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거꾸로 읽는 법/천양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침엔 지난 무더운 여름 후, 오랜만에 주말농장에 갔다. 속절없이 웃자란 명자나무를 벌목했다. 풀을 베는 수준이 아니었다. 온 손이 영광의 상처로 얼룩졌다. 오후엔 모처럼 배를 가득 채우고, 하늘이 잘 보이는 2층 카페에서 하잔한 오후를 보냈다. 반은 파~아란 하늘에 걸친 흰구름을 보며 '멍 때리기' 하고. 반은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아이스 생크림에 넣어 마시며, 원고 수정을 했다. 여러 번 읽는 글이라 장소를 바꾸어야 새롭게 읽힌다. 그리고 하루가 길게 저물 때, 시인처럼 세상을 거꾸로 보다가, 이탈하고 싶었지만, '삶의 밸런싱(balancing)'을 위해, 제 길로 집에 왔다.

거꾸로 읽는 법/천양희

하루가 길게 저물 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무슨 말이든
거꾸로 읽는 버릇이 내게는 있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신문을 문신을 작가를 가작으로 시집을 집시로

거꾸로 읽다보면
하루를 물구나무 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거다

어제는 어제를 견디느라
잊고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직성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넌 아직도
바로 보지 못하는 바보냐, 한다

거꾸로 읽을 때마다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나도 문득
어느 시인처럼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천양희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