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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 운동가로서, 시국을 정리해 본다.

328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5월 23일)

1
12.3 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난 민주주의 위기 내란은 막았지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 만들기는 이번 조기 대선 선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래 이번 선거는 절대 중요하다. 반드시 참여하여 망가진 시스템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어차피 끝난 선거 아냐"가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이다. "나하나 투표안 해도 어차피 내란 세력과 싸움에서 이길 텐데 뭐"가 적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너와 나는 "어차피"라는 놈과 싸워야 한다. "놈은 영리하고 앙큼하고 교활하다. 작은방심만 보여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른한 마음을 부추긴다. 최선을 다해 최선을 훼방한다. 최선의 반대말은 최악이 아니라 '어차피'다. '어차피'에 지지 않는 마음이 최선이다. 두부가 물렁물렁해 보인다고 설렁설렁 상대해서는 안 된다. 두부가 보이면 칼을 드는 것이 최선이다"(정철, 카피라이터). 조동화 시인의 시가 소환된다.

나 하나 꽃 피어/조동화(1948∼)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2
인문 운동가로서, 시국을 정리해 본다.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 송현숙 소장의 글을 읽고 갈무리하여 공유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서 선포한” 비상계엄이 선거의 발단이었다. 내란 세력들은 이를 야당과 국민 계몽용이라 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내란 우두머리 윤과 그 세력들이 우리들을 계몽한 것들이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시민들이 써 내려온 나라에서 이토록 어이없는 대통령이 다신 나와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윤이 남긴 계몽의 지점들을 정리해 봤다. ‘계몽 종합정리’를 통해 선거가 왜 치러지는지 되새기고 이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윤의 충격적인 '계엄령'은 감추어져 있던 우리 사회 곳곳의 부실을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이것들을 새롭게 세워 가야 한다. 그래 우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선거일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내란 사태를 기회로, "계몽된" 우리는 다음 네 가지를 잘 기억하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적은 두 개이다. 앞에서 말한 '어차피'와 '망각'이다.
▪ 대통령이기 이전에 기본이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계엄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해프닝, 계몽령이라고 뻔뻔하게 둘러대는가 하면,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밥 먹듯 천연덕스럽게 계속하고,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부하나 주변사람들에게 책임 뒤집어씌우기가 다반사였 다. 헌법의 언어들을 전혀 엉뚱한 맥락 속에 끼워 넣어 궤변을 일삼고, 타인의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이 모든 파국 속에 사과 한마디 없다. 저열하고 상스러운 말들도 툭툭 튀어나온다. 급기야 선거 목전 부끄러움도 없이 ‘부정선거’ 다큐 보러 영화관까지 활보했다. 무엇이든 상상 이상이라 황당할 따름이다. 그래 우리는 "윤석열 아니면 몰랐을 것으로 가장 먼저 대통령 이전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교양이 매우 중요하단 점"에 대해 '계몽' 당했다.
▪ 민심을 읽을 줄 알고 배반하지 않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역사인식, 대일, 대미 그리고 대중 관계 등 외교문제, 각종 사회정책, 민주주의의 가치와 헌법 정신을 유린한 비상 계엄까지. 여론이나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등에 눈물도 책임도 보이지 않는 대통령, 격노만 할 뿐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과 행동을 남발한 대통령이었다. 자유, 공정, 헌법 수호, 합리주의, 지성주의 같은 아름다운 말들을 오염시키고, 본인 뜻과 안 맞는 시민들을 수없이 ‘입틀막’한 불통의 아이콘이었다. 그래 우리는 "윤석열 아니면 몰랐을 두 번 째 것으로 민심과 이렇게 동떨어진 대통령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계몽 당했다. 
▪ 대통령에 나서는 이는 대통령을 왜 하려 하는가 가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이를 뽑아야 한다. 윤 정부 3년 동안 전 정권(문재인 정부) 탓, 총선 이후 야당 탓, 음모론과 부정선거 탓이 떠나지 않았다.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은 점점 커졌다. 윤은 기분 내키는 대로 공정과 상식, 법치 등을 지껄였지만, 그의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 왕 같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 "윤석열 아니면 몰랐을 세 번 째 것으로, 너무나 당연하지만 대통령에 나서는 이는 대통령을 왜 하려 하는가 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계몽 당했다.
▪ 제대로 된 정당의 후보를 뽑아야 한다. 윤석열의 영입부터 탈당까지, 끊임없는 계파 간 진흙탕 싸움 속에 국민의힘은 공익은 안중에 없는 사리사욕 집단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당 주류는 계엄 상황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불참했고, 윤석열 탄핵소추와 파면에 반대하며 한남동 관저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추태의 압권은 대선 후보등록 마감일 직전의 ‘후보갈이 사태’ 막장이었다. 외부에서 손쉽게 대선 후보를 데려와 각종 치장을 시켜 기득권을 연명하려는 탐욕과 추태가 일거에 드러났다. 소위 ‘빅텐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소롭다. 윤의 실체를 알고도 눈감고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다.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한 똑 부러진 평가와 사과부터 하여 한다. 그래 "윤석열 아니면 몰랐을 네 번째 것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정당 역할이 정말 중요하단 것"을 계몽 당했다.

