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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살다 보면, 평판이 만들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30일)

살다 보면, 평판이 만들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행동, 말투, 표정에서 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평판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특히,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혹은 큰 기회가 주어졌을 때야 말로 그 사람의 인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것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힘을 가졌을 때 그 힘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이런 선택의 순간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성 자체다.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도 그것을 옳게 쓰지 못한다. 바르게 생각할 줄 모르면 바르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 자란다.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를 뻗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지켜야 한다.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 법>>에서 한 말이다. '먼저 사람이 되라'는 선현들의 말씀처럼 인간 본성을 찾아 살아간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재주가 덕보다 승하게 작용되면(才勝德, 재승덕) 하급이고, 덕이 재주를 좌우하거나 재주가 덕이 발휘된 결과로 나타나면(德勝才, 덕승재) 상급이다. '재승덕'은 잔머리나 피상적인 잔재주를 부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동력은 바로 '덕'이다. 덕은 인간이 인간 수준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근거이다. 또한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으로 만드는 내면의 힘이다. 한마디로, 덕은 인격(人格)의 원천이다.

재주는 외부를 향하는 원심력이 작동한다. 반면 덕은 자신 내면을 향하는 집요한 응시로 회복된다. 덕이 작동되는 사람에게는 그 깊이로부터 우러나오는 향기가 발산되고 그 향기가 감화력을 갖게 해준다. 공자도 "덕필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라고 했다. 덕이 작동되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반드시 그 향기에 감화되어 따르는 사람들이 있게 된다. 덕이 있는 사람은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이 강한 카리스마를 만들어 지배력을 갖게 한다. 덕을 키우려면, 아주 구체적인 일상의 일을 잘 관리하는 힘이 있으면 그것이 바로 덕의 표현이 된다. 구체적 세계와 그에 대한 접촉 수준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낸다. 예컨대, '주워들은 소문을 여기저기 옮기고 다니는 것'이 덕이 없다는 것이라고 공자는 말한다. 덕을 발휘하는 사람은 넓고 근본적이지만, 재주를 발휘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만의 신념이나 지적 체계에 갇혀 좁고 고집스럽다. 이들을 공자는 덕을 망치는 '향원(鄕原)'이라 했다. 좁다란 집단 내에서 형성된 단편적인 명성과 시각에 갇혀 자기를 끌고 가며 원래의 마음을 갖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 덕은 항상 주변으로 밀려난다. 우리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에게 휘둘려서도 안 된다.

최근 '재승덕(才勝德)'의 모델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재승덕'은 '재주가 덕성을 이긴다'는 뜻이다. 영리하되 어질지 암ㅎ은 사람의 마음이 삶의 모습을 이르는 말이다. 재주는 비상하여 날뛰나 인간성은 아예 접은 인간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역사적으로 '재승덕(才勝德)의 인물로 잘 알려진 사람이 알키비아데스(BC 450~404)이다. 사진이 그의 조각이다. 이 이야기는 플루타르코스가 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역사책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한다. 그는 명문가에 태어나 육신은 대리석 조각처럼 아름답고 건장했으며, 스승 소크라테스에게 배워 당대 최고의 지성이 되기에 충분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정관 페리클레스의 손에 큰 것도 운명이었다. 알키비아데스 같은 사람들이 겪는 공통된 비극은 교만과 ‘여난’(女難)이다. 교만은 천천히 자살하는 것이다. 발음이 부정확한 것 말고는 흉잡힐 것이 없는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 밑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하고 스승에게 정치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충고했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정치인은 늘 좋은 해독제를 몸에 품고 다녀야 한다.”

전략적 두뇌가 비상했던 알키비아데스는 승승장구해 대장군까지 승진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존경하면서도 두렵게 여기며 시기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하는데 알키비아데스는 그렇지 못했다. 조국에서 버림받고 스파르타로 망명해 다시 대장군이 된 다음 스파르타 왕 아기스의 왕비와 사통해 아들을 낳았다. 자기 아들로 스파르타의 왕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파르타에서 버림받고 있던 차에 아테네의 정세가 어지러워지자 알키비아데스는 사면을 받고 귀국해 조국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러나 다시 방종하고 문란한 생활을 하면서 옛날 하던 버릇으로 되돌아갔다. 드디어 아테네의 귀족들은 자객을 보내 알키비아데스의 집에 불을 지르고 살해했다. 그는 티만드라라고 하는 창녀의 치마폭에 쌓여 생애를 마쳤다. 덕망을 갖추지 못한 재주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주면서.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가 알려준 거다.

