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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근기(根氣)는 '근본이 되는 힘'이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시대 정신

근기(根機)라는 개념은 불교 용어이다. 근기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끈기’라는 말도 바로 이 근기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이 근기에는 상근기(上根機), 중근기(中根氣) 그리고 하근기(下根機)가 있다. 상근기가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을 가리 킨다면, 하근기는 성불하기에 자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하근기라도 수행을 통해 중근기, 상근기로 올라갈 수 있는데, 가장 위태로운 것이 오히려 중근기의 고비이다.

이 단계에서는 아주 몽매한 상태를 벗어나 분별력이 늘고 더러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자기 기준으로 매사를 재단함으로써 상근기로 못 가고 심지어 하근기보다 못한 지경에 떨어지기 일쑤이다.

주변에서 만나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언행을 일삼으며 혼자 똑똑한 척하는 중근기 사람들을 우리는 병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주변에서 어렵지 않다. 그리고 자신을 동조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부류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중근기 고개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중근기일수록 더 하지 못한다.

근기(根氣)는 '근본이 되는 힘'이다. 이 근기가 두텁지 못한 사람, 중근기 사람들은 심고 가꾸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과실 수확에만 마음이 가 있는 사람이다. 끝내 그런 이들은 결과 따위에는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하며, 도량이 넓은 척할 뿐이다. 우리는 근대 이후 중근기의 병자를 대량 생산하는 체제 속에서 살았다. 교육의 확대와 지식산업의 발달, 특히 디지털 정보 기술의 극대화로 하근기에 멈춘 인구가 대폭 줄어든 대신, 중근기 고개를 넘어 상근기로 진급하는 공부는 공식적인 교육과정이나 교육 이념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 형국이다.

자기 몸과 마음을 닦아 인간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공부, 스스로 부처가 되어 중생을 건지는 공부, 또는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공부는 진지하게 하면 할수록 손해 보게 되어 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