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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4월 24일)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결혼을 했든 혼자이든, 성공을 든 실패를 했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괴로움 없이 마음 편하게 사는 거다. 수분자안(守分自安)이다. 나의 '만트라'인 이건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편안히 지낸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긴다.
서정홍 시인의 글을 보고 얻은 생각이다. 우리가 부자가 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긴다는 거다.
- 한 사람이 부자가 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가난해진다.
-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길 수 있다.
- 사람이고 자연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돈으로 보일 것이다.
- 함부로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고 허깨비처럼 살다 보면 아이들이 살아갈 ‘오래된 미래’인 숲(자연)을 짓밟을 것이다. 요즈음은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우리 동네 수목원을 산책하는 호강을 누린다. 아침에 딸을 데려다 주고, 바로 수목으로 가 1 시간 이상 산책을 한다. 거기서 숲이 얼마나 소중한지, 숲에서 자라는 나무 한 그루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지 경험한다. 그리고 하늘이 주신 자연 속에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갈 다짐을 한다.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넉넉한 재산과 성공을 누리고 있다 해도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하다. 자만은 "나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이다. 그리고 겸손은 '나는 다른 존재의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다'이다.''요즘 실재하는 문제보다, 마음이 지어낸 가공의 문제로 가끔씩 불안해 하고, 내면의 중심이 흔들리곤 하며, 두렵기까지 하다. 어떻게 해야 진짜 그런 마음이 해방될까?
요즈음 겪는 내 마음의 병은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라는 공포로부터 나온다. 지하철 도착 알림이 들리면 내 쪽 방향이 아닌데도 남들이 뛰면 같이 뛰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찾아가 말하고 싶은 게 많은 게 우리 한국인이다. 예컨대, 과거로 돌아간다면 ‘반포 주공 아파트’와 ‘개포 주공’을 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심리 속에서 우리는 불안이나 두려움 넘어, 공포 속에 살고 있다.
포모의 반대 신조어가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이다. '선택하지 않아서 놓칠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서 생기는 즐거움'을 뜻한다. 가령 결혼하면 잠재적 연인을 찾을 기회는 사라진다. 하지만 기회를 포기한 대가로 안정감이 찾아온다.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다. 나는 '포모'를 '조모'로 바꾸는 마음 근육을 키우고 있다. ‘조모’는 ‘포모’의 반대 개념으로,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포모’ 증후군이 미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일한 해독제는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삶이 ‘유한하다’는 명확한 인식이다.
어쨌든 '포모 증후군'으로부터 풀려나야 한다. 다들 잘 나가고, 일 잘하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고 소외되어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삶은 한 가지 장르로 나뉘어질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절망 없이는 자신에 대한 사랑도 없다. 결함은 아름다움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결핍은 충족을 위한 조건이다. 결핍이 그 자체로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그 결핍으로 인해 우리는 행동하고 싶은 동력을 얻는다. 특히 그런 결핍이 있을 때, 우리는 '마음 먹기'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결핍은 충족을 위한 조건이다. 결핍을 우리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훌륭한 것은 충족하면, 다른 이들과 나누어 '자발적인' 결핍 속에 사는 거다. 아니면, 무조건적인 충족, 충만을 추구하는 탐욕의 끈을 끊어 버리는 거다. 어느 정도 차면 만족하고, 자족하는 거다. 한마디로 그칠 줄 아는 거다.
말이 나온 김에, 내가 늘 외우는 문장이다. '바라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 라야 흡족해 하는 것이 만족이라면, 자족은 어떠한 형편이든지 긍정하는 삶의 태도이다.' 그러니까 행복의 비결은 자족(自足)이다. 요즈음 우리 대부분이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가난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으로 무엇이나 남처럼 가지려 하는 마음 때문에 생겨난다. 흔히 말하듯 '필요'보다 '욕심'에서 생기는 가난이다. 이럴 때 분수를 알고 자족할 줄 알면 빈곤감이 없어지고 자기에게 있는 것만으로도 부자처럼 느끼며 살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풍족해지면, 교만 해진다.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는 말을 늘 나는 기억하며 산다.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은 교만이다. 자기 머리보다 큰 모자를 쓰고는 목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이야기가 동화작가 정채봉의 옷걸이 우화이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에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 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 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지위나 직위는 나에게 잠시 입혀지는 옷에 불과하다. 세탁소의 옷걸이가 여러 종류의 옷을 거쳐 가듯이 사람도 일생 동안 수많은 지위나 직책을 거쳐 간다. 그런 지위나 직책이 나 자신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만약 직책이 나라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나는 존재할 곳이 없어진다.
말이 다른 길로 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전체 이야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겉모습이 멀쩡해도, 어떤 불만과 생의 피로감이 드리워져 있는지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들이 그곳에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슴 한 복판에 멍이 들도록 온갖 감정에 세게 두들겨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나려고 애쓰는 존재들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도움이 필요하며 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디킨스가 1861년에 발표한 작품이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인물은 조 가저리(Joe Gargery)다. 허영에 물든 신사의 세계를 동경해 신사를 흉내 내는 필립 핍(Philip Pip)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조 가저리는 누나의 남편이다. 평생 성실한 대장장이로 살아가는 우직한 소시민이다. 그런데 런던 신사의 세계에서 한때 잘 나가던 핍이 나락으로 떨어져 그를 찾아온다. 가저리는 그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도와준다. 디킨스는 말한다. 잘 사는 인생이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성실하게 직분(職分)을 다하는 것이라고. 이를 파블로 피카소는 조금 근사하게 변형시킨다. "삶의 의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고, 삶의 목적은 그 재능으로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게 돕는 것이다."
자신이 비록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한발 짝 더 내디뎌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감동을 준다. 이것이 바로 어떤 한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창의적인 일이나 사회적인 공헌 등은 우선 자신이 확장되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공적인 역할로 자리잡은 경우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하나의 수고가 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수고가 있어야 세상은 더 나아지고, 동시에 자기 자신은 더 성숙해진다.
오늘 아침 사진은 산딸나무 꽃이다. 한밭 수목원 산책 길에서 만난 거다. 이런 "봄말에는" 실컷 산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너도 나도 꽃이 되어 웃어보자."
봄날에는/이희숙
봄날에는
우리들의 시간이
봄꽃처럼 환하게 물들 수 있기를 기도하자
마주보면 부끄러워 고개 숙일지라도
밀어로 가득 찬 봄날의 속삭임을 노래하자
사랑하는 일이
나를 내어 주는 일임을
미처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닫혀 있던 문이 절로 열리는 봄날에는
어여쁜 꽃송이 피워 올리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자
농담 같은 현실 때문에
동굴 속을 헤매는 날이 있어도
꽃피는 봄날에는
너도 나도 꽃이 되어 웃어보자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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