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0월 5일)
벌써 제73장을 읽을 차례이다. 이장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쟁지덕(不爭之德)"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68장에서도 나왔듯이 "부쟁지덕"의 핵심은 나의 무공을 자랑하지 않고, 경솔하게 나서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도 노자는 섣부른 용기를 경계하고 있다. 울컥하는 마음에 섣불리 나섰다 가는 죽음을 면치 못하고, 신중하게 몸을 아끼면 목숨을 건진다고 말한다. 용(勇)자를 썼지만 이 장의 메시지를 감안할 때 이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라 '만용(蠻勇)'으로 봐야 한다. 만용은 과도하게 넘치는 용기다. 도는 극단적인 것을 배제하기 때문에 하늘이 만용을 싫어한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의미 맥락이 잘 연결되지 않지만, 제73장을 정밀 독해한다.
勇於敢則殺(용어감즉살) 勇於不敢則活(용어불감즉활): 과감한 용기는 죽고, 절제된 용기는 산다.
此兩者 或利或害(차량자혹리혹해) : 이 두 가지는 이익과 손해가 된다.
天之所惡(천지소오) 孰知其故(숙지기고): 하늘이 왜 싫어하는 지 누가 그 까닭을 알까?
是以聖人猶難之(시이성인유난지) : 그래서 성인은 늘 어렵게 생각한다.
첫 문장에서 "살(殺)"과 "활(活)"이 대립된다. "살"은 '제 명을 못 누린다'로, "활"은 ' 제명을 누린다'로 읽는다. 그리고 "감(敢)"과 "불감(不敢)" 대립된다. 여기서 "감"은, 감행(敢行)'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과감하게 어떤 결단을 감행하는 것으로 읽는다면, 긍정적일 수 있으나, 노자는 다르게 보고 있다. 이것은 '강강(剛强)의 가치'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유약으로 강강을 이긴다고 하는 노자의 발상에서는 경계되어야 할 유위적 가치인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유약의 상징'은, 과감하게 결단하고, 용기 있게 전진하고, 문명의 확대를 결행하는 자 보다는 주저없이 사업을 강행하지 아니하는 데 용감한 자, 우물쭈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숨을 죽이고 있는 자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이다. "용어감즉살, 용어불감즉활", '감행하는 데 용감한 자는 죽고, 감행하지 않는 데 용감한 자는 산다'로 해석한 도올의 주장이 나는 마음에 든다. 후자의 용기는 같은 용기라도 자애롭고 유약한 용기라는 거다. 둘 다 용기인데도 하나는 이로운 결과를 낳고, 다른 하나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는 거다. 그래 다음 문장이 더 잘 이해가 된다. 하늘이 과연 무어을 미워하는 지, 그리고 그 진정한 의도는 알기가 어렵다는 거다. 그래 성인은 매사를 조심스럽게, 어렵게 생각하고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박재희 교수는 대신 '절제된 용기'로 본다. 여기서 용기("勇")는 과감하게 상대방을 죽이거나 부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용기를 자랑하면 반드시 죽음("殺")을 맞이한다. 용기를 절제하고 통제했을 때 비로소 참된 용기가 발휘된다. 나도 살고, 상대방도 살고, 조직도 사는 '전승(全勝)'의 결과를 만나게 된다. 하늘은 과감한 용기를 싫어한다. 절제 없는 감정, 통제 없는 용기는 죽음의 결과로 응대한다. '예(禮)'로 절제되지 않은 용기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논어>>의 <태백>편의 구절도 용기에 대하여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필부(필부)의 감정적 용기를 용맹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의 마지막은 비참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서 노자는 '부쟁이승(不爭而勝)'을 주장한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거다. 그 방법은 <<손자병법>>의 <모공>편에도 나온다. 그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가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백 번 싸워 백 번이기는 승리(百戰百勝, 백전백승)가 아니라,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不戰而勝, 부전이승)이 완벽한 승리"라는 거다. 싸움에서 이겼는데 상대방은 모두 죽었고, 내 병사 역시 상처 입고 이겼다면 그것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다. 상대방도 나도 모두 다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승리를 얻는 것을 '전승(全勝)'이라 한다. '완전하게 이긴 승리'라는 의미이다. 상대방 깨부수고 이긴 승리는 '파승(破勝)'이라 한다. 이기긴 했는데 후유증이 있는 승리이다.
노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不爭而善勝, 불쟁이선승)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지시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내 말을 듣게 하는 방법(不言而善應, 불언이선응)
▪ 소환하지 않고도 상대방을 오게 하는 방법(不召而自來, 불소이자래)
▪ 서두르지 않고도 일을 잘 계획하는 방법(繟然而善謀, 천연이선모)
그 방법은 "하늘의 도(天地道)" 속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우주의 운행은 이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거다. 해와 달은 간섭하지 않아도 서로 교대하며 세상을 비추고, 사계절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때가 되면 찾아온다. 이것을 우주 운행의 도, "천도"라고 한다는 거다. 리더는 이 "천도"를 본받아 조직을 운영할 때 조직은 저절로 자기 궤도를 그리며 상처 없이 돌아간다.
다음은 원문이다.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도는
不爭而善勝(불쟁이선승) : 싸우지 않고도 잘 이기고
不言而善應(불언이선응) : 말하지 않고도 잘 응하게 하고
不召而自來(불소이자래) : 부르지 않고도 잘 오게 하고
繟然而善謀(천연이선모) : 서두르지 않고 잘 계획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天網恢恢(천망회회) 疏而不失(소이불실)"이다. 이 말은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틈이 있는 것 같지만 실수가 없다'는 거다.
여기서 "천망(天網)"은 '그물'이다. 그것은 그물을 씌워 범인을 잡는다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들어있다. "살활(殺活)"의 우리 인간적 판단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법망(法網)'을 통한 사회 기강의 정립은 좁은 소견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법망'이 아닌 "천망"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망"은 매우 성글게 보이지남 법인을 놓치지 아니한다. 그것이 "소이불실"의 의미라고 본다. "疏而不失(소이불실)" 대신 "소이불루(疏而不漏)"라고도 한다.
나는 언젠가 이 구절을 보고, 이렇게 적어 둔 적이 있다. 하늘이 모르는 죄가 있는 듯하지만, 벌 주기에 적당한 때를 선택할 뿐이다. 큰 물고기는 홀로 다니지만, 작은 물고기는 떼를 지어 다닌다. 작은 물고기는 서로 뭉쳐 돕지 않으면 큰 물고기한테 다 잡혀 먹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큰 물고기도 수명이 다해서 죽거나 그물에 걸려 잡힐 때가 있다. 그걸 알아야 한다.
그러니 눈 앞의 암울한 현실에 움츠려 들지 말자. 고난은 우리를 파괴할 수 없다. 고난 그 자체는 풍뎅이 한 마리 죽일 힘조차 갖고 있지 않다. 고난이 위협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가 거기에 무릎을 꿇었을 때 뿐이다. 우리 삶은 기쁨과 슬픔의 연속이다. 삶의 여정에는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실패와 성공은 번갈아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생은 파도와 같다. 한 파도가 끝나면 이내 다른 파도가 밀려온다. 그러니 썰물에 한탄하지 말고 곧 돌아올 밀물에 자신의 배를 띄울 채비를 하자. 그 진리를 믿고 용기 있게 나아가자. 그것이 인생이다. 셀라비(c'est la vie)!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 -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이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인문운동가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문화공간뱅샾62 #이것_또한_지나가리라 #랜터_윌슨_스미스 #도덕경_73장 #천망회회_소이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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