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13일)
앞으로의 시대에는 견고한 힘보다 회복력(resilience)이 더 중요하다고 나는 본다. 태풍이 불면, 튼튼한 떡갈나무는 박살이 나지만, 나긋나긋 하고 회복력이 있는 갈대는 낮게 몸을 숙였다가 폭풍이 지나가면 다시 벌떡 일어난다. 떡갈나무는 실패에 저항하려 하다 오히려 확실히 실패한다.
전통적으로 대기업들은 '리스크보다는 안전'을, '풀 전략보다는 푸시 전략'을, '창발보다는 권위'를, '불복종보다는 순종'을, '나침반보다는 지도'를, '시스템보다는 대상'을 중시했지만, 인터넷 시대에 성장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왜냐하면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적어서 실패에서 배우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유튜브(Youtube)이다.
우리는 흔히 견고함을 중시하도록 배워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주변 환경은 우리에게 회복력을 요구한다. 복잡한 현실에서 흔히 우리는 이기려 들면 지는 경우가 많다. 그냥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만 그저 일들은 벌어지고, 우리는 그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만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회복력이다. 회복력이란 다음에 무엇이 올지 내가 예견할 수 없음을 예견하고 상황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또 다른 종류의 ‘용기'이다. 승리나 권력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번창할 방법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할 사람에게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때 회복력이 나온다.
토마스 프레이(미래학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 다음과 같이 7가지를 지적한바 있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 창의성, 소통력,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유연성이 요구되는 능력이다. 그 중 흥미로운 것이 회복탄력성이다.
이런 어려운 말보다, 오늘 아침 만난 고영직 문학평론가의 다음 글이다.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서 지역의 회복력이 시급하다. 소멸을 말하는 시절이지만, 일본 산골 오지마을 가미야마(神山)는 전국적 조명을 받는다. 마을 변화를 이끈 주역은 60대 후반의 NPO법인 그린밸리의 설립자 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 이사장과 또래 친구들이다. 그는 타지 사람들에게 ‘지역공헌’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며, 재미와 장난의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램들을 여럿 만들었고, 그것이 도쿄 IT 기업을 비롯해 타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을은 마음이다’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람들에게 곁, 편, 품을 기꺼이 내어주려는 마음에서 환대하는 마을이 탄생한 셈이다. 오미나미 신야가 “사람이 사람을 부른다. 그곳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의 문제이다”라고 한 말은 회복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절에 음미해야 하는 소중한 화두이다."(<경향신문>)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이웃이 중요해졌음을 우리는 잘 게 되었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간에 회복력이 있느냐는 내 ‘곁’에 이웃이 있고, 그 이웃이 나를 ‘편’들어주고, 나를 ‘품’어주느냐가 중요하였다. 곁, 편, 품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치철학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커뮤니티는 없고, 소사이어티만 남았다”고 진단한다.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모이는 소사이어티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사이어티만 득세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곁, 편, 품’을 위한 도시정책이 늦출 수 없는 정책 화두와 방향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약간 시들해진 <우리마을대학>을 활성화 해야 할 때이다. '곁', '편', '품'을 위해서 말이다.
고영직 문학 평론가가 주목한 것은 중앙정부 및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우리마을대학> 같은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고 있다는 거다. 특히 춘천문화재단에서 2020년부터 실시하는 ‘도시가 살롱’ 프로그램이 퍽 인상적이었다 한다.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공간 주인장이 기획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나도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기획이다. 단순히 와인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취향을 파는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해 보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과 지역이 연결되며, 도시 공간 내 문화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프로그램 말이다. 더 나아가 우리 마을에 있는 갤러리, 목공방, 카페, 공유서재, 책방, 다도 공간 등 다양한 개인 상업 공간들이 여럿 참여하는 거다. 모든 것이 사유화되는 시절에, 새로운 문화적 공유지를 만들아, 마을이 재미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거다.
고영직 평론가에 의하면, 실제로 그런 사업의 한 예를 들어 주었다. 춘천문화재단에서 2020년부터 실시하는 ‘도시가 살롱’ 프로그램에서, <화양연화> 커피숍을 운영하는 60대 최대식 주인장은, 수년 동안 레트로 음악카페를 열었지만, 세 번이나 열고 닫아야 했다 한다. 그때마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이 ‘팝송영어교실’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커피숍에서 커피를 팔고 있지만, 커피 파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詩)도 같이 나누어 읽고, 커뮤니티 활동도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도시가 살롱’ 프로그램이 자신의 ‘꿈’을 지원해주었다는 것이다 했다. 게다가 최대식 주인장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해보니 되더라”라는 자신감이었다고 했다. 힘을 내자.
우리 인간은 생(生)인 동시에 명(命)이다. 풀이 자라듯 주어진 조건 속에서 살아감이 생이라면, 그 의미를 묻고 그 의미에 따라 살아감이 명(命)이다. 그 명을 깨닫는 것이 인간의 소명(召命)을 아는 일이다. 가야할 길을 알고 걷는 이의 발걸음은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방향을 잃는 이는 없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기에게 유일하고, 자신만의, 즉 자기 삶을 자신이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길'이 있음을 알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특히 매 순간 발걸음이 닿는 길이 바로 자신의 '목적지'라고 인식하며, 일상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다. 종교적인 '죄'는 자신이 가야할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안다 할지라도 그 길에서 벗어나는 행위이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는 날 들 속에서, <우리마을대학> 일과는 별도로, 내 삶을 더 풍성하게 할 영적 성장이라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원래는 오늘 아침부터, 스캇 팩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그 내용을 리-라이팅하며 아침 사유를 공유하려 했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가야할 길을 고민하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흘렀다. 어쨌든 오늘 아침 공유하는 류시화 시인의 시 <길 위에서 생각>이다. 오늘 아침 사진이 우리 동네이다. 아침 산책하다가, 찍은 거다. 이름이 좀 생소한 오노마(Onoma) 호텔이다. 오노마는 고대 그리스어(헬라어)로 '이름'과 '명성'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것과 구분, 구별하기 위해서 부르는 존재 자체의 호칭'을 의미 한다. 사실 '이름' 안에 그 존재의 성질, 가치, 능력,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그 이름을 부를 때, 그 이름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닌 더 깊이 알아가는 관계를 의미한다. 오노마 좋은 이름이다.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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