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마음에도 껍질이 있는가 그리고 마음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서, 안희경 작가가 직접 찾아 다니며 했던 인터뷰를 책으로 낸 『사피엔스의 마음』을 나는 작년에 꼼꼼히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와는 "시대의 마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만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시대의 마음을 위해서는 각자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사회적 장치와 문화가 중요하다. 사회적 장치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진영논리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자 조작하는 마음의 자기기만, 그리고 열등감 혹은 확신에 빠져 지낸다. 그래도 우리가 타인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사랑 뿐이라고 그는 주장하였다. 삶을 너덜거리지 않게 보듬도록 하는 에너지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해법을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렇게 말하였다. “매일 우리가 맞는 아침은 사랑을 위해 다시 창조하고, 다시 규정하고, 다시 버리고, 조정해야 하는 24시간으로 찾아온다.”
우리는 ‘우리의 뜻'대로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국가라는 허상, 권위라는 허울 속에서 춤추는 개인의 잠든 이성을 흔들어 깨우라고 했다. 대만 작가 장쉰은 고독하라고 조언하였다. 오늘 우리를 옭아맨 질서는 과거의 습관이기에 주류 사회로부터 고독하게 돌아서라고 당부하였다. 홀로 있는 고독 속에서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바라볼 수 있는 감각을 키우라고 하였다. 그것을 토대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질서를 스스로 만드는 일에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탕스키는 모든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양면성(선과 악의 양면성)과, 권한이 주어지면 언제나 행사해온 인간의 지배 본능을 들춰 내었다. 그러하기에 그는 유토피아를 경계하라고 한다. 종교 속으로, 이데올로기 속으로 스며드는 집단적 광기의 위험은 늘 평범한 삶과 함께 해왔음을 상기하였다.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거는 마음을 ‘뇌의 활동'이라고 말하였다. ‘마음은 경험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할 때도 뇌 속에서는 축적된 경험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성으로 ‘마음의 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식이다. 마음은 스스로 조절한다. 마음은 뇌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항상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어느 한 부분이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다. 우두머리가 모든 것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다른 부분들이 서로를 조절한다. 소통은 소외구조에 저항하는 것이다. 즉 소외, 막힌 것을 트이게 하는 것이다. 뇌는 마음의 여러 부분들 사이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며, 모두가 견제하고 겨루면서 조절한다.
사진처럼, 혼자 있으면, 껍질이 벗겨진다. 그런데, 어젯 밤은 닭똥집 튀김을 안주로 먹었다. '주님'이 아직도 내 몸에 가득하다.
껍질의 힘/ 이정록
닭똥집에 소주를 먹는다 집 한 채가 왜 이리 쉽게 무너질까 똥집의 내장 벽지를 뜯어냈기 때문이다 유리로 만든 집에서 질긴 썬팅막을 걷어낸 격이다 내가 독한 소주를 견딜 수 있는 것도 내 똥집 속의 내장 벽지 때문이다 욕지거리를 참아내는 내 심장 속 가죽 부대도 질긴 막으로 묶여 있다
껍질을 깎아낸 감자는 독이 오르지 않는다
씨눈이 떠났기 때문이다 껍질은 오히려 나를 살리는 씨눈의 곳간, 껍질을 벗긴 갈대는 마디를 꺾는다
철면피에 녹 방지용 웃음도 피우고 살아가는 것이다 소주잔을 털어 넣고 집으로 향한다 저 질긴 내장 벽지 안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씨눈을 흘기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감자를 썰어 넣은 된장국이 졸았든지 식었을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처박힌 감자의 독 오른 눈초리가 초침을 뽑아 들고 있을 것이다 내 온몸의 씨눈들이 문을 열고 눈치를 살핀다
당신이 독이 오르는 이유도 다 씨눈이 싱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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