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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반가사유상이 말해준다.

9년 전 오늘 글입니다.

‘참나’와 함께 떠나는 여행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있는 지금, 여기에서 송골매의 눈으로 그 곳을 나를 위한 천국으로 만들려는 행위이다.

한국국보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배철현 교수의 칼럼을 읽고 구글에서 사진을 얻어와 자세히 관찰했다.

불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올려 놓고 앉아 있다. 그래서 '반가'라는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반가라는 말은 반가부좌에서 나온 말로 부처의 좌법으로 좌선할 때 앉는 방법의 하나이다.

불상의 왼쪽 발은 족좌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의 발바닥, 특히 엄지발가락 밑에 상당히 두툼하게 부풀어올라있다. 붓다는 참선을 통해 해탈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탐닉한 것이 아니라 세상 속의 인간들과 함께 먼지가 나고 고통이 가득한 세계 안에서 발이 붓도록 돌아다니셨기 때문같다. 불상의 왼손은 그런 발을 어루만지듯이 가볍게 올려놓은 복숭아뼈를 살포시 감싸고 있다.

그리고 불상은 오른쪽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놓고 오른 손의 검지지와 중지를 뺨을 살짝대며 심오한 생각에 잠겨 사유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 같다.

사유(思惟)라는 말의 한자어에서 사(思)는 마음 심(心)위에 있는 글자가 밭 전(田)이 아니라, 한자의 뇌(腦)라는 글자의 오른쪽 아래 등장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배철현 교수는 생각의 대상은 뇌 속에 있는 이데아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는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더 나은 나로 변화시키는 현장은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며, 집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며 책이다. 예수는 "천국은 밭에 감춰진 보화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천국은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이 아니라 바로 여기, 매일매일 만나는 삶의 터전이다. 다만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그 안에 감춰진 보화를 발견하는 훈련이 바로 사유이다. 즉 생각한다는 것은 밭에서 보화를 발견한다

사유란 말에서 유(惟)의 오른쪽에 있는 한자는 '송골매'나 '최고'를 의미하는 추 자이다. 그러니까 사유한다는 것은 송골매의 눈으로 나를 보는 연습, 가장 높은 경지에서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조하는 것이다. 영어의 묵상이라는 말인 '컨템플리이션(contemplattion)도 '자신의 모습을 독수리의 눈으로 찍어본다'는 의미이다. 사유, 즉 생각 속에서 내가 응시해야 할 대상은 내가 처해 있는 현재 삶의 터전을 천국이라고, 지금 여기서 송골매의 눈으로 응시하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 장소와 시간이 나의 사유의 대상이며, 그것을 나를 위한 천국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젠 행복한 천국을 먼 곳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사유, 즉 생각하는 힘을 길러 일상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서 건져내야 한다. 반가사유상이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