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1월 18일)
'인생의 현자'들에게 지는 해를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종의 '하강의 미학'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나이 들어서도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노화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명하게 두려움 없이 나이 들기 위한 다섯 번째 조언이다. "미루다 늦는다"는 거다. 노후의 거처를 기획해주라는 거다. 주변 노인들이 노인 거주 시설에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갖고 있다면 방치하지 마라는 거다. 삶에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오지 않는다. 나이를 먹다 보면 슬슬 제약을 받는 것이 많아지는데,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 둔 이들은 좀더 오랫동안 잘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불안정한 상황과 고립, 귀찮은 집안 일 들을 무릅쓰면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로 옮기는 것을 반대할 필요가 없다. 노인들을 위한 시설에 있으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훨씬 더 크다. 우리는, 살다 보면,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때가 온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어디에서 살지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 두라고 '인생의 현자'들은 충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이상이 생겨야 비로소 거처를 옮기기로 결심한다. 이미 그때는 원하는 주거형태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노후를 미리 준비해두면 본인만 편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 역시 편하다고 강조한다. 직접 말을 들어보자. "나이를 먹으면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지. 바로 결정을 내리고 준비하는 거지. 준비가 잘되어 있다면 삶의 모든 단계를 잘 보낼 수 있어. 앞으로 다가올 삶의 단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지.나이를 먹으면 노년기를 어디에서 보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특히 중요해. 사람들은 그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끌지. 만족스럽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 필요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을 골라야지. 되도록 빨리 고르는 게 좋아. 어떤 시점을 지나고 나면 결정 내리기가 훨씬 어려워지거든. (…) 우리 부부는 노후 머물 장소를 미리 골랐어. 그래야 진짜 집처럼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니까. 그 후로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의미 있는 일도 하면서 살고 있지."
왜 사람들이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지는데도 노인들을 위한 거주 시설로 가려 하지 않을까? 칼 필레머 교수는 몇 가지 가설을 이야기 했다. 잘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삶에 가치를 두는 사회 풍토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을 마련하려고 아등바등 안간 힘을 쓰며 살며, 집을 막강한 자율성의 상징으로 여긴다. 노인거주시설과 요양원은 다르다. 요양원은 병든 사람이나 건강이 악화되어 거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 이에 비해 노인들을 위한 거주시설은 안전하고 안락하며 질 높은 노후의 삶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시설, 프로그램이 마련된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으로 누구나 자신의 활동력, 생활 방식, 건강, 사회적 필요 정도에 따라 자신에 맞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노인들을 위한 거주 시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형 주택을 임대 및 분양하는 형태로부터 일정 시설에 입소해 식사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도 나이를 더 먹고,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노인 거주 시설을 알아 볼 생각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노후의 거처로 노인 거주시설을 알아보라고 권한다. 이런 시설에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며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더 많은 자유를 누리며 의미 있는 활동과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또한 살던 집을 떠나 시설로 들어온 것이 지금까지 한 것 중에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노인 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한 은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본다. "우린 식당에서 밥을 먹어, 그러니 하루에 최소한 두 번은 다른 삶들을 만나지.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어. 규칙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을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말이야.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런저런 취미활동도 같이 해. 매일 아침 운동도 하고, 그러니 건강도 좋아지고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지. 다양한 관심사에 맞게 꾸려진 작은 규모의 모임도 꽤 있어, 수영장도 있고 매일 아침 모이는 당구 모임도 있고 카드 놀이를 하는 모임도 있지. 나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어. 덕분에 자극을 많이 받지,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이곳에서 대부분 할 수 있다네." 노인거주시설은 노인들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일 수 있다. 자율성이 없어지고 의존적인 사람들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생의 현자'들이 말하는 나이 들어서도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두려움이 나이 들기 위한 5가지 조언을 살펴보았다. 이 일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들이다.
1. 쓸데 없이 나이 듦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2. 젊을 때, 100년 쓸 몸을 만들어라.
3. 아직, 오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4. 관계의 끈을 놓지 마라.
5. 노후의 거처를 계획해두라.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으로 "나이와 싸우지 마라"는 거다. 노화 과정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신체 능력과 상황에 적응하라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스마트하게 나이를 먹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함으로써 상황을 '최적화'하고, 능력을 극대화해 상실한 능력을 '보상'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상이 수반된 선택적 최적화(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라 부른다. 이는 노화와 싸운다는 개념과 아주 상반되는 개념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포기를 모른다.그들은 달콤한 광고문구나 값비싼 의학 기술에 기대어 노화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그저 달리고, 산을 오르고, 인정하고, 적응한다. 그렇게 절망이 아닌 만족의 삶을 향해 간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가끔 지혜로 가득 찬 비단 주머니를 열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 그 중에 두 개의 지혜를 아침에 배웠다. 내 일상을 배치하는 데 힘이 되는 거다. 공유한다. 하나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기계가 되어라'는 거다. 살아오면서 멍거는 가장 영리하지 않은 사람들도 성공하는 걸 계속 지켜봐 왔으며 이들은 모두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버핏도 마찬가지다. 멍거는 버핏이 시간을 보내는 걸 지켜보면 하루의 절반은 끊임없이 읽고 나머지 시간의 상당 부분은 신뢰하는 사람들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데 보낸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나도 이젠 소박하게 공부하고, 맨발 걷기 하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삶의 문법을 짜고 싶다. 두 번째는 "뒤집어서 생각하라'는 거다.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 상황이나 문제를 거꾸로 뒤집어라. 문제를 거꾸로 바라봐라" 멍거는 항상 인생이나 투자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풀기 위해서 '뒤집어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인생에서 실패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책도 읽지 않고 남의 의견도 듣지 않고 단기적인 시각을 가지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수준 높은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면 된다. <머니 투데이>의 김재현 전문 위원의 글에서 얻은 거다.
맨발 걷기 장소를 하나 더 찾았다. 우선 조용하고, 사람이 없다. 내 주말 농장 가는 길의 밭고랑이다. 어제는 그림자 놀이를 하며, 걸었다. 그게 오늘 아침 사진이다. 그리고 바로 집에 와서, 언젠가 읽은 문태준 시인의 <맨발>을 읽었다. 오늘 아침 그 시이다. 이 시를 소개해 준 반칠환 시인의 덧붙임부터 읽는다. 명문장이다. "맨발이라도 돌아갈 집은 있었던 것이다. 딸깍 닫아걸면 혼자 흐느껴도 울음이 안 새는 캄캄한 단칸방이 있었던 것이다. 비좁아서가 아니라 열대야를 피해 마루 끝에 내놓은 발목이었을 것이다. 사고팔 수 없도록 몸과 집이 연결된 1인1주택제도가 진화의 과정에서 확립되었을 것이다. 탁발을 다녀도 노숙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난해 보여도 영롱한 진주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 집이 있다고 슬픔이 없을 리 없다. 우리는 상대에게서 자기 슬픔을 발견하고 운다. 개조개의 당면한 불행은 시린 맨발보다 뜨거운 연탄구이 석쇠일 것이다."(반칠환)
맨발/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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