덕을 키우려면, 아주 구체적인 일상의 일을 잘 관리하는 힘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덕의 표현이 된다. 구체적 세계와 그에 대한 접촉 수준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낸다. 예컨대, '주워들은 소문을 여기저기 옮기고 다니는 것'이 덕이 없다는 것이라고 공자는 말한다. 덕을 발휘하는 사람은 넓고 근본적이지만, 재주를 발휘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만의 신념이나 지적 체계에 갇혀 좁고 고집스럽다. 좁다란 집단 내에서 형성된 단편적인 명성과 시각에 갇혀 자기를 끌고 가며 원래의 마음을 갖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 덕은 항상 주변으로 밀려난다. 우리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에게 휘둘려서도 안 된다.

인간의 근본적인 동력으로 서의 덕을 가진 사람은 결국 인간으로 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위대한 개인'이다. 그런 사람은 다음과 같다.
• 사회적 책임성을 다른 데서 따지지 않고 먼저 자기 자신에 게서부터 구하는 사람이다.
• 남을 탓하거나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민감성을 유지한다.
• 거대 이념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리기보다는 우선 일상을 자기 통제권 안에서 지배한다.
•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 경망스럽지 않고 진중하다.
• 덕을 가진 시민은 지적 민감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믿고 있는 이념을 설파하지 않고 구체적 세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문제를 발견한다.

그런 사람은 소통에 능하다. 여기서 소통이란 공감의 다른 표현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을 자신의 행동으로 연결할 줄 아는 자가 소통에 능한 사람이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은 ‘뜻이 같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겸손과 아량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는 비굴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 ‘소통’은 내 뜻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이다. 셰익스피어는 “정치와 통치는 타협의 기술이요, 한 가지 관심사를 다른 관심사와 저울질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무섭게 발전한 과학의 힘으로 ‘기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제2의 신’이 된 시대인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더욱 중요하다.

소통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내의 인(忍)은 심장(心)에 칼날(刃)이 박힌 모습을 본뜬 글자다.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삶이 결판난다. 인생사가 다 그렇다.

"비인부전 부재승덕 (非人不傳 不才承德)"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사람됨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 벼슬이나 재능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은 '인간 됨됨이가 갖춰지지 않은 자에게는 가르침을 주지마라"는 거다. 생각의 바탕은 인품이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성과 인품을 기른다고 당장 뭐가 잘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성이 평가받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나무 기도/정일근

새해에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린 너무 빠르다, 세상은
달려갈수록 넓어지는 마당 가졌기에
발을 가진 사람의 역사는
하루도 편안히 기록되지 못했다
그냥 나무처럼 붙박여 살고 싶다
한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어린 자식 기르며 말씀 빚어내고
빈가지로 바람을 연주하는 나무로 살고 싶다
사람들의 세상은 또 너무 입이 많다
입이 말을 만들고 말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분노를 만들고 분노는 적을 만들고
그리하여 입 속에서 전쟁이 나온다
말하지 않고도 시를 쓰는 나무의 은유처럼
온몸에 많은 잎을 달고도
진실로 침묵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침묵으로 웅변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삶은 베풀 때 완성되느니
그늘 주고 꽃 주고 열매 주는 나무처럼
추운 아궁이의 뜨거운 불이 되어 주기도 하고
사람의 따뜻한 가구가 되는 나무처럼
가진 것 다 주는 나무로 살고 싶다
새해에는 그대를 위한 나무가 되고 싶다
그대는 나를 위해 나무가 되어다오
우리 나무와 나무로 만나 숲을 만들자
그런 사랑이 만드는 새로운 숲이 되자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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