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2월 25일)
오늘부터 <<주역>>의 제1괘인 <중천 건괘>부터 정리하여 공유한다. 우리는 강인해야 자기를 바꾸고, 운명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강인한 성품의 소유자도 단련의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 강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야 할 때가 있다. <<주역>>은 그 혹독한 단련의 시기를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 지를 말한다.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의 저자 이상수는 "우리가 운명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괘"로 <건괘>를 읽는다. 편하게 읽으면, <건괘>는 물 속에 잠겨 있던 용이 변신을 거듭해 하늘을 나는 용이 괴기 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내괘와 외괘가 모두 건천(乾天, ☰)으로, 하늘이 거듭되어 있으므로 이를 <중천 건괘>라 한다. ‘중천(重天)’이란 말은 내괘와 외괘가 하늘괘(☰)로 거듭되어 있는 괘의 상(象)을 표현한 것이고, ‘건(乾)’이란 이렇게 하늘이 거듭하여 여섯 효가 모두 양기운으로 이루어진 괘의 이름을 나타낸 것이다. 즉 괘의 이름은 ‘건(乾)’이고, 건괘의 형상은 ‘중천(重天)’이다. 따라서 ‘중천 건’이라 할 때 내괘 외괘 모두 순양으로 되어 있는 괘 기운의 양상을 떠올려야 한다.
<<주역>>의 한 괘를 구성하는 여섯 효는 각각 서로 다른 상황을 보여준다. 괘에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서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병렬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건괘>는 전형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용이 낮은 데서부터 점차 높은 곳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괘이다.
▪ 初九는 潛龍(잠룡)이니 勿用(물용)이니라: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 용이 물에 잠겨 있다.
▪ 九二는 見龍在田(현룡재전)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용이 밭으로 나와 활동을 시작한다.
▪ 九三은 君子(군자)가 終日乾乾(종일건건)하야 夕惕若(석척약)하면 厲(려)하나 无咎(무구)리라: 군자가 날을 마치도록 굳세고 굳세어서 저녁에 두려운 듯 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을 것이다. 용이 군자로 바뀐다. 이 군자는 깊은 물과 높은 하늘을 오갈 수 있는 용처럼 굳센 실천 의지를 지닌 인물이 되었다.
▪ 九四는 或躍在淵(혹약재연)하면 无咎(무구)하리라: 혹 뛰어서 연못에 있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용은 자신에게 친숙한 환경인 연못에서 뛰논다. 이 유리한 환경에서 용은 하늘로 도약할 채비를 갖춘다.
▪ 九五는 飛龍在天(비룡재천)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용은 드디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上九는 亢龍(항룡)이니 有悔(유회)리라: 높은 용이니 뉘우침이 있을 것이다. 용은 날아올라도 너무 높이 날아 올라 결국 후회할 일이 생기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런 의미에서 6개의 효사를 읽으면, 용이 물 속과 하늘을 오가는 굳센 존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변신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강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질이 강한 것보다 자기 기질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다." 저자 이상수의 말이다.
용은 다음과 같이 다섯 번이나 변신한다. 하늘을 나는 '비룡'에서 너무 높이 올라간 '항룡'으로 변신하는 마지막 단계에는 경고를 담고 있지만, 다른 네 단계는 매 단계마다 용의 면모가 더 강인해지고 역량이 강화됨을 보인다.
물 속에 잠겨 있는 '잠룡' → 밭에 나타난 '현룡' → 다시 하루 종일 고군분투하는 '군자' → 다시 연못을 휘젓는 용 → 다시 하늘을 나는 '비룡' → 다시 너무 높이 올라간 '항룡'
전국 시대 <<역경>> 해설서인 <<상전>> <건괘>에 대해, "象曰(상왈) 天行(천행)이 健(건)하니 君子(군자) 以(이)하야 自彊不息(자강불식)하나니라" 했다.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씩씩하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스스로 굳세어 쉬지 않는다'는 거다. 다시 말하면, '군자는 스스로 강해져서 멈추지 않는다'는 거다. 이것이야 말로 하늘의 운행을 본뜬 <건괘>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天行(천행) 健(건)"은 '하늘이 끊임없이 운행하는 그 건강한 모습은 건괘가 상징하는 덕성이다"고 김용옥 교수는 번역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그러한 하늘의 덕성을 본받아 군자는 쉼이 없이 자신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한 군자는 "건전한 하늘의 인격체"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동등한 인격체이다. "자강(自强)"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불식(不息)"은 '그러한 군자의 노력은 하늘의 운행과도 같이 그침이 없다"는 말이다. 이 "자강불식"은 <<중용>>의 "지성무식(至誠無息)"(26장)과 같은 명제로 본다. 어쨌든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 다른 누구도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강해지고 싶다면 스스로 강해지는 길 밖에 없다. 스스로 강해지라고 말하는 <건괘>에는 우리가 인생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다.