이번 선거 앞서, 우리는" 윤석열 아니면 몰랐을 것으로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 계속 발전하는 줄 알았던 민주주의가 순식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단 것"을 계몽 당했다. 그래 선거를 반드시 참여하고 다 함쎄 망가진 우리 사회의 시스템들을 회복시켜야 한다. 호시탐탐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움직임에 맞서 시민들이 지켜가야 하고, 너무 상식선인 조항들이라 없었던 규정들, 내란사태 와중에서 드러난 빈틈들을 하나하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게 됐다. 군경, 사법부, 언론, 국가인권위, 방통위, 독립기념관 등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기관과 제도들이 허우대만 멀쩡할 뿐 믿을 곳 없다는 사실, 기관 자체보다 구성원들이 중요하다는 것, 피곤한 일이지만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3
계몽이라는 말에서 ‘몽(蒙)’은 본디 '덩굴풀' 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래 '생각이 엉켜서 사리분별을 못하는 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이를 ‘동몽(童蒙)’이라고 했고, 인간 평균에 한참 미달하는 지적 수준을 ‘무지몽매(無知蒙昧)’라고 했다. 무지몽매를 깨는 것이 ‘계몽’이다. 어제 윤측 한 변호인이 "계엄령 덕에 자기가 ‘계몽(啓蒙)’되었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인지능력이 현저히 낮아 사리분별을 못하는 수준이라고 고백한 셈이다. 전우용 교수에 의하면, "‘무지몽매’와 비슷한 말이 ‘무지막지(無知莫知)’"라 했다. '인간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알아야 할 것을 모른다는 뜻이라는 거다. '무지막지'한 자들이 공유하는 속성이 ‘난폭’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대 과제는, '무지몽매'하고 '무지막지'하며 '난폭'한 자들로부터 공동체의 수준을 지키는 거다. 인간 평균을 깎아먹는 자들로부터 공동체의 수준을 지키려면, 인간 평균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인문 운동가의 역할이 크다.

계몽이 역사적으로 주목받은 때는 17, 18세기 유럽에서 였다. 이때는 가히 '계몽'이라는 단어를 쓸 만한 '계몽의 시대'가 진짜 열렸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인류 사회의 중심은 신이었으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신의 자리를 이성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몽은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의 진보를 지향한다. 미신이 아니라 과학을, 권위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왕과 귀족의 특권보다는 평등한 인권과 권리를 지향했다. 계몽주의의 핵심은 인간의 이성이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지적 기준이 됐다는 것이었다.

4
왜 공부하고 배우는가?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이다. 교양인이 되는 목적은 교양인으로 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서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적 단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이다. 교양인은 교양을 갖춘 사람이고, 자신이 갖춘 교양에 따라 사는 사람이다. 그 교양의 수준을 우리는 "심/천"으로 나눈다. 교양이 넓고, 깊고 높을 때 심오하다고 하고, 그 반대가 천박한 것이다.

여기서 교양이 무엇인가? 우리는 그걸 보통 Liberal arts 또는 Humanities라 한다. Humanities는 15세기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이 썼던 스투디아 후마니타스 Studia humanitas에서 찾을 것이다. 인문학의 기본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에서 왔다. 파이데이아는 기원전 5세기 중엽에 나타난 소피스트들이 젊은이들을 폴리스(도시국가)의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 행하던 교육과정이다. 그리스 사회는 자유민과 노예라는 확실히 구분되는 신분제 사회였다. 그 사회에서 리더란 자유인으로 불리는 '능동적 시민'을 말했다. 피지배 계급으로서 자유가 없던 수동적인 노예들을 선도하고 끌고 나아가던 지배 계급이다. 자유인들이 지시하고, 노예들은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자유민들은 이끌고, 노예들은 따라간다. 교양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잉태되어 자유인으로서 능동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고안된 교육 장치였던 것이다. 교양은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아는가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이 방향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진다. 교양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자유민이 자유민으로서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세계를 지배하고 이끄는 일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직업을 찾거나, 직업을 유지하는 일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관련되지만, 이런 내용들로 이루어진 공부를 하는 목적은 바로 그런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여 삶과 세계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려는 것이다. 지배적인 시선과 활동력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로도 바꿔도 된다. 즉 자유인이 되려는 것이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5
<<순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이 말은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는 뜻이다. 원문은 이렇다.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순자>>의 <왕제편>에 나오는 거다. 백성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식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군주는 정치의 근본이 백성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물)"라는 말도 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는 말이다. 민심은 천심으로써, 임금이 선정(善政)을 펼치면 백성들이 따르고, 악정(惡政)을 행하면 폐위(廢位) 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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