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오늘 글입니다.

"우리는 사회 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 알베르 카뮈가 말하였습니다. 나는 프랑스 유학하면서 그 사회로부터 이 의식을 배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좌파만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폭넓게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이 말은 이렇게 다시 고쳐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정의가 질서보다 더 중요한 가치이다."
우리 사회는 사회질서가 사회정의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초 질서를 지키자!"는 구호로 학교 에서 교육받으며, '안보 이념'을 정의나 자유, 평등의 가치보다 더 강조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론을 통해 질서와 안보 이데올로기를 계속 주입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분단 상황을 이용한 지배세력에 의해 주입되어 사회구성원들한테서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그만큼 강력하게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의 사회정의의 요구를 질서의 이름으로 억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정의보다 질서를 강조하는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변화는 없습니다. 사회변화를 두려워하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수구보수세력들에 투표하는 것도 이 두려움의 표시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것을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사회정의가 사회질서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말입니다. '질서에 대한 무의식의 복종'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에게는 안정을 추구하는 본능적 경향이 있지요. 우리 인간은 무질서와 혼란은 불안과 긴장을 불러오기 때문에 은연중에 안정 상태, 아니 중지 상태로 되돌아가기를 바라지요.
지배세력이 질서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직도 불의와 차별, 배제가 이루어지고, 억울함과 굴종을 강요당하고 있다면, 우리는 사회정의를 계속 요구하여야 합니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에서 얼마 전 울산의 한 부장 판사가 노동 관련 선고를 내리면서 쓴 판결문의 일부를 소개하였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걱정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있다는 현실은 서글프기 그지없습니다."
가보지 못해 잘 알 수는 없지만, 멈춰선 조선소 때문에 배를 만들던 조선사의 하청 노동자들은 마늘밭으로, 베테랑 용접공은 건설현장으로 일당을 벌러 나간답니다. 회사는 가장 손쉬운 사람들의 자리부터 빼았습니다. 프랑스에 10여년씩 공부한 사람들은 '운'좋게 자리잡은 기득권 교수들 때문에, 시간 강사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올해부터 일제히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쫓겨났습니다.
손석희는 공자가 말한 정치에 대한 생각을 소개하였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 -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모두가 제 자리,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말이겠지요.
손석희의 지적을 보고, 왜 한 때 '초호황'을 누리던 조선소가 망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짐작했지요. 잘 나가던 시절 이익을 챙기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게해야지, 왜 국민의 세금으로, 내가 낸 세금으로 수 조원을 지원하느냐 말입니다.
사회정의가 없습니다. 조선회사의 홍보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사진사,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을 찍어 왔던 그가 조선회사로부터 2년간 9700만원, 전직 방위사업청장도, 국정원 관계자도 이 조선회사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억대의 연봉과 자녀 학자금까지 지원받았다고 합니다. 퇴직 임원을 챙기고 정, 재계의 관계자들을 챙기느라 조선사가 망한 것입니다. 배가 산으로 간 이유라는 지적이 '웃프군요.' 이들이 사익을 챙겨갔던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은 설 자리를 못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손실의 책임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꾸려 합니다.
사회정의가 회복되지 않으면, 땀흘려 일터를 지켰던 이들이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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