'동아시아 인문 운동가'라 자칭하는 김재형의 <<시로 읽는 주역>>을 함께 잘 읽고 있다. 물론 중심이 되는 책은 도올 김용옥 교수의 <<도올 주역 강해>>와 그의 <유튜브> 강의이다. 오늘은 김재형 인문 운동가의 <건괘> 풀이를 공유하고,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이야기는 내일 이어간다.
▪ <중천 건괘>는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는 무한한 하늘 저 너머에 대한 이야기이다.
▪ 역(易)은 아직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부호로 소통하던 시대의 경험을 담고 있다. 하나의 소통 방법이다. 인디언 소통 방법과 비슷하다. 사람의 이름이나 계절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 그대로를 부르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구르는 천둥, 늑대와 함께 춤을, 서 있는 곰, 마음을 움직이는 달 등이다.
▪ <건괘>는 상제(上帝)를 넘어서는 새로운 신앙의 대상으로 하느님(天)이 필요하여 제1괘로 했지 않았을까? <건괘> 시작하는 <<주역>>은 애니미즘을 넘어 하늘(天) 신앙이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하늘 신앙을 가졌던 사람들이 꿈꾼 세상이 "군룡무수(群龍無首)"이다. 수많은 용들이 있지만, 우두머리가 없다는 말은 누구를 지배하거나 따르거나 하는 일 없이 누구나 자기의 본성대로 삶을 사는 세상을 상징한다. 여기서 용은 하늘처럼 밝고, 맑고 따뜻하고 위대한 내면(元亨利貞)을 가진 사람들이다. <건괘>는 그런 사람들이,
1. 자신을 낮추고 세상을 피해 실력을 쌓아 가기도 하고(潛龍勿用)
2. 세상의 흐름을 잘 살펴 나아가고 물러섬을 판단하고(見龍在田, 或躍在淵)
3. 좋은 세상 만나 자기 꿈을 실현하기도 하고(飛龍在天, 利見大人)
4. 또 어떤 때는 너무 강한 의지를 드러내다가 실패하기도 하는 모습(亢龍有悔)을 담고 있다.
▪ <건괘>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잘 정리했다. "꿈을 가진 사람은 성공과 실패를 충분히 겪고 난 뒤에 성공과 실패를 넘어 앞서는 것도 없고 뒤처지는 것도 없는 새로운 길에 대해 꿈꾸게 된다. 상대를 이겨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거기에 더 높이 가는 길을 찾고자 한다. 내가 가진 여의주를 내 뜻대로 사용해서 세상을 지배하기보다는, 모두가 자기의 여의주를 사용해서 뜻하는 바를 함께 이루길 바란다."
▪ 끝으로 이런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은 "밤낮없이 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거다. 그게 "君子(군자)가 終日乾乾(종일건건)하야 夕惕若(석척약)하면 厲(려)하나 无咎(무구)리라"이다. 그리고 천지 건의 모습처럼, 자강불식(自强不息)하여야 그 뜻을 이룰 수 있다. 하늘이 힘 있게 움직이는 것처럼, 군자도 쉬지 않고 스스로 힘을 내서 일하여야 한다는 거다.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해 하늘같은 본성이 실현되는 삶을 살아가는 거다.
올해가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이다. 용은 12가지 띠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로 여겨왔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며 하늘로 승천해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어 왔다. 오늘날에도 용은 일상에서 자주 언급된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에게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고, 용꿈은 최고의 태몽이나 길몽으로 여긴다. 지명으로도 많이 쓰여 전국에 1천261개나 된다. 그리고 용이 들어가 있는 다음 두 사자성어를 공유한다. ‘교룡득수(蛟龍得水)’. 이 말은 '용이 물을 만나 힘차게 날아오르듯,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여러 난관을 딛고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운외창천(雲外蒼天)’.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난관을 극복하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의미다.'
갑진년이 값진 한해가 되게 하려면 말보다 실천,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
이 시를 소개한 반칠환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건괘>를 보고 이 시를 선택하여 공유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없다니, 새해 내딛는 첫걸음에 힘이 실립니다. 내가 처음 가는 길이라니, 세상도 내가 처음이겠군요.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이 없다니, 발자취 따라갈 용기가 생깁니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라니, 흐려진 발자국을 다시 선명하게 새길 이유가 생겼습니다. 두려워도 가야 하고, 두렵지 않아도 가야 한다면 마음을 어찌 먹어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낯설고 절박할 때에, 최상의 길을 걷고 있음을 새겨야 겠습니다."
처음 가는 길/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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