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갈치는 마치 칼 한 자루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프랑스어로 갈치를 '사브르(sabre)'라고 한다. sabre를 불한사전으로 찾으면, '검(劍)'과 '펜싱 종목의 하나'라고 풀이 한다. 펜싱에는 플뢰레, 에페 그리고 사브르 총 3 개의 세부종목이 있다. 이를 구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공격의 유효면을 보는 것이다. 플뢰레가 몸통, 에페가 전신, 사브르가 몸통과 팔까지 포함한 상체이다. 또 플뢰레와 에페는 찌르기만 유효타인데 반해 사브르는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점수로 연결된다.
펜싱에서 쓰이는 용어로 "Touche(뚜쉐)"가 있다. 한국 말로 하면 과거분사로 수동적인 의미를 띤, '다았다, 맞았다, 찔렀다' 쯤 된다. 펜싱은 찌른 사람이 아니라 찔린 사람이 '뚜쉐'라며 손을 들어 점수를 주는 시합이었다. 우리 사회는 '멋있게 지는 법'을 잃어버렸다.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 승리를 독점하고(승자독식사회), 게다가 그 승리를 지나치게 우상화하는 경향이 짙다.
물 속에서 헤엄칠 때는 날아다니던 칼이, 죽어서 가만히 누워있다. 우리는 질 줄 알아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검"이 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갈치/이진
죽어서야 한번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검(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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