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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시아와인트로피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와인 심사를 한다. <아시아와인트로피>는 국제와인기구 OIV(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의 승인·감독 하에 대전마케팅공사와 독일와인마케팅사(베를린와인트로피 주최)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품평회이다. 올해로 8회이고, 29개의 나라에서 3.142종이 출품되었다. 오늘 오전에 58종을 품평했다.

와인 품평은 눈, 코, 입으로 한다. 일반적인 와인, 즉 스파클링이 아닌 스틸와인 품평에서 눈으로 주는 점수는 15점, 코로 주는 점수는 30점, 입으로 주는 점수는 44점이다. 합이 89점이고, 전체적인 와인 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면 11점이다. 그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와인이라면, 100점을 받는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와인 품평 점수는 80-90점이다.

나는 와인 품평을 하며, 제일 먼저 와인의 색의 투명도를 본다. 그리고 이어서 와인 색의 농도, 와인의 주요 색깔, 뉘앙스(잔을 흔든 후 이차적 색깔), 점도를 보며 투명도 이외의 전체적인 시각적인 사항을 품평한다. 출품한 와인들의 대부분이 시각적인 부분은 변별력이 심하지 않다.

다음은 코를 통한 후각적인 품평을 한다. 후각의 순수성을 평가한다. 이어서 향의 강렬도를 본다. 다시 말하면, 코를 통해 느껴지는 향의 전체적인 스펙트럼의 정도를 품평한다. 나는 이 때 감지되는 향이 좋은 와인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감각 기관 중에 향의 인지가 가장 취약하다. 소설가 백영옥이 소개한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책 『개의 사생활』에 의하면, 향에 있어서 인간과 개가 경험하는 세계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인간 코에는 거의 600만개 정도의 감각 수용체가 있고, 양치기 개의 코에 는 약 2억만개, 비글의 코에는 3억만개 이상이 포진해 있다. (…) 그러니 그들 옆에 서면 우리는 후각 상실자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쿠키 향으로 시작된다. 시각·청각·촉각 중 인간에게 가장 오래 각인되는 기억이 후각인 셈이다. 개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에게 보이는 세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양일 것이다. 그래서 향을 품평하기가 가장 어렵다. 순간적으로 특정한 물질에 의해 코가 자극 받을 경우 느껴지는 감각을 찾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젠 입을 통해, 와인의 미각을 평가한다. 와인이 입 안에 있을 때 인지되는 총체적 감각을 말한다. 미각을 통해 와인의 순수성을 본다. 특히 포도 재배 관련 결함, 양조적인 결함 등을 감지한다. 결함의 근원은 와인의 원료인 포도의 상태, 양조하면서 일어나는 오염, 특히 미생물에 의한 오염과 산화 등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와인의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한다. 와인의 일반성과 개성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숙성의 잠재 능력까지 감안하여, 와인을 상, 중 하로 나누어 점수를 준다.

한잔의 포도주/박봉우

한 잔의 포도주는
바이블보다 귀중하다
공감하는 도시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닫혀진 철창문
부딘 벽을 헐고
단둘이만이
은하수와 같은
잔을 들고 싶구나
오랫동안 술을 하지 않으니
부질없는 벗들은
나의 곁에서
낙엽,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구나.
벗들이여 사랑하는 이여
이제 귀로에 돌아와
너와
나와
그 옛날의 잔을 들자
한 잔의 포도주를

매주 일요일처럼, 오늘도 한 주간 흥미롭게 만난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몇 개만 공유한다.

1. "얼마 전 보았던 다큐영화 ‘인생을 짊어지고’에는 지게로 짐을 지고 산장까지 운반하는 봇카라는 직업이 나온다. 일본의 오제 국립공원에서 12㎞ 떨어진 산장까지 필요한 물품을 나르는 일을 하는 젊은이들의 영화였다. 자신의 키보다 높고,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83㎏의 무게. 그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건 짐의 무게가 아니라 균형이라고 말했다. 짐을 쌀 때 철저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오롯이 자신에게 오고, 균형을 잘 잡지 못하면 내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늘 중심을 생각하며 걷는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백영옥) 우리의 일상에서도 우리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무게가 아니라, 균형이다. 일상의 균형이 무너지면 중심을 잃고, 사는 게 힘들어진다. 3조(調)가 몸의 균형을 만들어 준다. 조신(操身), 조식(操息), 조심(操心)이 아니라, 조신(調身), 조식(調息), 조심(調心)이다. 몸을 고르는 것이고, 숨을 고르고 마음을 고르는 것이다. 마음을 모으는 곳으로 마음이 모이는 곳에 기(氣)가 모인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기가 흐트러진다.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는 정성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정성스러움과 욕심은 다르다.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2. "항공사에도 탑재물을 관리하는 로드마스터라는 직업이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 역시 균형과 배치이다. 화물마다 무게와 부피가 달라서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중심을 찾는 것이 이 일의 핵심이다. 비행기가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와 흔들림 속에서 잘 견딜 수 있는 핵심은 균형과 무게 중심이기 때문이다. 봇카들은 등산객들과 최대한 부딪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걷지 못하면 금세 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봇카들은 따로, 또 같이 걷기도 하는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르기도 했다." (백영옥)

3. 빌 게이츠는 데이비드 부룩스(이경식 옮김)의 『두 번째 산』을 읽고 자신의 "삶의 균형을 찾았다"고 한다. 그 책의 표지에는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다'라고 쓰여 있다. 지난 주부터 이 책을 여유롭게 읽고 있다. 저자는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고 했다. 첫 번째 산에서 우리 모두는 특정한 인생 과업을 수행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자신의 족적을 세상에 남기려고 노력하는 일 등이다. (…) 그러다가 문득 무슨 일이 벌어진다. 어떤 사람은 첫 번째 산의 정상에 올라 성공을 맛보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호된 실패의 시련을 겼으며 나가떨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만나 예기치 않게 옆길로 빠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모두 당혹스러움과 고통스러움의 계곡에서 헤맨다." 내가 그랬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일상을 바꾸고 삶을 다르게 살고 있다. 두 번째 산에 오르는 중이다.

4. "두 번째 산에 오른다는 것은 이 계곡을 자기 발견과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계곡은 고통의 장소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낡은 자기를 버리고 새로운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통이 자기에게 가르치는 내용을 똑똑히 바라볼 때, 그렇게 자기 인생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성공이 아닌 성장을, 물질적 행복이 아닌 정신적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고뇌의 계곡에서 사막의 정화를 거쳐 통찰의 산봉우리에 이르는 것이다." (데이비드 부룩스(이경식 옮김)의 『두 번째 산』) 두 번째 산에 오른 사람들은 기쁨을 온몸으로 발산한다. 이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산다. 가족, 대의, 공동체 또는 믿음에 단호히 헌신한다. 이들은 자신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며,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데서 깊은 만족감을 누린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짐을 기꺼이 진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 보면, 정규직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면 일부 교사들, 공무원들 그리고 연구원들에게서 그런 모습들을 보지 못한다.

5. "우리는 초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자기 자신과 사회 사이의 건강, 개인과 집단 사이의 긴장이 늘 평행하게 존재한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개인이라는 차원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 왔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시 균형을 잡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관계와 공동체와 헌신(이 세가 덕목은 우리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가장 열렬하게 바라지만 초개인주의적인 생활 방식 때문에 늘 훼손하고 있는 덕목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부룩스(이경식 옮김)의 『두 번째 산』) 이게 이 책을 쓴 목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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