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부터 우리는 매주 토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책을 읽기로 모였다. 모임 이름은 <책 읽고 넘어가기>이다. 이 생각은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이사장 최진석)의 전국민이 함께 책 읽기 프로젝트에서 이름을 가져 다가 약간 '비튼' 것이다. 가능하면, 함평에 있는 <호접몽가>도 가보고, 서울에 매월 말경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에 하는 북토크도 참가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일이다. 이번 달은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이다.
최진석 교수는 "책 읽고 건너 가기"라는 말을 한다. "책읽기는 '마법의 양탄자' 타는 일이다. '다음'을 향해 넘어가는 일이다"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음'으로 넘어가는 일을 하게 하는 힘을 상상력 또는 창의력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힘은 책을 읽는 데서 나온다. 우리 인간들에게 그 '다음'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힘이 가장 높은 지혜이다.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원래 머물지 않고, 건너가는 존재이다. 멈추면 부패하고, 건너가면 산다. 양심도 건너가기를 멈추면 딱딱하게 권력화 한다. 건너가기를 잃고 자기 확신에 빠진 양심은 이제 양심이 아니라 폭력이다. 건너가기를 포기한 지식은 시체이다. 도덕도 마찬가지이다. 건너가기를 하게 하는 힘은 책을 읽는 일로 가장 잘 길러진다."
"진짜 인간은 한 곳에 멈춰 머무르지 않고, 아무 소득도 없이 보이는데도 애써 어디론가 떠나 건너간다. 건너갈 그 곳은 익숙한 문법으로는 아직 이해되지 않아서 무섭고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무모한 도전과 모험이 등장한다. 대답하는 습관을 벗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닿지 않는 별을 잡으려 하는 작가 있다면, 그가 진짜 인간이다. 진짜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다."
내 주변의 연구자들도 그 '건너가기' 아니 '넘어가기'를 하지 않는다. 과거에 멈추고, 건너가기를 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은 9월의 첫 일요일이다. 바람이 달라지고, 창문 틈으로 풀벌레 소리들이 점점 크게 들린다. 좋은 계절의 시작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재 창궐로 힘들어 한다. 세상의 '흐름'이 막혔다. 이제 코로나가 끝난 후인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가 아니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먼지보다도 수천 배나 미세한 바이러스가 온 인류를 볼모로 잡아 요구한다. "너희들은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틀을 마련하라!"
오늘 아침은 시를 낭송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시 하나를 공유한다. 그리고 사진은 내가 늘 다니는 산책길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려면, 저 돌들을 밟고 가야 한다. 그 길은 내가 "늙어가는 길"이다.
늙어가는 길/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쉽습니다.
오늘 아침도 매 일요일마다 만나는 짧지만 긴 여운의 글들을 공유한다. 인문운동가의 시선에 잡힌 인문정신을 고양시키는 글들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같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준다. 이어지는 글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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