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삶에 '소금'을 치다. (21)

어느 숲 속에서 살던 사향 노루는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사향 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 험준한 계곡을 건너고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사향 노루는 조금도 발걸음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향기의 정체는 이곳저곳 온 지역을 헤매도 찾을 길이 없었다. 하루는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지대의 바위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향 노루는 그 길로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바위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사향 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사향 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향기의 정체가 바로 내 자신이라는 것을 까마득하게 몰랐던 사향 노루. 이 슬프고도 슬픈 사연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향수 1온스(28.4g)를 만들기 위해서는 1톤의 장미 꽃잎이 필요하다고 한다. 향수와 향기는 코디에서 절대 소홀히 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신비롭고 끌리는 매력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애써 가꾸고 꾸민 스타일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향기를 품고 태어난다. 사람에게는 그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향기가 있다. 잘난 사람대로, 힘든 사람 대로,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한다. 또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불편을 주는 사람도 있다. 남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향기로운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자신이 향기 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영원한 삶의 숙제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향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되고, 또 그 향기를 맡은 이들의 마음에 작은 샛별이 떠오른다. 오늘 내가 어떤 향기를 내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그 향기를 가꾸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선행(善行)'에서 '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가 '토브(tob)'인데, 이 말은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고, 냄새가 좋고, 맛이 좋고, 촉감이 좋은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향기와 맛처럼, 그것을 접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토브'라는 '선'은 내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접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어떤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인향만리(人香萬里)'를 이해하게 된다. '선행'에서 나오는 사람의 좋은 향기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기에 좋은 것이다. 좋고 나쁨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상대방에게 달려 있다. '선행'이란 나의 행위가 타인의 입장에서 향기로운 가를 묻는 일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
나는 무엇과 더불어 향기로워질까/김행숙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어우러질 때 아름답다.
잘 대비되는 우주의 빛으로
실내 악을 연주하듯이
쓴 맛, 단맛이 어우러져
씹을수록 미묘해지는
살아가는 일은
때로는 곰삭아져서 향기로
익은 맛이 되기도 한다.
배설물을 향수로 만든다는
향유 고래처럼
나는 무엇과 어루러져
향기로워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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