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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민족 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은 정말로 참혹했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6월 25일)

오늘은 6.25 전쟁일이다. 벌써 72년 전이다. 그 때의 참상을 난 겪어보지 못했지만, 미루어 보아 지옥이었을 것이다. "참전용사를 기립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처럼, 이쯤의 장미는 더 붉다. 당신들의 피라고 생각하며, 그 때 희생된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추모하며, 당신들께 가곡 <비목(碑木)>과 함께 바친다.

민족 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은 정말로 참혹했다. 오늘의 시 대신 공유하는 가곡 <비목>은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치열한 전투 중 떨어진 꽃잎처럼 숨진 이름 없는 병사의 무덤과 목비(목비), 그것이 노래 속에 살아났다. 가사를 음미하며 이 노래를 들으면 당시 전쟁터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사 첫머리 초연(硝煙)은 '화학연기'란 뜻이다. '세속의 일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초연(超然)이 아니다. 그리고 '비목(碑木)'은 "죽은 이의 신원 따위를 새겨 무덤 앞에 세우는 나무로 만든 비(碑)"를 뜻한다. 비목은 보통 죽은 이의 무덤 앞에 세워 고인의 신상을 기록해 둔다. 하지만 작사자 한명희의 노랫말속에 나오는 비목은 6.25전쟁 당시 산화한 무명용사의 돌무덤 앞에 세워진 것으로 전사자에 대한 기록도 없다. 이 곳을 작사한 한명희(서울대 국악과 출신)는 1960년대 중반 ROTC 육군 소위로 수색중대 DMZ의 초소장으로 근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잡초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 하나를 발견했다. 제대 후 TBC에서 PD로 근무하던 그는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조국을 지키다 스러져간 걸 안타까이 여겨 노랫말을 지었고, 가까이 지내던 작곡가 장일남이 이 노랫말에 곡을 붙여 가곡 <비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에서 '초동(樵童)'은 '땔나무를 하는 아이'란 뜻이다. 전쟁으로 죽어간 젊은이도 두렵고 고독한 전쟁터에서 어린 시절 나무하러 함께 마을 뒷산에 오르내리던 고향 친구를 그리웠을 것이다. 죽어서도 그리움이 이끼가 되어 목비에 남아있을 만큼 말이다. 궁노루는 사향 노루로 노루의 울음이 인적 없는 어스름 달빛을 타고 산 전체를 감싸는 애잔한 느낌을 묘사하고 있다.

비목(碑木) - 엄정행  (한명희 시, 장일남 곡  배경: 강원도 화천 비목공원)

https://youtu.be/mb1EI0LFzsY


1.
초연(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碑木)이여
먼 고향 초동(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간주)

2.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척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되어 쌓였네

현재 80대인 한명희(전 국립국악원장)는 <비목>이 아무에게나 불리워지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한다. 다음은 그가 "<비목> 노래를 부르지 말았으면" 하고 선정한 사람들이다.
- 숱한 젊음의 희생 위에 호사를 누리면서도 순전히 제 잘난 탓으로 돌려 대는 한심한 사람
- 시퍼런 비수는 커녕 어이없는 우격다짐 말 한마디에도 소신마저 못 펴는 무기력인 인텔리
- 풀벌레 울어 대는 외로운 골짜기의 이름 없는 비목의 서러움을 모르는 사람
- 고향 땅 파도소리가 서러워 차라리 산화한 낭군의 무덤가에 외로운 망부석이 된 백 목련의 통한을 외면하는 사람
-  겉으로는 호국영령을 외쳐 대면서도 속으로는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가련한 사람
- 국립묘지의 묘비를 얼싸안고 통곡하는 혈육의 정을 모르는 비정한 사람
- 숱한 싸움의 희생 아닌 것이 없는 순연한 청춘들의 부토 위에 살면서도 아직껏 호국영령 앞에 민주요, 정의요, 평화의 깃발을 한 번 바쳐보지 못한 이웃들

그는 위와 같은 사람들에게 <비목>을 부르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다. 마침 6,25 전쟁 72주년을 맞는 오늘 나는 노자 <<도덕경>> 제30장과 제31장을 읽고 있다. 이 두 장은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고, '무기여 안녕'을 고하는 평화주의 메시지를 펼친다. 지난 15일에 읽은 제30장에서, 노자는 '세상(천하)'를 휘어잡고 그것을 위해 뭔가를 해 보겠다고 설치지 말라고 했다. 천하(세상)에는 인간의 꾀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신령스럽고 신비한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도 복잡한 원리와 리듬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방적이고 피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이 세상을 뜯어고친다 어쩐다 하면서 함부로 덤비다 가는 자기 코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나 자연 자체에도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게 된다. 그리고 23일에 읽은 제30장에서는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무력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들었다. 무력으로 세상을 제압하려 들지 말고, 국가 간의 관계에서 평화주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무력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무력이나 폭력은 무위(無爲)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무력이나 폭력이 스쳐 간 자리에는 가시나무의 폐혜와 흉년의 굶주림만이 남기 때문이라는 거다. 6,25 전쟁의 참상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전쟁 자체를 부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부드러움의 길, 휘고 굽어 짐의 길이 더 확실한 길이기는 하지만 당장 이웃 나라가 침략해 올 경우 가만히 앉아서 떼죽음을 당할 수는 없으므로 '할 수 없어서(부득이, 부득이) 하는 방어전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나라를 방어하고 국민을 보위한다는 본래의 목적이 성취되었으면 거기서 끝나야 한다고 했다 . 무슨 큰 일을 이룬 것처럼 승전고를 울리면서 그것을 뽐내거나 그것으로 교만 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구나 이제 방어전에서 힘을 길렀으니 그 여세를 몰아 한 번 군사 대국으로 발 돋음 하고 나아가 주위 국가나 천하를 제패해 보겠다는 등의 야망을 품는다든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31장에서는 무기를 내려 놓으라고 말했다.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 불길한 물건, 쉬운 말로 재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의 사람이 가까이 하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세한 읽기는 내일로 미룬다.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즉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그리고 문화와 예술 향유를 통한 경쟁이 아닌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삶을 시대정신으로 삼고 있다. 그 중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우리는 모두 노력해야 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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