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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남자들은 왜 여우(여수)같은 여자에게 빠질까?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여름에 마음껏 보지 못했던 바다를, 마지막 남은 가을 날에 실컷 만났다. 우리는 <해남 땅끝마을까지 걷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 전에 여수를 어제 갔기 때문이다. '여수'가 '한려수도(閑麗水道)'의 준말이라고 생각하지 안 했다. 여수(麗水)의 '여(麗)'자가 '곱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물이 고운 섬의 도시'이다. 정말 그랬다. 바다가 "쪽 빛, 코발트 색'이었다. 유학 시절에서 파리에서부터 밤새도록 달려 프랑스 깐느에서 만났던 지중해의 그 바다 빛이었다. '한려수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도에서 부터 사천, 남해 등을 거쳐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남해안 연안 수로를 말한다. 한산도의 한(閑)자와 여수의 여(麗)자에 '물길'이라는 수도(水道)로 이루어진 말이다. 1968년 "한려 해상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 여수는 전라선의 끝이다. 다음 달에 해남은 목포를 거쳐 갈 예정이다.

여수 행 기차를 타면서부터 '여수'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물론 그 여수는 아니다. 나는 '여수같은 여자'를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여우'를 '여수'라고 하며, '여수같은 여자 또는 남자'라는 말을 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 '여수 같다'는 말은 애교가 있고, 머리가 잘 돌아가며, 어떤 상황이든 사태 파악을 잘 하는 소위 '깍쟁이' 같다는 말로 쓰인다. 부정적으로 보면, 절대 자기 손해는 안 보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얌체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남자들은 왜 여우(여수)같은 여자에게 빠질까? 인터넷으로 한 신문을 보다가, '여우같은 여자의 특징'을 언젠가 적어 둔 적이 있다. (<세계일보>) 여수같은 여자들에게는 이런 특징들 있어야 한다고 헸다.

1. 여우는 독립심을 유지한다.
2.  여우는 남자들을 쫓아다니지 않는다.
3. 여우는 신비롭다. 여우는 정직하지만 모든 것을 내보이진 않는다.
4. 남자에게 사랑의 허기를 느끼게 내버려둔다. 전문용어로 여우는 '밀당'을 할 줄 안다.
5.여우는 흥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6.여우는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한다. 자신의 리듬을 우선 존중한다.
7. 여우는 신선한 감각을 유지한다. 피곤 한 경우에는 만나지 않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신선함 모습을 만나면 삶의 활력을 얻고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8. 여우는 자신감을 아낀다. 끝도 없을 듯 하다. 여기서 멈춘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장범준 작사, 작곡)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전라남도 여수의 바다 이야기를 하려다 '삼천포로 빠졌다'.

<여수 밤바다>는 읊조리는 듯한 장법준의 보컬과 여수 밤 바다의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노래이다. 그 노래는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로 끝난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 밤바다를 보진 못했지만, 낮에 만난 오동도의 비다와 여수 해상공원의 바다로 충분히 상상된다. 11월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날씨가 포근하고, 햇볕이 너무 좋았다. 그래 바다가 지중해에서 보았던 색이 나왔다. 오늘부터는 한 해의 끝인 12월이다. 그러나 끝은 끝이 아니다. 다시 시작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에 가자. 바다는 모든 것을 다 받아주어 바다이다. 바다는 모든 것들의 가장 밑에 있기 때문이다. 어제 바다를 많이 보았으니까, 나는 좀 더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견디는 12월을 보내고 싶다.

인문운동가는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위한 배경이자 과정일 뿐이다. 강물이 바다를 향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처럼, 그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기 때문이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바닷가에서"  여수가 자랑하는 "쑥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다, 겨울로 떠나기 전의 늦은 가을 바람 그리고 '철 모르는' 나 같은 따뜻한 햇빛을 실컷 즐겼다. 즐거웠다.

바닷가에서/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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