 뿐이다. 정신 안 차리면.
그리고 무관심이 무섭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으로 상정해 적대적인 무관심으로 폄하한다.
어쨌든 자신이 경험한 익숙한 세계를 넘어설 때 권태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용기'라고 한다. 우리가 공부하며 배우는 것도 이 권태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일이다. 고전 작품들을 읽으며,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부 목적은 잘못된 것 같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무서운 무기로 무장하고자 한다. 아니면 자신만 잘 살려고 공부한다. 이는 자신들만의 고치를 떠나지 못하는 애벌레의 삶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공부하는 이유를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고치를 깨고 나와야 한다. 또 나비가 자신이 빠져나온 그 고치를 깨끗이 먹어치우고 훨훨 날아가듯이 우리도 우리가 안주했던 고치를 흔적도 없어 먹어치우고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지 않고 애벌레로 살기로 작정하는 순간, 그것은 자연의 이치를 역행하는 일이다. 모든 생물은 우주의 질서에 따른 이 순환의 이치에 순응한다.
인간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닌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 <<노인과 바다>>의 어부 산티아고는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시몬은 예수를 만나 후 '반석'이라는 의미를 지닌 베드로이다. (시몬은 히브리어로 말하면 '듣는 사람'이다.)
자기확신에 찬 예수가 깨달은 우주의 비밀은, 인간 안에는 '신의 형상'이라는 위대한 유전자가 숨어 있으며, 신의 형상을 회복한 자는 모두가 신의 자녀이며 심지어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수가 말한 '해변으로 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져 깊은 곳으로 들어가십시오!'라는 말은 우리들에게 따분한 일상에서 애써 탈출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익숙한 자신으로부터 탈출하라!'이다. 그것은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과감히 떠나는 일, 단절하는 행위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 그리고 습관처럼 하는 일상생활이 행복하다고 착각한다. 그 생활이 자신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이나 창조적인 일을 위한 첫걸음은 익숙하고 편한 과거의 모든 것을 과감히 유기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깊은 곳은 보통 '깊은 곳/바닥이 없는 심연'이다. 이곳은 어떤 생물도 다 삼켜 버리는 괴물이다.
베드로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단단한 '반석'이라는 뜻이다. 기초가 다져지면 어느 것이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스어 성서 원문에서 '죄인'은 '하마르톨로스'로 표현된다. '죄'의 개념은 그리스 비극에서 나온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들은 의도하지 않은 판단으로 실수를 하게 된다. 이 실수를 '하마르티아(hamartia)'라고 한다. 이 말의 원뜻은 궁수가 과녁을 겨냥해 활을 쏘았으나 화살이 빗나가는 것을 말한다.
신은 우리에게 각자 묵묵히 걸어가야 할 길을 주었다. 그 길은 심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시작된다. 그러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알게 모르게 자신이 만들어놓은 경계를 넘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 되는 것이다. 경계를 넘는 것은 사투를 통해 자신을 완전히 살해함으로써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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