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꼰대는 과거에 갇혀 있다면, 어른은 미래를 향해 있다. 꼰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며 장광설만 늘어놓고 실천은 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른은 매일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나는 동네 분들과 <인문학으로 마을에서 소통하기> 강의를 한다. 오늘도 아침 글쓰기 공유가 늦은 것은 늦게 일어나 오후에 이글을 쓰기 때문이다. 소통(疏通)의 양이 아니라 질이 삶의 질이라고 본다.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그런 확신이 생긴다. 소통에서 말하는 '통'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주역』에서 말하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오늘 오전에 많이 했던 이야기는 변화이다. 우선 내가 변해야 소통이 시작된다. 변화하려면, 정보를 습득해서 그걸 내 것으로 만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영어로 하면 transformation이다. 이를 풀어 보면, information(정보)→in(안)+formation(형성)→transformation(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정보를 안으로 형성해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학습(學習)이다. 이 말에서 습(習)이란 "어린 새가 날개를 퍼드덕거려 스스로 날기를 연습한다"이다. 그것도 100번 이상 연습한다는 것이다. '學'이 정보 습득이라면, '習'은 배운 것을 익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공부'라고도 한다. 공부(工夫)의 '工'자는 '天(하늘)'과 '地(땅)'을 연결한다는 뜻이고, '夫'는 사나이란 뜻이지만 천과 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공부는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통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면 통은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이 통이 이루어지면 모든 관계는 지속적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통(通)'자를 좋아한다. 인생을 살면서 다가오는 위기들은 결국 자신이 고민하고, 자신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3개의 '통'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공자의 '궁즉통(窮則通)' - 힘든 일이 닥치면 한 판 붙는다. 노자의 '허즉통(虛卽通)' - 자신을 비운다. 손자의 '변즉통(變卽通)' - 시대에 맞게 변한다.
▪ 공자의 '궁즉통': 궁하면 통한다. 역경이 닥치면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 ‘군자고궁(君子固窮)'(『논어』): 군자는 어렵고 궁할수록 더욱 강해진다. '궁즉통은 원래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에서 나온 말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세상은 변한다. 자연은 음양이 교차하고, 춘하추동이 순환한다. 『주역』의 변화 철학으로 '궁즉통'의 4단계가 '궁, 변, 통, 구'이다. 그리고 '극즉반(極卽反)'이란 말도 있다. 세상에 모든 것은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간다. 정점에 도달하면 내려올 일 밖에 남지 않고, 반대로 최저점으로 추락하면 올라갈 일만 남게 된다.
▪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도덕경』):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야 한다. 인생무상, 공수래 공수거이니 모든 것을 비우고 낮추며 섬기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루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고 위대하다. 이를 '허즉통'이라고 한다.
▪ 손자의 '변즉통': 손자는 만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싸우지 않고 이기고,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를 이상으로 보았다. 이것이 『손자병법』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변즉통'으로 요약된다. 때와 장소를 알고, 흐름의 속도를 맞춰 나갈 수 있어야 된다. 상황에 따라 변화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와 계속되는 장마로 활동이 위축되는 이 때, 공부하기 좋은 시절이다. 지난 주에 약속했던<꼰대 이야기>를 이번 주 계속하려 한다. 다시 말하지만, 꼰대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나이보다 생각의 낡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곽재구 시인의 <소나기>이다. 지금 심정이 소나기가 확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냥 하늘만 흐리니 속이 답답하다. 사진은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 앞에 있는 은행나무이다. 나무도 짜증을 내는 듯하다.
소나기/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 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걱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꼰대 이야기> (2)
어른은 꼰대와는 다르다. 꼰대는 과거에 갇혀 있다면, 어른은 미래를 향해 있다. 꼰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며 장광설만 늘어놓고 실천은 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른은 매일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을 해야 하는데, 꼰대일수록 'doing'을 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입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배우는 것이 어른으로 존경받는 비법이다. 과거의 영광, 기억에 머물러 있으면 '옛날 타령'만 하게 된다.
그리고 '문해력(文解力)', 리터러시(literacy)가 부족하면 '꼰대'가 되기 싶다. 공부를 위해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잘 읽어야 한다. 텍스트를 정밀하게 문해(close reading)하려면, 기본적인 문해력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보게끔 문장의 표층으로 드러나 있는 의미 뿐 아니라, 문장의 음지에 숨어 있는 의미까지 포착하려면 남다른 집중력과 훈련된 감식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텍스트 정밀 문해(文解)의 관건은 그런 독해를 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텍스트 '정밀 문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훈련된 감수성을 가진 독해자를 만나 그와 더불어 상당 기간 동안 함께 텍스트를 읽어 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수성을 열고 단련해야 한다. 처음에 텍스트를 접하고 느꼈던 난감함을 경험해야 그 다음에 텍스트를 좀 더 섬세하게 읽을 수 있는 감수성으로 발전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아는가(끄세즈, que sais-je)'라며 자신을 성찰하고, 열린 마음을 갖추는 것이다.
얼어 붙은 감수성이 전자레인지에 넣어 쉽게 해동(解凍)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텍스트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배움의 과정은 종종 더디고 괴롭다. 문법이나 단어를 알고 있어도, 숨어 있는 텍스트의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 과거라는 현상 유지의 단계에서 미래라는 자신이 열망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배움은 과거의 자신에게 안주하려는 이기심과의 체계적인 싸움이며, 더 나은 자신(more than I can be)을 만들기 위해 자기 혁신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감동하려는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에 몰입한다. 그런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고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수련(修練)이 한자로 말하면 학습(學習)이다. 학습이란 단어를 잘 보면, 배움(學)이란 습관(習)이다. 어미 새의 비행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목격한 어린 새는 스스로 날개를 퍼덕이며 비행을 스스로 연습해야 비로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배움의 실질적인 행위로 보강되지 않는다면, 그런 배움은 거짓이다.
작년에 중앙일보에서 장은수라는 분의 칼럼을 읽고 적어 둔 것을 찾았다. 타이틀은. "문해력(文解力) 떨어질수록 실업자 전락 높다"이다. 그 칼럼은 주장한다.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더 질 좋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 '생활의 질'의 격차도 이로부터 시작된다. 젊은 시절에 일정한 문해력을 갖추었다 해서 평생 유지되지 않는다. 단순한 텍스트를 읽는 수준은 어릴 때 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에 따른 성숙에 알맞게 필요한 정보의 양과 질을 확충하는 일이나 시대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학교 공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꾸준한 학습을 통해 자기가 알고 실천하는 일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문해력은 서서히 바닥까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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