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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욕심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을 소진 시키는 바닥 없는 구멍이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1월 30일)

기분이 좋을수록 기분 좋아지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그리고 거꾸로 기분 좋은 일을 기대한다면 먼저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거다. "우주의 기운은 자석(磁石)과 같아서 우리가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온다. 그러나 밝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한다." 내 이야기가 아니다.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지배적인 생각이나 마음가짐은 자석처럼 비슷한 것을 끌어당기는 법이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11월 마지막 날이다. 이호준 시인의 담벼락을 보았다. "겨울 비 내린다. (…) 저 숱한 말씀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니, 비는 받아 적는 게 아니라, 그냥 듣는 거였구나!" 그리고 <과거의 오늘>에서는 5년 전 오늘 아침 사진이 등장했다. 그날은 눈이 많이 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겨울 비가 내린다. 봄은 ‘보기’ 때문에 봄이고, 여름은 ‘열매’의 고어이고, 가을은 갈무리하는 '갈’이고, 겨울은 ‘결’이다. ‘볼열갈결’(사계절)의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이다. 비에 만물이 잘 보이고, 열비에 튼실한 열매 열리고, 갈비에 나뭇잎 보내고, 졸가리 훤한 나목에 결비 내린다. 오늘 비는 아직은 갈비이다. <어중간 중장> 김래호의 페북 담벼락에서 배운 거다.

시간 참 빨리 간다. 그런데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시간이 나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하지만 시간은 내는 것이기도 해서,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냈다가, 힘들게 비웠던 그 시간이 가득 채워졌던 경험은 행복하다. 행복의 비밀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이 순간을 최대한 즐겁게 사는 것이다. 올 한 해도 다 갔다고 후회하지 말고, 남은 한 달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11월 말일 하루를 즐겁게 사는 거다. 오늘은 아침 일찍 나가 두 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관광두레 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가는 일이다. 기차를 타고 간다.

오늘 아침 시는 오세영 시인의 <11월>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 어느 날, 왕이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를 불러 소원을 물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그대에게 상을 주려 하니 그대의 소원을 말해 보라.” 장수가 고하여 아뢰길 “저에게 조그만 땅을 주시면 그곳에 집을 짓고 싶습니다.” 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집의 크기를 알 수 없으니, 해가 지기 전까지 그대가 뛰어간 만큼의 땅을 주겠 노라.” 장수는 궁궐을 나오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더 이상 뛸 수가 없었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의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왔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앞쪽으로 내던지며 외쳤다. "저 지팡이가 떨어진 데까지 내 땅이다.” 그러면서 그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들은 왕은 쓰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쯧쯧, 결국은 한 평 땅에 묻힐 거면서."

11월/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선택한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에리히 프롬은 "욕심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을 소진 시키는 바닥 없는 구멍"이라 했다. 배철현 교수는 욕심을 "만족을 모르는 채 헛것을 갈망하는 괴물"이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묵상>에서 "성공한 사람"이란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한 가지를 찾았거나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며,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성공의 방해꾼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보았다.

첫 번째 방해꾼은 부러움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렴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을 우주 안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대접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남을 부러워 한다. 반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섬기는 사람은 남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을 부러워 하는 사람은 자신을 위한 최선의 기준을 스스로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남의 기준을 자신의 기준인 양 착각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길이 고유한 것인 줄 알고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런 사람을 배 교수는 무식(無識)한 사람이라 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을 위한 최선을 모르는 채 어영부영 사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남을 부러워하는 삶, 남이 소유한 것을 나도 갖고자 하는 삶, 남이 말하는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착각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두 번째 방해꾼은 흉내이다. 흉내는 부러움의 표현이다. 부러움은 정신적인 활동이라면, 흉내는 육체적인 활동이다.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표현할 때 독창적이며 매력적이다. 반면 흉내를 내는 사람은 진부(陳腐)하다. 그렇지만 우리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흉내를 내며 살아간다. 용기를 내어 자신만의 고유한 선율을 연주해보지만 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협화음으로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고유함에는 진정성이 깃들어 있어서 듣는 이의 마음 속에 있는 진정성과 공명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아름다운 선율로 변화한다. 배 교수에 의하면, "흉내는 자신의 고유함을 포기하려는 자살행위"라 했다.

진부는, 한자로 풀이하면, '썩은 고기(腐)'를 남들이 보라고 '전시하는(陳)' 어리석음을 뜻한다. 이렇게 고기가 썩는 줄도 모르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켜 '진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자신의 강점인 줄 알았던 고기 때문에 결국 망하고 만다.
  
반대되는 사람을 우리는 '참신한 인재'라고 한다. 참신은 한자어만 봐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斬)'자는 고대 중국에서 죄인을 죽이던 극형 틀인 수레와 도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참신(斬新)이란 도끼로 치듯 과거의 구태의연함과 완전히 단절한다는 뜻이다.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소크라테스 식의 대화법이 자신들의 진부함을 스스로 헤아려 알도록 하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편견과 무지에 사로잡혀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런 식으로 내가 참신한지, 진부한지는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참신한 인물에게는 자신의 본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채찍질을 하는 멘토가 있다. 그리고 예술가는 매순간 진부함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자연도 진부함을 거부한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태양계와 같은 수많은 별들이 섬세한 침묵의 소리와 같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이처럼 우리도 자기 자신이라는 블랙홀을 중심으로 단호하고도 숭고하게 회전하여야 참신한 사람이 된다.
  
‘진부함’이란 산의 정상에 오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지친 나머지 산 중턱에서 머뭇거리는 상태를 뜻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침묵의 소리가 만들어 내는 길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따라가기 힘들어 중간에 멈춰 버리기 일쑤다. 진부함이라는 뜻의 영어 '미디오크러티(mediocrity, 프랑스어로는 mediocrite)'는 중간을 뜻하는 medi와 험한 산을 뜻하는 'ocris'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진부한 사람은 자신 속에서 흘러나오는 침묵의 소리를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안무를 갖지 못한다. 자신만의 춤을 추지 못한다. 이 이유는 인간의 귀가 다른 삶들의 평가와 인정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자신이 만들어낸 삶에 달려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이 써 놓은 책이나 관습에서 삶의 기술을 배우지 않는다. 남들의 생각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 자유를 아는 사람이다.
  
남의 것이나 따르는 삶이 계속되는 한 자신만의 고유한 문법을 만들어내는 참신한 삶은 찾아오지 않는다. 진부는 우리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하는 끔찍한 훼방꾼이다. 썩은 고기를 믿지말고, 버리고, 도끼로 치듯 과거와 단절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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